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체크인’ 파트2가 기대되는 또다른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다음달 3일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있는 티빙 오리지널 <서울체크인>은 여러모로 성공적이다. 티빙은 유료가입기여자수와 시청 UV 모두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고, 웹, OTT 예능이 가진 신선함과 강박을 넘어서 잘만 만들면 기존 TV예능의 코드로 웹 플랫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효리라는 브랜드가 여전히 뜨겁게 회자되고 있다. 다른 지표나 수치를 볼 필요 없이 성공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서울체크인>을 보면 몇 가지 프로그램이 머릿속을 스친다. 가장 먼저 제주도, 요가 등으로 상징되는 한 명의 뮤지션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된 이효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 예능들과 김태호 PD와 함께 뜨거운 여름을 만들었던 <놀면 뭐하니?>의 ‘싹쓸이’, ‘환불원정대’가 떠오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때 함께했던 엄정화, 비, 화사가 주요한 서울 인맥으로 다시 등장하고, 최근 비의 유튜브채널 <시즌비시즌>에도 이효리가 출연하는 등 실제 친분을 바탕으로 실타래가 풀려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식 세계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체크인>의 볼거리는 사실 관찰예능에서 익히 봐왔던 구성이다. 자신이 체득한 생각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주관대로 소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화보촬영 팔로업, 유명 연예인들의 애정고백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여전히 프로페셔널한 이효리의 눈부신 면모를 강렬하게 대비시킨다. 캐스팅으로 화제성을 폭발시키고, 성장 서사를 빌드업하는 모습도 낯이 익다.

김완선, 박나래, 홍현희, 보아, 이찬혁, 은지원, 신지, 김종민, 딘딘 등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세계관을 확장하고, 그 과정에서 댄스가수유랑단 프로젝트라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당대 톱 여성 댄스가수들이 함께 팀을 이뤄 전국을 누비는 또 다른 콘텐츠의 씨앗을 발아한다. 오늘날 IP의 시대에 걸맞은 프로젝트 전략이기도 하지만, 이 모두 <무한도전>에서 봤던 김태호 PD만의 경쟁력이다.

지금까지 많은 방송과 매체로 소개 및 소비됐지만 앞뒤로 해도 이름이 똑같은 이효리는 여전히 반갑고, 궁금하고 놀랍다. 유쾌한 분위기와 일상의 쉬운 언어로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술술 풀어내면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넘어 이제는 일종의 구루처럼 보이기도 한다. 익숙한 설정 속에서 이효리의 여전한 매력을 만끽하는 와중에 제주도 동네 친구들과 서울 여행을 즐기는 5화부터는 서울을 주인공으로 삼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 겹쳐 보인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서울이 매력적인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센세이션했다. 우리네 익숙한 일상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여행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자각이었다. 특별할 것도, 별다를 것도 없다고 생각해왔던 서울이 (선진국 출신) 외국인들의 눈에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심지어 꽤나 멋진 곳에서 살고 있다는 부러운 표정을 보는 것이 곧 재미였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후 <서울체크인>은 서울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봐도 누가 봐도 신나고 재밌는 일이 벌어지는 힙한 동네로 보여준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워크웨어 자켓이나 아웃도어웨어 위에 배낭을 메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수수한 차림의 친구들이 갖는 설렘과 우정, 변신은 서울이란 도시를 매력적으로 비추는 프리즘이 된다. 자연이 좋아 떠난 제주 친구들이지만 찌든 도시 일상, 자본의 표상, 콘크리트숲의 삭막함을 지적하지 않고 메가시티 서울의 색과 풍경, 멋에 열광한다.

“약간 외국 온 것 같다”는 그래서 재밌는 표현이다. 서울이란 도시가 낯선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여행하면서 <서울체크인>이란 제목 그대로 서울이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라이프와 대비되는 서울의 빠르고, 높고, 거대한 특징, 콘크리트 정글을 가로지르는 한강 위에 펼쳐진 노을의 빛깔을 포착해 서울이란 도시 특유의 활기와 매력을 담아낸다. 그리고 이를 돕는 것이 시리즈 전반에 깔려 있는 흔히 말하는 감각적인 영상미다.

<서울체크인>은 이효리의 시선과 동선을 따라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안내할 뿐 아니라 역동적인 빠른 편집, 감도 높은 음악을 깔아 오늘, 서울의 바이브를 발산한다. 서울의 존재감이 각인되는 이런 장치들로 인해 <서울체크인>은 지금껏 여러 편 봐온 이효리 원톱 예능과는 또 다른 새로운 볼거리로 다가온다. 이 콘텐츠에서 공들여 포착한 서울의 풍경들은 단순히 예쁜 배경이 아니라 정서적 감도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에서는 특별한 설명 없이 오프닝 시퀀스로 뉴욕이란 도시의 정서와 무드를 표현해낸 HBO의 드라마 <하우투 메이크 인 아메리카>가 떠오른다.

지상파를 벗어난 김태호 PD의 척 작품인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 또한 전국 각지의 풍경을 세련된 영상으로 담았다. <서울체크인>도 마찬가지로 캐스팅과 구성은 MBC시절에 보여준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기획의 방향과 목표는 확연히 다르다.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고, 제작진의 감도 높은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다.

그래서 <서울체크인>은 이효리를 따라 다니는 팔로업 예능인 동시에 도시 서울의 매력을 소개하는 글로벌한 프로모션 같다. 해방촌부터 북촌, 성수 등등 한강의 야경, 잠실의 최고급호텔 스위트룸까지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원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울의 다양한 표정을 즐겁고 들뜬 분위기 속에서 담아낸다. 그래서일까 많은 부분 녹아들어 있는 PPL이 전혀 어색하거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파트2에서는 아티스트 이효리의 프로젝트들이 구체화되고 진행되는 과정이 본격화되겠지만, <서울체크인>이 새로워지는 데는 서울의 역할이 크다. 이효리와 함께 보여질 서울이 얼마나 새로운 공간과 매력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되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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