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보와 털보’, 김태호 PD의 예술적 노력에 흠집낸 노홍철 논란

[엔터미디어=정덕현]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다. 노홍철은 늘 아슬아슬한 입방정으로 논란과 재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던 게 여러 차례다. 하지만 이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먹보와 털보>에서 그의 입방정으로 생겨난 논란들이 특히 안타까운 건 이로 인해 이제 새로운 세계에 출사표를 던지는 김태호 PD의 남다른 노력이 가려지고 있어서다.

제작보고회에서 비를 칭찬하기 위해 했던 과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게 전조였다면, 2회에서 한 제주도 맛집에 ‘연예인 찬스’를 이용한 예약(물론 편집으로 생긴 오해라 했지만, 방송은 결국 드러난 결과로서 그 스토리를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이 또다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논란들 말고도, 프로그램 내내 “넷플릭스!”를 외치고 다녀 심지어 비가 “사대주의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던 과한 모습들은 ‘힐링’을 추구하는 이 예능 프로그램에 불편함을 줬던 장면들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건 노홍철의 진짜가 담겨진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그는 과거 <무한도전> 시절에도 방송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며, 자신들의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던 예능인이었다. 그러니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한다는 사실이나, 멋진 바이크를 타고 우리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의 풍광 멋진 곳을 달리면서 남다른 감회가 없을 수는 없었을 게다.

하지만 그의 과한 액션들이 진심이었다고는 해도 <먹보와 털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힐링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는지는 의문이다. 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김태호 PD가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대중들에게(또 어쩌면 그간 MBC에서 매주 프로그램을 만들며 지쳤던 자신을 위해서라도) 전하는 여행을 통한 설렘과 위로가 느껴진다. 그래서 시작점에 노홍철이 그 흥분을 드러내는 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마치 후렴구처럼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를 외치며 넷플릭스를 방문하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쏟아내는 건 국내의 시청자들이라면 보기 불편한 장면인데다, 몰입도 깨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논란에 가려져버렸지만, <먹보와 털보>의 진심은 비 내리는 날 부산의 어느 돼지국밥집에서 빗소리와 처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비를 보며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먹고는 잠시 누워 망중한을 보내는 그런 장면에 들어 있다. 또 바이크를 타고 고창의 바닷가 해변에서 말과 함께 나란히 달리며 저 편 지는 해를 바라보는 장면이나, 제주도에서 비오는 밤 이상순과 이효리를 초대해 비가 정성껏 내놓은 음식들을 함께 맛보는 그런 장면에 들어있다. 그 따뜻한 장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친 대중들에게 편안한 안식과 위로를 주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또 자막 하나하나에 거의 디자인에 가까운 정성을 들이고, 달리는 바이크 사이로 또 절벽으로 오르다 갑자기 뚝 떨어지는 드론으로 촬영해 박진감을 더하고, 오래되어 빛바랜 성벽 하나도 하나의 디자인 작품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촬영과 연출에서는 김태호 PD가 늘 주장해왔던 “예능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실현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무엇보다 글로벌의 진짜 지향점은 ‘로컬’이 되어야 한다는 분명한 기획의도가 엿보인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즉 굳이 김태호 PD가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여행 예능을 선택하고 전국의 아름다운 곳곳을 영상미를 더해 담아내려 한 건,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일지 몰라도 글로벌 대중들에게는 최근 관심이 커진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노홍철의 입방정이 만들어낸 불편 요소들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먹보와 털보>는 김태호 PD가 대중들에게 선물처럼 전하려한 의도와 진심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남다른 노력들이 묻어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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