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의 ‘서울체크인’과 나영석의 ‘뜻밖의 여정’의 공통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선보인 신규 콘텐츠인 김태호 PD의 <서울체크인>과 나영석 PD의 <뜻밖의 여정>은 공교롭게도 팔로우업 예능이다. 티빙 <서울체크인>의 파일럿은 MAMA시상식에 참여하는 가수 이효리를 담았고, tvN <뜻밖의 여정>은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과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L.A일정을 함께한다.

리얼 버라이어티부터 관찰예능을 거쳐 웹예능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카메라는 점점 더 출연자의 일상 깊숙이 들어오고, 시청자와 출연자의 거리는 점점 더 좁혀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시상식을 비롯한 특정 이벤트의 백 스테이지를 비추고, 그 준비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팔로우업’은 정말 많이 봐온 관찰예능의 흔한 소재 중 하나다. 그런데 보통은 일회적인 에피소드로 기획되었던 이 팔로우업 콘텐츠를 두 명의 예능 대가가 각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기획해 내놓았다.

간 김에 찍는 일타쌍피의 기획은 현실적인 고민과 팬데믹의 종식을 눈앞에 둔 시점의 열망을 두루 반영한 새로운 풍경이며, 갖은 발골 기술을 연마하는 IP시대의 콘텐츠답다. 떠나는 명분이 확실하니 현실논리에 막혀 있던 여러 제약들이 일소된다. 일상을 벗어난 공간에서 비추는 카메라는 지난 2년간 불가능했던 여행예능의 콘텐츠, 즉 좋은 사람들과 함께 떠나온 설렘을 복원해낸다. 나영석 사단의 전매특허인 특별한 울타리를 만들어 동화 같은 세계를 그려냈던 기존 방식(<삼시세끼>, <윤식당>)보다 훨씬 간단하고 가볍다. 이효리의 경우 인간적 매력을 드러내는 것은 여전한데 민박을 치다 이사까지 가게 된 온갖 귀찮은 일에서 해방됐다. 심지어 다른 여정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는 굉장히 범용성이 좋은 시리즈 포맷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전제가 있다. 한 회분 에피소드가 하나의 IP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은, 국내 최고 예능 거물들이 팔로우업 예능을 내놓는 이유는, 예능 프로덕션의 최고 자산은 캐스팅 능력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 체크인>은 서울에서 스케줄을 마친 이효리가 어디서 자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갈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이야기고, <뜻밖의 여정>은 윤여정의 뜻밖의 인맥을 통해 다시 한 번 그만의 매력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NBC <캘리 클락슨쇼>가 한 명의 게스트와 15분가량 대화를 나누면서 근황부터 메시지를 얻어낸다면 이 콘텐츠는 스튜디오 밖에서 며칠간 동고동락하며 관찰하고 담아내는 일종의 휴먼 다큐에 가깝다. 출연자 입장에선 당연히 부담이 훨씬 크지만, 그럼에도 이런 거물급을 설득해 성사시킨 것 자체가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기존 팔로우업과 달리 백스테이지를 생생하게 담는다거나 긴장감을 함께 호흡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두 편의 팔로우업 예능 모두 누군가의 성취를 중심으로 누군가의 삶의 철학과 가치관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실제로 재미도 웃음의 크기가 아니라 윤여정과 이효리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먹고 입고 사는 것부터 삶의 가치관까지 지켜보면서 배우고, 느끼며 감동을 받는다. 뚜렷한 지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아이콘인 만큼 메시지도 명확하다.

이효리와 윤여정의 곁에 좋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밝은 에너지와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를 남긴다. <서울 체크인>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엄정화와 이효리가 마주 앉은 든든한 연대가 주는 위로로 다가온다. 은지원, 김종민, 보아 등 오랜 세월 함께 같은 일을 해온 여러 동료들과 편안한 만남과 수다에서 무심하게 나오는 이효리의 생각(말)들은 휘발되는 웃음과 달리 하나씩 조각되어 남는다.

윤여정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낸 이면지에 빼곡히 적힌 자필 영어 문장들은, <뜻밖의 여정>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다. <파친코>의 프로모션 인터뷰를 앞두고 준비한 이 이면지에 담긴 노력과 시간은 공식석상에서 보여준 여유와 재치 넘치는 모습과 능숙한 영어 능력의 이면에 해당한다. 그의 짐과 쇼핑 목록에서부터 먹는 것, 운동, 하루 일과의 루틴을 지키는 자기 관리를 지켜볼 수 있다.

<윤식당>이나 <윤스테이>를 통해 익히 알아온 윤여정을 다시, 새로운 공간과 상황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자기계발의 자극에 가깝다. 예술이 아니라 감정을 싣는 노동이라는 연기론, 잘 하기 위해서는 외우고 또 외우고(노력하고 노력하는) 방법 이외의 지름길이 없다는 가르침, 여전히 노력하고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윤여정의 오랜 동생이자 친구의 말대로 나이에 상관없이 꿈을 꾸고 나아갈 수 있다는 살아 있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래서 운전대를 쥔 채 여기서 가장 애매하다고 한 이서진의 말은 웃픈 현실이다. 그 특유의 인간미와 귀찮음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세련된 매너가 유감없이 발휘되며 L.A의 풍경과 맛을 담당하고 있지만 왠지 빈자리를 알아서 침투해야 하는 메뚜기족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두 편의 팔로우업 예능의 흥행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예능이 발전하고 변하고 진화하는 정제를 거치면서 남는 것은 사람이란 말이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더욱더 지속될 예능의 경향이다. 웹예능이 대두되면서 사람들은 숏폼, 기존 TV예능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이야기하지만,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난 큰 변화는 기존 TV예능에서 기획할 수 없었던 1인 혹은 소규모 출연진 구성이다.

한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따라서 성패를 좌우하는 인간적 매력과 원맨쇼 능력이 더욱 부각된다. 윤여정, 이효리는 모두 훌륭한 아티스트인 동시에 예능을 통해 ‘인간적 매력’을 발견한 인물이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대, 제작진의 가장 큰 능력 또한 대중을 공명하게 만드는 캐릭터를 찾거나 갖고 있는 기술이 가장 중요해졌다. 리얼버라이어티 시절 이후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자주 잊게 되는 이야기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티빙,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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