독특한 ‘최종병기 앨리스’ 빛내는 박세완과 송건희의 액션 로맨스

[엔터미디어=정덕현] 박세완이 이렇게 매력적이었나. <땐뽀걸즈>에서의 귀엽고 발랄한 고등학생이었던 그가 ‘최종병기’가 되어 돌아왔다.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최종병기 앨리스>에서 박세완은 한겨울이라는 의문의 전학생이자 킬러다. 부모가 죽으면 그 자식을 데려다 살인병기로 키우는 범죄조직. 그곳에서 살아남은 앨리스(박세완)는, 코마상태에서 깨어나 자신의 딸 한겨울을 찾으려 조직을 공격하는 미치광이 킬러 미스터 반(김성오)을 만난다.

조직에 의해 한겨울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앨리스로부터 들은 스파이시(김태훈)는 앨리스와 함께 조직으로부터 도망치며 복수를 꿈꾼다. 복수를 준비하는 동안 앨리스는 한겨울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숨긴 채 고등학교를 다니지만 일진들이 친구를 성매매까지 시키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킬러 본능을 끄집어낸 이유로 전학에 전학을 거듭한다. 신분을 속이고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꾸미고 있지만 스트레스는 풀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길거리에서 조폭들에게 무차별로 두드려 맞는 서여름(송건희)을 보고는 또다시 킬러 본능을 끄집어낸다.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순식간에 돌변하는 한겨울로 위장한 앨리스는 한 마디로 ‘죽이는’ 캐릭터다. 그만큼 매력적인 의미까지 더해진.

반면 엄마의 자살을 방치한 충격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서여름은 자꾸만 그 장면이 떠올라 잠을 자지 못한다. 그래서 ‘고통을 고통으로 지우기 위해’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기를 자청하고, 그것은 엉뚱하게도 비폭력으로 일진들을 잠재우는 결과를 만든다. 아무리 맞아도 자신을 제대로 넘어뜨리지 못하는 상대들 속에서 여전히 불면에 시달리던 서여름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한겨울의 ‘예쁜 얼음’ 같은 서늘한 매력에 빠져들고 그에게 목이 졸려 간만에 깊은 잠을 자게 된다. 서여름은 앨리스와는 정반대로 비폭력에, ‘죽고 싶은’ 캐릭터다.

이 드라마의 제작과 총감독을 맡은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최종병기 앨리스>도 유니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작품을 끌고 간다. ‘하이틴 액션 로맨스’라고 장르를 지칭했지만, 한겨울과 서여름의 로맨스는 그 상반된 캐릭터의 분명한 대비 때문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함을 만들어낸다. 겨울과 여름이라는 이름처럼 킬러의 차가움과 고통의 뜨거움을 표징하는 이 남녀는 ‘죽여야 사는’ 캐릭터와 ‘죽어야 사는’ 캐릭터로 만나지만 그 결과로 서로에 대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차가움과 뜨거움의 양극단이 서로 손을 잡아 처음에는 파열음을 내지만 차츰 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어떤 편안해지는 온도를 찾아갈 거라는 것.

3화까지 공개된 이 독특한 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를 앞으로 펼쳐낼 지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3화까지는 사실상 작품의 세계관을 밑그림처럼 그려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하이틴 스타일에 ‘킬러’가 등장하는 색다른 시도는 전혀 뻔하지 않은 흐름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면이 있다. 여기에 이병헌 감독 특유의 캐릭터의 내레이션과 어우러져 빠르게 서사를 끌어가는 영상연출은 매회 30분 남짓 분량에 놓여낸 압축미로 속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의도한 것이겠지만, <최종병기 앨리스>는 거대 범죄조직과의 피 튀기는 전쟁을 액션으로 그려내면서 동시에 잔혹한 어른들의 세계에 놓인 아이들의 고통을 담는다. 무책임하게 아이만 남겨 놓고 자살해버린 엄마나, 아이를 납치해 살인병기로 만드는 어른들이 그 아이들에게 어떤 고통과 트라우마를 남기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이들 옆에는 친 부모는 아니지만 서여름을 아버지 같은 챙기는 형사 남우(정승길)가 있고, 한겨울을 돌보는 미스터 반이 있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겪는 고통들을 마치 죽고 사는 거대한 액션 판타지로 극화한 듯한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흘러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김성오, 김태훈, 정승길 같은 베테랑 배우들이 든든하게 포진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기대감을 높이는 건 이 독특한 캐릭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는 박세완과 송건희의 호연이다. 킬러로서의 서늘함과 평범한 고등학생으로의 순수함을 오가는 박세완의 연기가 그렇고, 절망감이 만들어낸 달관의 모습과 더불어 역시 학생으로서 한겨울에게 자꾸만 마음을 빼앗기는 사춘기의 설렘까지 담아내는 송건희의 연기가 그렇다. 핑크빛과 핏빛을 오가는 독특한 질감의 로맨스가 이들 연기에 힘입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다. 이들이 이 작품의 최종병기라 할 만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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