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놀면 뭐하니’와 뉴진스 다니엘 논란, 문제는 로컬화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계묘년 설 명절 연휴가 마무리됐다. 이번 설 연휴 방송 연예계는 명절이라는 게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평상시와 큰 차이 없는 분위기였다. 명절 방송가의 특징인 예능의 새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한 시도가 MBC <미쓰와이프>나 JTBC <안방판사> 정도뿐이고 기존 인기 프로그램들의 특집판이 대부분이라 그러했다.

설이나 추석 당일이 주말일 경우 보통 파일럿보다는 방송사들의 간판인 기존 주말 예능들을 특집으로 살려가는 흐름이 재현된 듯했다. 이런 와중에도, 나훈아, 심수봉 등 레전드 가수들의 심도 있는 공연으로 호평 받아온 KBS 명절 대기획 <송골매 40년 만의 비행>은 도드라졌다.

송골매는 엄청난 히트 레퍼토리를 갖고 있지만 여럿이 모여야 하는 록그룹이라 해체 후 솔로 아티스트들에 비해 공연으로의 소환이 쉽게 되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1980년대 거의 유일한 아이돌 그룹이라고도 할 수 있을 송골매를 덕질했던 수많은 팬들과, 팬이 아니어도 그 노래들이 너무도 유명해 알고 있을 그 시절 청춘들을 다시 젊었던 시절로 데려가 줬다.

사실 이번 설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연휴 시작과 함께 연속해 불붙은 중국 관련 논란이다. 우선 걸그룹 뉴진스의 다니엘이 팬 소통 앱에 설을 ‘Chinese New Year’라고 적었다가 서둘러 삭제하고 사과에 나선 일이 있었다. 그리고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설을 맞아 전국 각지 간식 지도를 만들겠다고 소개한 음식을 놓고 중국 논란이 벌어졌다.

다니엘의 설 영문 표기 논란은 그 자체로는 금방 잦아들었지만 대영박물관이 한국의 설을 ‘Korean Lunar New Year’라고 표기한 것을 놓고 중국인들이 ‘Chinese New Year’라고 항의하면서 다른 곳에서 다시 재점화됐다.

이후 한국의 글로벌 스타들은 자신들의 SNS를 통한 새해 인사에서 ‘Lunar New Year’나 ‘Seollal’ 같은 표현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피해 나갔지만 이에 대해 ‘Chinese New Year’로 쓰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중국인들의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놀면 뭐하니?>의 중국 음식 논쟁은 대구의 대표 간식으로 40년 넘는 전통을 가진 찹쌀도넛 콩국이 등장한 데서 비롯됐다. 방송에서 이 음식이 소개되자 요우티아오와 또우장이라는 중국 음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하필 설에 중국 음식을 굳이 한국의 한 지역을 대표하는 간식으로 택했냐’는 비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중국 음식과 비슷하더라도 40년 넘게 지역민들에게 사랑받았다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간식으로 꼽을 만하다’는 반론이 등장했고 다시 ‘대구에 오래 살았지만 찹쌀도넛 콩국을 먹어본 적이 없고 다른 유명한 간식들도 많은데 인접한 다른 나라들의 문화를 모두 자신들의 것이라고 문제를 일으키는 중국의 음식을 굳이 내세우느냐’는 재반박도 더해졌다.

<놀면 뭐하니?>가 대구의 간식으로 찹쌀도넛 콩국을 선택한 것은 신선함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즉 납작만두처럼 이미 많이 알려진 대구 간식은 흥미가 떨어질 우려가 있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찹쌀도넛 콩국을 택한 듯하다.

울산은 물라면, 광주는 설탕국수 등을 대표 간식으로 꼽았는데 이에 대해서도 현지 출신들이 ‘나는 잘 모른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을 보면 <놀면 뭐하니?>는 ‘신선한’ 향토 간식 발굴을 목적으로 했던 듯하다.

사실 지역 대표 대상을 지정할 때 개인들의 ‘나는 모른다’가 그 대표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모두가 다 알지 않더라도 한 지역에 뿌리내려 오랜 시간 지속되면 대표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도 40년 이상을 한 지역에서 사랑받았으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라 판단해서 굳이 기원을 민감하게 따지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은 로컬화를 수용하고 인정하느냐의 문제로 보인다. 설령 중국에 비슷한 음식이 있더라도 대구에서 장기간(물론 이 기간은 다소 상대적이다) 사랑받았다면 한국 간식화됐다고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국이 김치나 한복 등에서 자신들의 것과 일부 유사성이 있는 점을 근거로 다 중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문제도 로컬화에 대한 인식 부족에 근거한 것이다.

설의 영어 표기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설 문화의 근간이 되는 태양태음력은 중국에서 넘어온 것이 맞지만 로컬화된 음력 새해맞이 문화가 각 나라에 있으니 설에 대한 표기는 ‘Korean Lunar New Year’처럼 음력을 사용하는 각 지역의 명칭을 앞에 붙이는 방식으로 표기하든가 아니면 ‘Lunar New Year’로 통합해 적는 것이 옳을 듯하다.

아니면 ‘Seollal’처럼 해당 지역 단어의 음가를 영문화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 결국 중국의 무리한 문화공정에 대한 분노가 이번 설 방송 연예계의 중국 관련 논란을 더 키운 것일 듯한데 중국의 억지에 대해 냉정하게 대응하면서 역으로 우리 내부로의 로컬화에 대한 인식도 이성적으로 다져나가는 것이 문화를 바라보는 성숙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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