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선택한 유재석의 ‘놀면’과 미래로 가는 김태호의 ‘서울체크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제 유재석과 김태호 PD는 각자의 길로 들어섰다. 물론 언제든 다시 만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일단 MBC를 퇴사한 김태호 PD는 더 이상 유재석과 함께 해왔던 <놀면 뭐하니?>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로써 꽤 오래도록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우리네 예능을 선구적으로 이끌었던 두 사람의 밀월은 일단락되었다.

마치 이런 변화를 분명히 하려는 듯, <놀면 뭐하니?>는 새로운 포스터를 공개했다. 과거의 포스터가 유재석의 부캐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유니버스’로 채워졌다면, 새 포스터에는 유재석을 위시해 정준하, 하하, 신봉선, 미주가 공식적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또한 당분간 이어져왔던 <놀면 뭐하니?+>에서 ‘+’가 빠진 <놀면 뭐하니?>로 돌아왔다.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포스터 제작 소식에는 유재석이 “우리는 이제 가족, 식구, 멤버다”라는 선언적인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그만큼 이 포스터 이벤트(?)에는 향후 <놀면 뭐하니?>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 것인가가 담겨 있다. 즉 유재석 1인 체제의 부캐 콘셉트보다는 5인이 함께 하는 상황극, 캐릭터쇼 등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상당 부분 <무한도전>의 향수와 추억을 건드리는 요소들 또한 담겨질 듯.

한편 김태호 PD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먹보와 털보>를 MBC와 함께 만들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독자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티빙 오리지널 예능 <서울체크인>을 선보이겠다 공식 발표한 부분은 그래서 주목할만 하다. 이효리를 전면에 내세운 <서울체크인>은 제주에서 지내는 이효리가 스케줄 때문에 서울에 왔다가 어디서 지낼까, 누구를 만날까 같은 것들이 궁금해 기획된 아이템이라고 한다.

<서울체크인>이라는 시도에서 먼저 흥미로운 건, 김태호 PD가 넷플릭스에 이어 티빙에서 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김태호 PD가 늘 꿈꿔왔던 것처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그 플랫폼에 맞게 기획해 선보이게 된 것. <서울체크인>은 OTT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파일럿 시도라는 점도 주목되는 프로그램이다. 오는 29일 선보이는 이 파일럿 프로그램은 <2021 MAMA> 호스트로 참여하기 위해 상경한 이효리의 2박3일을 담는다고 한다. 그만큼 순발력 있게 만들어진 파일럿이라는 것.

김태호 PD의 이 행보는 그래서 향후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며 때론 순발력 있게 때론 블록버스터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게 된 그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간 한 방송사 그리고 한 프로그램에 묶여 마음껏 펼쳐내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플랫폼을 통해 전해질지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유재석과 김태호 PD.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사람은 잠시 떨어져 이제 각자 또 다른 스타트라인의 서게 됐다. 과연 이들은 그 각자의 길에서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새로운 시대에 맞는 레전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직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두 사람의 행보는 어딘가 정반대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재석의 행보가 과거 <무한도전> 시절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김태호 PD의 행보는 달라지고 있는 플랫폼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이들의 이런 선택은 과연 어떤 미래로 이어질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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