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댄스가수 유랑단’이 하면 울컥하게 될까
‘댄스가수 유랑단’, 세월을 넘어 마음이 통하는 순간

[엔터미디어=정덕현] “2012년에 가고 축제를 처음 간 거야. 근데 지금 대학생이 2004년생이래. 근데 ‘Hey Girl’이 2003년에 한 노래거든.... 모르는 노래를 하는 부담감이 약간 있었어. 나를 모를 텐데 하면서. 떼창은 안 나왔지. 근데 애들이 신곡인 줄 알더라고. 아예 모르면 NEW가 되잖아. 그래서 다행인 거 같애. 우리 팬들이 팬클럽 카페에다가 언니 ‘헤이 걸’로 다시 활동해 주세요. 우리 철저하게 모른 척 해드릴게요. 막 이러면서. 신곡처럼.”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성균관대 축제 무대에 섰던 이효리는 그 경험이 남다른 느낌을 줬던 모양이다. 곡이 나왔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관객들 앞에서 그 곡을 부르는 것이니 설렘과 함께 불안감이 없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이효리가 무대에 등장하자 그것만으로도 관객들은 반색했고, ‘Hey Girl’이 다소 낯설어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줬다. 물론 ‘10 minutes’이 나오자 노래를 따라하며 열광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성균관대 축제 무대에 선 김완선도 그 소회는 마찬가지였을 게다. 너무 오랜 만에 축제 무대에 서는 것이라 그 역시 자신과 노래를 관객들이 모를 것이라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첫 무대로 ‘오늘밤’을 부르며 한껏 흥을 돋워놓은 김완선이 열정적인 춤과 더불어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를 부를 때는 떼창이 이어졌다. 아이유의 리메이크로 인해 젊은 세대에게도 잘 알려진 곡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레전드 원곡 가수의 여전한 무대에 팬들도 들썩이게 됐던 것.

고대 축제에 보아와 함께 나섰던 엄정화도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자신을 몰라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엄살 정화’라는 별명처럼 막상 무대에 오르니 눈빛부터 달라진 엄정화가 부르는 ‘Poison’은 곧바로 관객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노래가 끝난 후 “제가 누군지 아세요”라고 묻는 질문에 “엄정화”라는 답변과 함께 “차정숙”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었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으로 ‘우주의 기운’이 모이고 있는 엄정화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가수가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그걸 즐기며 따라 부르는 관객의 풍경은 익숙한 것이지만, <댄스가수 유랑단>에서 그것은 다른 느낌을 준다. 거기에는 이효리가 말했던 것처럼, 20년이 훌쩍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도 이들이 관객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활동했던 가수들이지만 관객들의 마음이 그런 시간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는 어떤 순간을 보여줄 때의 흐뭇함과 안도감, 고마움 같은 감정들이 생겨난다.
이런 감정은 <댄스가수 유랑단>이 마련한 특별한 팬 사인회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제작진이 다양한 연령대로 총 100명의 팬을 초대한 그 자리는 스타와 팬이 만나는 자리였지만, 그 관계를 뛰어넘어 진심과 진심이 서로를 알아보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제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언니예요”라고 하고 옛 앨범과 기사 스크랩한 것들을 가져와 보여주며, “앞으로 20년 전 더 가자.”는 말에 “당연하죠 저 디너쇼도 갈 거예요”라고 답해주는 팬들이었다.

얼마나 오래 됐으면 이름까지 다 알고 있는 23년차, 25년차 찐팬들은 사실상 함께 세월을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5년차 팬에게 “어딜 가나 와줘?”, “고마워 어떻게 이렇게 지켜줘”라고 말하며 울컥하는 엄정화에게 “몇 번 못 보잖아요. 진짜 기를 쓰고 어떻게든 와요”라고 말해주는 팬이나, 엄정화의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게 소원이라면서 갑상선 수술을 했던 엄정화를 걱정하며 “누나가 너무 힘드시면 안 해도 되는데 그냥 팬들의 소원이에요“라고 말해주는 팬에게서는 그 애틋한 진심이 묻어난다.
전혀 감정 동요가 없을 것만 같던 김완선조차 1집부터 9집까지 다 사서 모았다는 한 남성 팬이 전한 진심 앞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 “예전에 누님한테 메일이나 글을 썼었는데 힘들 때 해줬던 말이 가슴에 와 닿은 게 있어서... 인생을 소풍처럼 즐기다 가자고 그런 말을 듣고 너무 좋았어요.” 조심스럽게 꺼낼까 말까 고민하다 내놓은 그 고마움의 마음이 김완선에게 닿고 그렇게 마음을 전했다는 것에 먹먹해하는 팬의 모습을 보며 김완선도 울컥하는 감정이 생겼던 것.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간다. 그렇게 그 흐름 위에서 우리 모두는 사라져가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댄스가수 유랑단>은 음악을 매개로 이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에도 누군가 우리를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그들의 진심이 그 무심한 시간을 훌쩍 넘어서는 순간을 마주할 때의 안도와 편안함과 고마움 같은 감정들이 이들의 무대에서는 느껴진다. 알 수 없는 울컥함의 정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관련기사
- 엄정화가 험난한 이 바닥에서 현재진행형 톱스타로 살아남은 비결
- 여전히 놀라운 춤선에 행복에너지까지 더한 38년차 댄싱퀸 김완선
- 이효리가 몰래 흘린 눈물에 담긴 것(‘댄스가수 유랑단’)
- 이효리보다 한술 더 뜬 엄정화, 김태호PD 일복 터지겠네(‘댄스가수 유랑단’)
- 아직도 이효리 브랜드를 의심하는 사람 있습니까?
- 이효리 이름값으로 경주여행을...‘이효리 사용 설명서’ 보유자들의 현명한 선택
- 비 오는 날 막걸리에 부추전, 그리고 이효리 눈물의 의미(‘단둘이 여행 갈래?’)
- 25년 세월의 직격탄 맞아 억울한 엄정화의 묘한 매력(‘금쪽같은 내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