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체크인’의 체크아웃, 이효리여서 가능한 공감의 지대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확실히 예능의 트렌드는 바뀌었다. 한때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주도하던 시절을 지나왔고, 그 후 <놀면 뭐하니?>가 ‘부캐’라는 새로운 포장을 통해 1인 미디어 시대에 이에 적응해보려는 지상파의 안간힘을 보여줬다면 지금은 바야흐로 ‘리얼리티쇼’의 시대다. 이제 시청자들은 방송의 앞면만이 아니라 뒷면까지 궁금해 한다. 영상 자체가 익숙해지면서 방영된 부분과 방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걸 감지하고, 보이는 것만큼 안 보이는 것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나 혼자 산다> 같은 셀러브리티의 관찰카메라(사실 리얼리티쇼)가 흥미를 끌긴 했지만 시청자들이 점점 원하는 건 더 리얼하고 진솔한 내용이다. 그래서 이벤트적으로 흘러가는 <나 혼자 산다> 같은 관찰카메라가 리얼리티쇼로 포장된 사실상 캐릭터쇼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큰둥해진다. 완전히 가짜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온전한 진짜라고도 말할 수 없는 어정쩡함. 차라리 더 가깝게 공감할 수 있는 일반인의 리얼리티쇼를 보고픈 마음마저 생겨난다.

이율배반적인 것이 셀러브리티가 궁금하긴 하면서도 동시에 진짜를 담은 리얼리티쇼에 대한 요구이다. 연예인의 화려함과 반짝반짝 빛나는 아우라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 사람도 나랑 그리 다르지 않다는 공감을 주는 진짜 모습이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은 이 이율배반적인 요구에 부응한 프로그램이다. 파일럿으로 MAMA에 참여하게 된 이효리의 무대 위 모습과 이를 위해 서울에 머물면서 겪는 소박한 일상의 병치는 이 프로그램의 이러한 색깔을 잘 드러낸 바 있다.

이효리는 셀러브리티면서 동시에 소탈하고 소박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연예인이다. 은지원, 신지, 김종민, 딘딘이 함께 스키장에 놀러가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1990년대 추억을 겨냥한 뻔한 기획이 될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술을 마시며 이효리가 거침없이 내놓은 리얼한 이야기들은 그들을 그저 연예인으로만 보게 만들지 않는다. 이것은 댄스가수 유랑단 결성을 이야기했던 엄정화, 김완선, 보아, 화사와 함께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효리는 가만히 있어도 연예인이지만, 그가 누군가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나 행동들에서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소탈함을 보여준다.

홍현희, 제이쓴 부부와의 만남이나, 이찬혁과 함께 하는 곡 작업, 또 <우리들의 블루스>가 화제일 때 과거 연기 스승이었던 이정은과 만나 나누는 이야기들은, 제주 친구들을 서울로 초대해 이효리가 대하는 모습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를 오가지만, 그들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이효리는 그 스스럼없는 어우러짐으로 보여준다.

또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에 대한 팬심을 드러내는 것에도 익숙하다. 본인 스스로가 셀러브리티지만 그 역시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다는 것. 그렇게 만나게 된 구교환, 이옥섭 감독과 함께 만든 숏필름의 제목이 <사람냄새 이효리>인 건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이런 면면은 시청자들이 이효리의 일상을 따라가는 <서울체크인>에 보다 깊이 빠져들게 된 중요한 이유이다.

자신들은 그저 이효리를 따라가기만 했다고 겸손해했지만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빠르게 캐치하고 <서울체크인>이라는 프로그램에 담담하게 담아낸 김태호 PD의 선구안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셀러브리티로서의 동경과 더불어 보통 사람들과의 공감까지도 폭넓게 가져가는 이효리의 ‘사람냄새’를 일찍이 발견하고 이를 자연스러운 프로그램 안에 녹여낸 성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효리는 과거 <해피투게더> 시절 스튜디오 예능에서도 정점에 있었고, <패밀리가 떴다>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도 최고의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리얼리티쇼의 시대로 들어온 지금도 역시 최고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건 역설적이게도 끝없이 내려와 대중들 가까이 다가왔던 그 과정을 통해 가능해진 일이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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