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WSG워너비, 느릿하지만 괜찮아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WSG워너비가 피날레를 예고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WSG워너비는 노래 실력이 뛰어난 여성 가수와 배우, 예능인 중 12명을 선발해 보컬 그룹 3개 팀의 신곡을 발표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윤은혜, 코타, 박진주, 조현아, 나비, SOLE(쏠), 엄지윤, 권진아, 이보람, 소연, HYNN(박혜원), 정지소가 각각 팀을 꾸려 시소, 콴무진, 안테나를 소속사로 서로 다른 색깔의 신곡을 호흡 맞춘다.

WSG워너비로 <놀면 뭐하니?>는 동시간대 및 토요일 전체 예능 1위를 굳건히 차지할 만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창시자인 김태호 PD가 떠나면서 박창훈 PD 등 새로운 제작진이 맡은 후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하락세를 겪던 흐름을 바꾼 킬러 아이템이 됐다.

하지만 지난 4월초 시작돼 진행 과정이 3개월을 넘기고 있는 데다 12명이나 되는 인원을 데리고 오디션-팀 결성-곡 선정-녹음의 단계마다 멤버들을 빠짐없이 자세히 보여주는 연출로 인해 일부 시청자들은 전개가 너무 느리다는 불평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마침내 지난 9일 음원이 공개되고 이날 방송분에서 오는 21일 콘서트 개최를 발표했는데 이 콘서트가 방송될 즈음인 8월초 대단원의 막을 내릴 듯싶다. 하지만 아직도 방송은 한 달 정도나 남아 있으니 ‘늘어진다’고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의 투덜거림은 좀 더 지속될 상황이다.

방송이 속도감 있지 못한 측면은 분명하지만 불만 있는 시청자도 욕하면서(?) 챙겨볼 만큼 강력한 매력포인트가 WSG워너비에는 분명히 있다. 음악팬들이 오래도록 풀지 못한 떡밥의 종결이 WSG워너비를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고음, 음색, 창법 장인이고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이 강한 솔로 가수나, 보컬 그룹의 리드 보컬을 모아 단체 곡을 부르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노래 실력이 멤버에 따라 아무래도 격차가 존재하는 아이돌 음악을 보컬리스트들을 모아 맡겨보면 어떤 느낌일까.

노래, 퍼포먼스, 외모 등 종합적 감상에 좀 더 적합하게 준비되던 타입의 곡들을 청음 집중형 가수들이 도전했을 때는 어떤 감흥이 만들어질까. 대중성보다 자신만의 음악적 개성에 무게를 둔 아티스트들이 대중성 강한 곡들이 주어지면 어떻게 소화할까.

혼자서도 충분히 무대를 압도하던 고음 장인 HYNN이 동료들의 소리에 쌓는 화음과, 조현아가 음색과 가창력으로 감성을 뒤흔들던 평소에서 벗어나 부른 댄스팝 곡의 그루브를 듣는 일은 흥미롭다. 각자 도드라진 음악적 개성으로, 협업이 잘 상상되지 않던 권진아와 SOLE이 한 곡 안에서 개성이 다른 멤버와 호흡을 함께 만들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나비, 이보람, 코타, 소연 같은 뛰어난 보컬들이 함께 어울리면 음악이 얼마나 딴딴해지고 풍성해지는지 경험해보는 귀한 기회이기도 하다. 윤은혜, 박진주, 엄지윤, 정지소 등 가수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아도 음색이 남다르면 좋은 곡의 완성에 기여도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하는 점도 재미있다.

이런 맥락에서 작곡가 조영수는 녹음 과정에 참여하면서 ‘(과거 일반적인 그룹들의 녹음에서는 각 멤버들의) 못하는 부분은 버리고 잘하는 부분을 모아 곡을 완성했는데 WSG워너비는 다 잘 하다 보니 잘 하는 부분이 겹치는 행복한 고민을 겪어 보는 즐거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각 팀의 노래들은 대개 2000년대 초중반 음악 스타일과 정서가 담겨 있다. 안테나 팀 가야G의 <그때 그순간 그대로>(이하 <그그그>)는 미디엄템포 발라드, 콴무진 팀 4FIRE의 <보고 싶었어>는 레게를 기반으로 컨트리와 R&B가 혼합된 곡이고 시소 팀 오아시소의 <Clink Clink>은 걸그룹풍 댄스팝에 여름 시즌송 느낌이다.

최신 음악만 듣는 이들에게는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청층이 다양한 <놀면 뭐하니?> 입장에서는 더 많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불가피한 선곡으로 여겨진다. <놀면 뭐하니?>는 이처럼 대중성을 극대화한 곡에, 이전에는 굳이 함께 호흡 맞출 이유가 없던 멤버들을 모아 희귀한 결과물을 선보인 것이다.

<놀면 뭐하니?>의 시도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방송에 대한 반응이 좋을 뿐 아니라 발표된 곡들도 차트를 휩쓸고 있다. <그그그>는 음원 차트를 올킬했고 <보고 싶었어>와 <Clink Clink>도 차트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결국 WSG워너비는 방송의 장기화, 멤버수 과다에 따른 전개의 둔중함 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음악의 오랜 떡밥을 해소하며 크게 성공한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또한 <무한도전>부터 음악 예능으로 차트의 지배자였던 김태호 PD 없이도 <놀면 뭐하니?>가 차트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새 제작진에게는 기쁨이 두 배일 듯싶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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