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발표회만 했는데 월드투어까지 기대케 하는 ‘댄스가수 유랑단’
‘댄스가수 유랑단’, 이 예능만의 차별점과 성패의 관건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것은 어쩌면 음악이라는 거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섯 분에 집중하다 보니까, 또 다섯 분을 얘기할 때 음악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어서 이제 음악이 따라 나오는 구성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구요.” 오는 25일 밤 첫 방영을 앞두고 있는 tvN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김태호 PD는 이 예능 프로그램의 차별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그 질문은 당연히 김태호 PD가 <무한도전>부터 <놀면 뭐하니?>를 통해 일련의 음악 소재 프로그램을 시도해 온 바 있고, 무엇보다 ‘환불원정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엄정화, 이효리, 화사가 이미 한 번 함께 했던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즉 ‘환불원정대’와 <댄스가수 유랑단>은 어떤 차별점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거기에 대해 김태호 PD는 음악만큼 ‘사람’에 집중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 역시 고민이 있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미 <놀면 뭐하니?>는 김태호 PD가 퇴사해 새로운 회사를 꾸려 나간 후, 이렇다 할 새 프로젝트 대신 이미 성공했던 아이템들을 반복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퇴사한 후 김태호 PD가 후배들과 함께 내놓은 예능 프로그램들도 생각만큼 성공한 아이템이 별로 없다.

<지구마불 세계여행>도 거창한 기획에 비해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인 데다 유튜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혜미리예채파>도 <지구오락실>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한다며 0%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수치적으로도 또 화제성에서도 성공한 건 이효리가 출격했던 <서울체크인>, <캐나다체크인> 정도랄까.

이런 사정이니, 김태호 PD가 이번에 내놓는 <댄스가수 유랑단>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간 김태호 PD가 해왔던 음악 예능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동시에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의 성공 또한 중요하지만, 이건 어쩌면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이효리가 중심을 잡아주는데다, 김완선, 엄정화, 보아에 화사까지 포진했다. 게다가 이들이 전국을 유랑하며(?) 팬들을 찾아가 공연을 하는 내용이다. 기획만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결국 중요해지는 건 차별성인데, 김태호 PD가 말한 차별성은 다름 아닌 사람에 대한 집중이다. 관찰카메라 방식으로 공연도 중요하지만, 그걸 준비하고 또 유랑하며 그들이 함께 나누는 경험이나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들 레전드 여가수들의 우리가 알지 못했던 면면들을 선보일 것이라는 것.

제작발표회는 사실상 이들이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가를 새삼 재확인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다음에도 또 김태호 PD랑 작업을 할 거냐고 묻는 질문에 “다음은 나영석 PD님과 한번 해보고 싶어요.”라며 자신도 또 PD님도 질렸을 거라고 농담을 하는 이효리의 재기발랄함은 말할 것도 없고, 맏언니로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김완선의 여유로움과 최근 <닥터 차정숙>으로 배우로서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임한다는 엄정화의 진심, 또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해보지 않아 더 기대케 만드는 보아의 의외성이나 막내지만 막내답지 않은 시원시원함을 선사하는 화사의 대담함이 이 제작발표회에서는 느껴졌다. 물론 이효리의 농담에 ‘출장 TEO’. ‘삼순이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김태호 PD의 위트도 빼놓을 수 없지만.

결국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라는 점에서 그 관건은 ‘진정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음악을 매개로 하고 있어 이를 빼놓을 수는 없지만 그걸 통해 보이는 출연자들의 진심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전해질 것인가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PD는 출연자들 하나하나를 지목해가며 어떤 지점을 주목해야 하는가를 짚어 주었다. 김완선의 ‘바다 같은 평온함’, ‘엄살 정화’라 불리는 엄정화의 배우 같은 몰입도, 다른 무대까지 챙기는 이효리의 배려와 늘 넘치는 아이디어, 자로 잰 듯 완벽한 데다 무수한 연습으로 다져진 보아의 무대, 남다른 에너지로 ‘퀸 화사’라 불리는 화사의 아우라가 그것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엄정화는 이 멤버 그대로 ‘월드투어편’을 하는 건 어떠냐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효리가 ‘환불원정대’에서 툭 던진 한 마디로 시작한 <댄스가수 유랑단>처럼, 이 제작발표회에서 툭 던져진 엄정화의 ‘월드투어편’도 이어지는 건 아닐까. 제작발표회를 했을 뿐이지만 심지어 월드투어까지 기대케 만드는 이 저력은 아무래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앞으로 방영될 <댄스가수 유랑단>의 재미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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