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3’, 이 캐릭터쇼가 여전히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18일 tvN 예능 <식스센스>가 시즌3로 다시 돌아왔다. 첫 회 시청률은 3.5%로 모든 시즌 통틀어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시리즈를 시청자들이 호감을 갖고 기다렸다는 점, 그리고 유재석을 앞세운 <식스센스>의 최고 시청률이 3.5%라는 점이다.

일상성을 넘어 진정성이 예능의 화두가 된 오늘날, 예능은 예능인, MC들의 무대가 아니라 ‘캐스팅’의 시대로 완전히 접어들었다. 이제 신규 예능 중 서바이벌쇼를 제외하면 진행자의 역할은 축소되었고, 예능 선수들이 활약할 운동장은 몇몇 장수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대부분 운동이든, 장사든, 육아든 하다 보니 웃음과 재미가 따라오는 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른바 A급 MC들은 신동엽처럼 진행자라는 자신의 역할을 고수하거나, 강호동처럼 특정 커뮤니티 위주로 활동하거나, 김구라처럼 웹예능을 병행하며 기존 방송에서 다루지 못하는 콘텐츠를 끌어안는 등 각자 자신만의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재석은 국민MC라는 브랜드를 넘어서 이제 하나의 장르를 꿈꾸는 듯하다.

예능 선수들이 땀을 흘리고 노력해서 웃음이라는 열매를 맺는 캐릭터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예능에 대한 그의 신념은 20여년 이상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여타 50대 MC들과 유재석의 결정적인 차이다. 현재 지휘자로 활약 중인 <놀면 뭐하니?>와 <식스센스> 시리즈는 유재석이 생각하는 예능 세계관이자 모델이다. 사적 친분과 방송 동료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패밀리십을 근간으로 하는 <무한도전>과 <런닝맨>은 유재석이 생각하는 예능에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식스센스3>는 불의의 부상으로 빠진 전소민을 제외하면 멤버들이 변동 없이 재출연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게다가 <런닝맨>시절부터 준 고정멤버였던 이상엽이 합세했다. 제작진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많은 자본과 역량을 들여 가짜를 꾸미고, ‘스파이’라는 설정을 더해서 <런닝맨>의 흔적을 남기길 주저하지 않는 ‘추리’ 설정의 강화보다 유재석과 기존 멤버들이 그대로 함께한다는 게 <식스센스>의 새 시즌을 기대하고 기다린 가장 큰 이유다. 즉, 추리와 게임은 멤버들이 티키타카를 하는 당위의 시작일 뿐이다. 앞선 시즌과 마찬가지로 캐릭터플레이를 위한 고비용 전략을 고수하면서 진짜 같은 가짜를 우리 일상의 공간에 창조한다.

그런데 기대 지점에서부터 이야기를 다시 풀어가자면, 제작진이 정교하게 마련한 추리의 세계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의 정수인 캐릭터쇼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시간 40분가량 진짜가짜를 가리는 이들이 활동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서사가 없다보니 따라갈 힘을 잃는다. 경쟁 콘텐츠들을 살펴보자. 연애예능은 아예 인생을 드러내고 진솔함과 미묘한 감정선을 전하고, 인생을 건 스포츠예능의 드라마틱한 전개는 극적인 성취감의 희열을 담는다. 이런 진정성을 갈망하는 흐름 속에서 리얼버라이어티의 캐릭터쇼는 ‘캐미’라는 관계망 설정에 몰두하면서 방송을 얼마나 리얼에 가깝게 풀어내는지가 여전히 관건이다. 관찰예능의 시대가 펼쳐진 이후에도 수많은 캐릭터쇼들이 나타났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다.

<식스센스> 시리즈는 유재석이 다시 한 번 최전성기를 구가한 시점에 그의 가치관과 브랜드를 걸고 새롭게 시작한 예능 시리즈라서 중요하다. 게다가 여성출연자들과 함께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 번째 시즌에 들어서서도 이 캐릭터쇼가 여전히 아쉽게 느껴지고 보다 큰 대중적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의 경쟁자들이나, 이전의 캐릭터쇼, 혹은 앞선 시즌들과 달라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출연자들이 다수고, 여성 출연자들의 주도권을 잡고 웃음을 만들어낸다고 알려진 예능이지만, 기존 리얼버라이어티의 문법 안에서 성별만 바꿨을 뿐이다. 이광수가 <런닝맨>에서 여자 게스트가 나올 때마다 했던 것처럼, 전소민과 미주는 남자 게스트에게 불나방처럼 노골적인 구애를 건넨다. 교포 예능을 보여주는 제시와 함께 ‘여자 예능인이 이런 드립’을 날리는 데서 웃음을 찾는다. 이번 시즌에는 가장 큰 스피커였던 전소민이 빠지면서 여성 출연자들이 주도하는 이런 분위기마저 약화됐다.

캐릭터쇼에 추리, 게임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접목한 <런닝맨>에서부터 가지를 친 유재석의 필모그래피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의 <미추리>도 그렇고,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이 소위 망가지고 털털하고 4차원 매력을 발산하는 데 웃음의 초점을 맞추는 <패밀리가 떴다> 시절, 쌩얼이란 단어가 유행하던 그때부터 예능에서 여성 연예인을 소비해온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예를 들어 <식스센스> 시리즈 같은 경우 여자가 아닌 선수로 대하면서 변화의 전기를 마련한 <골때녀>나 출연자가 제작진이 짜놓은 판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주도적 서사를 마련한 <스우파> 등 요즘 등장한 여성 예능, 여성 서사와 비교가 된다.

기반으로 하는 리얼버라이어티야 말로 예능인들의 마지막 남은 무대다. 노력으로 웃음을 만들고,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주며, 열심히 할수록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유재석이 이 장르를 수호하려는 이유가 충분히 납득된다. 그러나 신선함, 혹은 시대정신이 반영되지 않고는 아무리 유재석이라고 해도, 기존의 리얼버라이어티 공식의 반복만으로는 장르의 부흥을 담보할 수 없다. <런닝맨>에서부터 가지를 친 예능들이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에 한 끗 모자랐던 이유다. <식스센스> 시리즈는 스파이라는 장치를 넣는 등 추리의 재미를 만들기 위한 리뉴얼도 중요하겠지만 여성 예능 차원의 발전 또한 필요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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