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체크인’ 홀로 선 김태호PD의 승부수, ‘이효리 완전체 사용법’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이효리의 티빙 예능 <서울체크인> 정규 편성이 확정됐다. 지난 설 연휴 파일럿이 공개된 <서울체크인>은 티빙의 근래 최고 화제작인 ‘환승 연애’나 ‘술꾼도시여자들’보다 시청 UV(순 방문자수)가 2배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유료 가입 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둔 데 힘입어 다음 달 6편의 정규 오리지널 공개가 결정됐다고 한다.
<서울체크인>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이효리가 서울에 올라왔을 때를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다.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 PD가 MBC로부터 독립해 정규로 내놓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배가되고 있기도 하다. <서울체크인>은 김태호 PD가 과거 <놀면 뭐하니?> 출연을 위해 상경한 이효리의 서울 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파일럿에서 이효리는 2021 MAMA 시상식 호스트를 맡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서 화려한 공연과 그 준비 과정, 그리고 무대 뒤 털털한 모습들을 보여줬다. 서울 숙소로 엄정화의 집을 찾고 함께 친근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도 이어진다. 한국 여자 댄싱 스타이자 걸크러쉬 계보인 김완선, 보아, 화사 등과 브런치 자리를 가지면서 함께 투어 공연을 다녀 보고 싶다는 기대를 밝힌다. 앞서서는 이 자리를 위해 입고 나갈 옷을 구매하러 백화점 쇼핑에도 나섰다.
<서울체크인>은 김태호 PD가 독립 후 첫 연출작이라 업계에 확실한 어필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자신을 업계 최고의 연출자로 만들었던, 독창성 강조된 실험적 포맷으로 시장에 첫 인사를 하기보다 리얼리티 예능이라는 익숙한 틀에 최고의 이슈메이커인 이효리를 태워 안착을 도모한 듯이도 보인다.
이효리가 톱스타 중에서도 남다른 지위에 오른 것은 엔터테이너로서만이 아니라 힐링 멘토로도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그간 예능 활동에서는 이 둘 중 어느 한쪽이 집중적으로 두드러졌다. 주로 실내 스튜디오처럼 인공적인 공간에서 제작되는 버라이어티나 토크쇼 등의 예능에서는 독보적 입담과 예능감으로 예능 치트키의 자리를 지켜왔다. 물론 여기서 인공적인 공간이라는 개념에는 <놀면 뭐하니?>에서의 서울 시내처럼 열린 구조이더라도 인공적으로 계획되고 통제되는 성향이 강한 공간을 포함한다.

반면 자연의 비중이 큰 <효리네 민박>이나 <캠핑클럽> 등에서는 사람과 삶에 대한 진솔한 태도와 혜안의 멘트들로 공감과 위안을 제공하는데 무게중심을 뒀다. 이런 구분은 메이크업과 착장의 유무로도 가능하다. 이효리가 예능에서 메이크업과 풀 착장이 있는 순간은 재미와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을 매혹했다. 망가진 손톱에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자연 속 생활을 보여줄 때는 공감과 위안을 나눴다. 메이크업 예능에서도 힐링의 순간들이 존재했고 자연 속 프로그램에서도 예능적 재미가 넘치는 커트들이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한쪽으로 쏠리는 편이었다.
<서울체크인>은 좀 달라 보인다. 이효리의 예능 두 축인 재미와 힐링의 비중이 비슷해 보이고 어떨 때는 재미와 힐링이 밀접하게 뒤섞여서 구분이 쉽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 이유는 서울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인 듯하다. 서울은 실내든 실외든 이효리가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유머나 카리스마에 비중을 두는 인공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엄정화의 숙소처럼 사적인 시간의 영역으로 들어갔을 때는 자연 속 이효리가 소환되는 유일한 곳이다.

이번 파일럿의 ‘자연’ 이효리는 엄정화와의 숙소 대화, 그리고 MAMA의 무대 뒤 스우파 멤버들과의 사담 등 곳곳에서 진솔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이끌어내며 <서울체크인>의 적지 않은 분량을 채우고 있다. 결국 김태호 PD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포착해 그동안 다른 예능에서 주로 반만 쓰던 이효리를 완전체로 활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기획은 김태호 PD와 이효리가 닮은 점이 있어 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효리는 최근 <놀면 뭐하니?>부터 김태호 PD와 제대로 된 작업을 했지만 오래전부터 유재석 못지않게 김태호 PD와 좋은 파트너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둘 모두 재미만 집중적으로 추구하기 쉽던 방송가에서 재미에, 사람에 대한 애정을 챙겨 담아내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체크인> 본편이 파일럿에서처럼 완전한 이효리 사용법을 보여줄지, 그리고 김태호 PD의 성공적인 독립 신고식이 돼줄지 궁금함에 3월이 기다려진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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