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김태호PD 시대의 마무리와 음악 예능의 소환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요즘 평화롭다. 김태호 PD가 올해까지만 <놀면 뭐하니?>를 맡고 MBC를 퇴사한다는 사실을 알린 이후 ‘놀면 뭐하니? 플러스’를 지속하는 상황이 그런 느낌이다. ‘놀면 뭐하니? 플러스’는 <놀면 뭐하니?>가 과거 <무한도전> 멤버들을 멤버십으로 초대해 <무한도전> 시절의 인기 아이템 재현과 새로운 시도를 버무린 포맷인데 전 <무한도전> 멤버 정준하, 하하에 신봉선과 미주를 더해 꾸려지고 있다.
평화로운 인상을 주는 것은 우선 메인 MC 유재석이다. ‘놀면 뭐하니? 플러스’ 이전에는 악기, 요리, 트로트 등 익숙하지 않은 미션들에 홀로 도전하느라 늘 전력을 다해 고군분투했다. 반면 지금은 편한 동료들과 어울려 함께 노는 듯한 상황이 예능의 재미로 이어지는 구성이라 평온하고 즐거운 모습이다.
시청률 측면에서도 평화롭게 보인다. 지난해 <놀면 뭐하니?>는 싹쓰리, 환불원정대 등 음원 발매 프로젝트로 점차 시청률을 상승시켜 10%(이하 닐슨 코리아)를 마침내 돌파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10% 아래로 하락하면 힘을 준 기획들로 다시 올려놓는 등 고지전을 벌이듯 치열했다.

하지만 현재 ‘놀면 뭐하니? 플러스’가 되면서 <놀면 뭐하니?>는 6~7%대로 다소 하락한 시청률을 오가고 있지만 특별한 시도로 시청률 반등을 위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김태호 PD가 <놀면 뭐하니?>를 떠날 때까지는 이런 기조로 흘러가려는 느낌이라 평화롭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지난주 <놀면 뭐하니?> 방송 하루 전에는 김태호 PD가 이번 주부터 뒤로 빠지고 후임인 박창훈 PD가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렇다면 김태호 PD의 색이 담긴 <놀면 뭐하니?>는 앞으로 1, 2주 방송분까지만이고 이후는 새로운 PD의 연출 색깔이 배어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보도 내용과 달리 처음 발표한 대로 김태호 PD가 올해 연말까지 <놀면 뭐하니?>를 맡는다 해도 올해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이미 <놀면 뭐하니?>는 포스트 김태호 체제를 위한 전환 작업에 들어선 상황으로 봐야 맞을 듯하다.

이런 즈음에 <놀면 뭐하니?>가 2021년 연말을 연말답게 보내기 위한 ‘참을 만큼 참았어(가제)’ 콘서트를 다음 달 15일 개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대면 콘서트이고 2000년대 추억과 감성이 녹아있는 일명 ‘도토리 차트’ 명곡 무대들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최근 ‘커버 뭐하니?’라는 코너로 멤버들이 선보인 프리스타일의 ‘Y’가 뜨거운 호응을 얻은 데 대한 연장선으로 보인다. ‘커버 뭐하니?’는 ‘Y’외에도 악동뮤지션의 ‘낙하’, 아이유의 ‘팔레트’ 등을 통해 예능으로는 기대 이상의 노래 실력과, 준드래곤 등 큰 웃음을 이끌어낸 개그 포인트들로 평화롭던 ‘놀면 뭐하니? 플러스’ 체제 에피소드 중 가장 강렬한 히트 상품이 됐다.
일 방송에서는 온라인 라이브를 통해 2000년대 감성이 물씬한 추억의 미니홈피 배경음악들을 집중적으로 다뤘고 이어 콘서트 개최 결정까지 이어졌다. 이날 방송 후 다음 주 예고편에서는 윤하와 얼굴을 감춘 가수 등을 ‘놀면 뭐하니? 플러스’ 멤버들이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놀면 뭐하니?>는 김태호 PD 체제하에서 트로트 프로젝트인 뽕포유를 시작으로 음악 예능을 통해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올라섰다. 김태호 PD가 지휘봉을 내려놓는 시점에 다시 콘서트가 등장하고 이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방송 에피소드들의 등장은 포스트 김태호 체제가 김 PD 시절의 확실한 유산인 음악 예능과 함께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놀면 뭐하니?>가 음악 예능을 택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매회 다른 포맷을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그 어떤 예능보다 김 PD의 생각과 감성이 도드라지는 <놀면 뭐하니?>가 김 PD가 떠난 이후에도 방송을 폐지하지 않고 유지한다면 새로운 PD의 색으로 급격히 옷을 갈아입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놀면 뭐하니?>의 강점을 계승해 PD의 교체로 인한 변화를 두드러지지 않게 한 후 대중이 김태호 PD가 없는 상황의 프로그램에 익숙해질 즈음 새 PD의 색깔을 드러내는 단계적 전환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려면 <놀면 뭐하니?>의 가장 강력한 콘텐츠인 음악 예능으로 김태호 PD의 난 자리를 드러내지 않고 부가적으로 프로그램의 상승세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프로그램 선장의 교체 작업으로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음악은 김태호 PD의 <놀면 뭐하니?>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음악은 이제 김태호 없는 <놀면 뭐하니?>를 구원할 수 있을까.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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