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진짜 승자가 무엇인지 보여준 배우 오영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글쎄 생각 안 해봤는데.. 내 주위에 같이 있는 사람들 좀 편안하게 해주고, 그리고 사회에 기여를 할 것 같은데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나온 <오징어 게임>의 001번 오일남 역할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오영수 배우는, 만일 드라마에서처럼 456억이 생긴다면 무얼 할 것 같냐고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뉴스데스크+’라는 콘셉트로 마련된 뉴스 도전에서 마련한 초대석 인터뷰에서였다.

유재석은 재차 “그래도 나를 위해서” 하고 싶은 게 무어냐고 물었고, 그러자 오영수 배우는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내 나이 뭐 있겠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가는 거지. 소유욕 같은 거 별로 없고.. 딸을 위해서 편안하게 살게 끔 자기 뜻대로.. 집사람한테 못해줬던 일들 해주고 싶고.. 뭐 그런 거죠.”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고 그래서 오영수 배우 또한 해외에서 주목할 만큼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영수 배우의 모습은 차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작품을 한 후 첫 방송 출연이라는 오영수 배우는 여기저기 요청이 너무 많이 와 딸이 도와주고 있다고 했고, 동료인 박정자 배우가 “월드스타 되니 기분이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붕 뜬 기분”에도 “스스로를 정리하면서 자제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며 현재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이 “놀이의 상징성을 통해서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찾아내는” 작품이라고 했다. 456억을 차지할 수 있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생존게임을 담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 현 사회의 문제들을 놀이를 통해 은유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대해서도 오영수 배우는 <오징어 게임>을 염두에 둔 답변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존재 안 된다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어요. 1등이어야 한다. 2등 필요없다. 2등은 1등에 졌지만 3등한테 이겼잖아요. 다 승자예요. 나는 진정한 승자라고 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애쓰면서 내공을 가지고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승자가 아닌가...”

그 말은 58년 간 연기의 길을 걸어온 오영수 배우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나이가 들면 열정도 사라지는” 게 사실이지만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젊은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과장되게 젊은 척 하면서 호흡을 맞추려 노력했던 것이나, 체력관리를 위해 60년 간 평행봉을 해왔던 것이나 그가 말한 진정한 승자를 향한 길이 아니었을까. 40대 때 <파우스트>를 했는데 그걸 제대로 소화 못했고 그 나이에 그걸 소화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이제는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그 말 속에서도 그가 추구하는 승자의 삶이 무엇인가가 분명히 느껴졌다.

큰 성공으로 굉장한 수사를 섞어 처음 배우의 길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를 할 법도 하지만, 오영수 배우는 “별로 할 일이 없어서 친구 따라 극단 갔다가” 연기의 길에 들어섰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렇게 “동기는 우습게 됐지만” 그 길을 통해 “시대가 안고 있는 어떤 걸 관객들한테 던질 때” 오는 환희에서 긍지를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인생의 마지막 모습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며 연기한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이 그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이전투구를 다뤘지만, 오영수 배우는 그런 욕망들과 그걸 만들어내는 사회에 대해 한 발 물러나 허허 웃는 모습으로 에둘러 비판하고 있었다. 그는 대신 인생을 이렇게 말했다. “쉬운 얘기로 산속에 가다가 꽃이 있으면 젊을 때는 그걸 꺾어 갔잖아요. 내 나이쯤 되면 그냥 놓고 오죠., 그대로. 그리고 다시 가서 보죠. 그게 인생과 마찬가지에요. 그냥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 그게 쉽지가 않죠.” 그 말에 울컥한 이미주처럼 시청자들도 비슷한 먹먹함이 느껴졌을 게다, 우리 모두 겪고 있는 욕망의 질주, 경쟁을 무화시키는 어른의 ‘내려놓는 이야기’가 큰 위로로 다가왔을 테니.

“제가 우리 말 중 가장 좋아하는 말이 ‘아름다움’이라는 말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회.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아름다운 이 공간에서 아름다운 두 분을 만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러분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오영수 배우가 마지막으로 남긴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저 꽃의 비유와 더불어 마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떠올리게 한다. 존재 그대로 내버려두면 누구나 다 그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을 텐데 어째서 꺾으려 하고, 그러기 위해 모두를 무너뜨리고 최후의 1인이 되려 할까. 오영수 배우가 인터뷰 내내 유독 많이 쓴 단어는 ‘함께’라는 말이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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