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WSG워너비라는 중대 갈림길에 서다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음악 예능을 꺼내 들었다. <놀면 뭐하니?>는 16일 방송분부터 WSG워너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가수만이 아니라 배우, 예능인 등 노래 잘 하는 연예인들을 모아 중창 그룹을 만들었던 MSG워너비의 여성 버전이다. 유재석이 부캐 유팔봉으로 정준하, 김숙, 하하 등과 함께 제작자로 나서 블라인드 오디션을 거쳐 여성 중창 그룹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놀면 뭐하니?>의 창조자인 김태호 PD가 MBC를 떠난 이후 올해 들어 새롭게 시작된 박창훈 PD의 ‘포스트 김태호 체제’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음악 예능이다. 김태호 PD 시절에는 유산슬의 트로트, 이효리와 비의 싹쓸이,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의 환불원정대, 그리고 MSG워너비까지 음악 예능들이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 상승을 주도했다.

포스트 김태호 체제에서 음악 예능의 등장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박창훈 PD가 맡아 4개월여 진행해온 <놀면 뭐하니?>는 김태호 시절과는 조금은 다른 톤앤매너로 자기 색깔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음악 예능을 꺼내드는 것은 일단 김태호 체제로의 회귀를 떠올리게 만든다.
포스트 김태호의 <놀면 뭐하니?>는 지난 4개월간 유재석의 원맨 프로그램에서 정준하, 하하, 신봉선, 미주 등 고정 멤버들과 함께 하는 집단 예능으로 바뀌었다. 앞서 김태호 PD는 가급적 거리두기를 하려 한 <무한도전>의 포맷들도 박창훈 PD는 많이 활용했다. 연결 없는 버라이어티 단편들이 한 회차에 여럿 배치된다든지 멤버들끼리 서로 몰아세우는 단체 수다 오프닝이 등장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김태호 PD때에 비해 밀도와 에너지가 줄어든 반면 잔재미는 늘어나기도 했다.

<무한도전>때 보다는 덜했지만 그래도 밑바닥에 은근히 깔리던 김태호 PD 특유의 휴머니즘이나 사회성에 대한 자의식은 사라지고 MBTI 특집처럼 가볍게 웃고 즐기기에 충실하면서 박창훈 PD만의 <놀면 뭐하니?>가 구축돼나가고 있었다.
이런 흐름에서 WSG워너비의 등장은, 급격하지는 않지만 부드럽게 김태호 PD와의 차별성을 부여하던 박창훈 PD의 행보에 특이점이 온 느낌이다. 표면적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이유는 시청률이다. 올해 들어 선장이 바뀐 <놀면 뭐하니?>는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이 6, 7%대로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추세가 완만하게 내림세라 긍정적이지는 못했다.
전임자와의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놀면 뭐하니?>의 확실한 상승 카드였던 음악 예능을 어쩔 수 없이 택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실제로 시청률은 지난달 26일부터 7.3%-6.8%-6.0%으로 하락하던 추세에서 WSG워너비를 시작하자 6.4%로 다소나마 반등에 성공했다.

대폭 상승한 것은 아니지만 개그우먼 누나 특집 등 화제가 됐던 에피소드들에도 불구하고 하강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시청률이 바닥을 친 것은 추후를 지켜볼 이유가 생기게 했다. WSG워너비의 블라인드 오디션이 시작되자 화려하고 개성적인 노래 실력을 자랑하는 참가자들의 정체를 가늠하느라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은 후끈 달아올랐다.
16일 회차의 전반부는 토크 에피소드를, 후반부는 블라인드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만약 회차 전체가 블라인드 오디션이었으면 시청률이 더 높게 나왔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다음 주 방송분은 본격적으로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채워질 듯한데 시청률이 어떠할지 기대가 된다.

<놀면 뭐하니?>는 WSG워너비로 일단 전환의 계기를 잡을 듯하다. ‘또 음악 예능이냐’, ‘식상하다’는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이전 음악 예능들만큼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다른 새로운 시도들에 나설 여력이 생기고 이중 성공적인 결과물이 탄생한다면 포스트 김태호 체제의 <놀면 뭐하니?>가 안착하는 바람직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설령 이후 새로운 시도들이 인상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WSG워너비의 성공은 의미가 있을 듯하다. 차후 음악 예능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놀면 뭐하니?>가 생존하는데 징검다리 노릇을 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WSG워너비가 처음의 좋은 기세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마무리된다면 <놀면 뭐하니?>는 생존의 위기에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최후의 확실한 무기를 써버린 상황에서도 시청률 보전이 안 된다면 <놀면 뭐하니?>의 앞날은 더욱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있다.
WSG워너비는 블라인드 오디션 참가자나 프로그램 모두에게 중대한 갈림길이 될 듯하다. 참가자들이 최종 합격할 경우 앞선 MSG워너비 경우처럼 더 나은 음악 활동을 하게 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고 <놀면 뭐하니?> 자체도 앞날이 걸린 그런 승부처니 말이다. 참가자나 프로그램 모두 윈윈하는 그런 행복한 프로젝트로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