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도 의미도 사라진 ‘놀면’, 김태호의 부재가 벌써 느껴진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올해 말까지 MBC <놀면 뭐하니?> 제작에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어쩐지 벌써부터 김태호 PD의 부재가 느껴진다. ‘뭉치면 퇴근’ 특집은 마치 과거 <무한도전> 시절의 ‘텔레파시’ 특집을 떠올리게 했지만, 그만한 재미나 의미를 찾아보기 힘든 방송이 됐다. 유재석을 위시해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가 제시된 미션에 따라 한 장소에 모이면 바로 퇴근한다는 콘셉트였지만 어디선가 봤던 예능들을 짜깁기한 듯한 평이함과 뻔한 볼거리의 연속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제시된 아침 식사 미션은 국밥집, 인싸 맛집 그리고 풀코스 요리 중 선택하는 것. 유재석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 국밥집을 찾았고, 하하와 정준하 그리고 신봉선이 인싸 맛집을 찾았으며 아침도 굶고 나왔다는 이미주는 풀코스 요리를 선택했다. 물론 서로 취향이 맞아 떨어지거나 어긋나는 것으로 재미 요소를 찾아내려 한 점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첫 번째 아침 식사 미션이 보여준 건 다소 뻔한 먹방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미션은 ‘쇼핑몰에서 20만원 쓰기’. 모두가 같은 층에서 만나면 퇴근할 수 있는 미션이었다. 유재석과 하하는 영스트리트 층, 신봉선과 이미주는 여성의류 층 그리고 정준하는 모두가 예상한 대로 지하1층 식료품 층을 선택해 쇼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역시 이 미션에서도 이들이 쇼핑을 하는 광경을 왜 시청자들이 봐야 하는가에 대한 기획의도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런 기획의도의 부재는 다음 미션으로 제시된 자유시간 동안 PC방, 발 마사지샵, 한강 뷰 카페를 고르는 것이나, 마지막 미션으로 하루를 정리하는 그림일기, 브이로그 찍기, 사진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서도 똑같이 드러났다. 물론 이날의 특집은 서로 다른 취향을 통해 보다 친해지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지만, 그 취지에는 시청자들의 자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이 특집이 현재 시청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던지, 그게 아니라면 어디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한 재미가 있던지 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느 것도 채워주지 못한 미션의 연속이었다.

분명한 기획의도와 미션의 취지나 의미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건, 상업적인 요소들로 채워진 데서 생겨나는 불편함이다. 이번 특집은 그 성격상, 이동 중에 특정 택시가 연달아 이용됐고, 특정 음식점들이 소개됐으며 백화점과 매장, 특정 브랜드는 물론이고 특정 샵이나 카페 등이 계속 노출됐다. 물론 그 장소들의 브랜드명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소비와 관련된 아이템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느낌을 주는 건 당연했다.

과거 <무한도전> 시절에도 이런 특정 음식점이나 상점들이 등장하곤 했지만, 그 때는 ‘경기를 살린다’거나 ‘돈쭐 내는’ 콘셉트 같은 것들이 더해져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면이 컸다. 하지만 이번 ‘뭉치면 퇴근’ 특집은 그런 취지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러니 그 자리를 채우는 건 혹여나 저 장소들에 대한 홍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또한 이처럼 다섯 명이 도시 한 복판에서 일종의 게임을 하는 모습은 SBS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될 법한 유사한 장면들을 보여줬다. 그들끼리 치고받으며 만들어가는 캐릭터 플레이에 게임처럼 진행되는 미션 수행이 그것이다. 심지어 출연자들도 상당 부분 겹쳐져 있어 <놀면 뭐하니?>만이 갖는 변별력을 찾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지난 8월 102회를 기점으로 <놀면 뭐하니?>는 그 색깔을 바꿨다. 부캐 유니버스를 운용하던 프로젝트를 지우고 대신 ‘+’ 개념을 더해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를 거의 고정 MC화하며 함께 다양한 미션들을 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신봉선, 이미주 같은 여성 출연자들이 들어온 것이 큰 차별점이긴 하지만 사실상 <무한도전>으로의 회귀에 가까운 미션들이 등장했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들이 등장했다. <놀면 뭐하니?>의 색채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과 <무한도전>식의 재미 또한 더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가든, 잃지 말아야 할 부분은 <무한도전>을 거쳐 <놀면 뭐하니?>로 이어진 MBC 토요일 저녁의 예능 프로그램이 독보적으로 이어왔던 참신한 기획력이 아닐까. 기발한 기획으로 빵빵 터지는 재미만큼 시청자들을 응원하게 만들었던 시의성에 맞는 의미들이 공존했던 아이템들, 그 의미로 인해 그들의 미션들이 그들만의 세상이 아닌 우리들의 세상으로 느껴지게 했던 공감대들, 도전 자체가 예능의 새로운 영역 확장으로까지 영향을 미쳤던 김태호 PD의 형식 실험들을 이제는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거의 15년에 가깝게 토요일 저녁을 기다려 MBC에 채널을 고정시켜온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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