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백현진·심소영 통해 느껴지는 악역의 진수

[엔터미디어=정덕현] 백현진에 이어 심소영이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악역을 맡은 배우들이다. 현실에서 벌어졌던 심각한 사건들을 드라마로 가져와 한바탕 허구의 카타르시스 복수극을 전하고 있는 드라마의 성격상 주인공들만큼 중요한 게 악역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 두 배우들의 악역은 한번쯤 짚어볼만 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백현진은 불법 동영상을 찍고 유포해 돈을 벌어들이는 유데이터라는 회사의 박양진 회장 역할로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한 연기자다. 박양진 회장은 불법 동영상 웹하드업체 대표로 엽기적인 행각까지 벌였던 양진호 회장을 그 모델로 재해석한 인물이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다뤘던 양진호 회장의 행각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닭을 풀어놓은 후 직원들에게 석궁으로 쏘게 하고 일본도로 내려치게 했고, 생마늘을 직원의 입에 넣거나 핫소스를 강제로 먹게 하고 머리카락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염색하게 하는 등의 사내 폭력과 갑질 행각을 벌였던 것.

물론 시청자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이름이다. 하지만 백현진은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 아동학대를 하는 개장수 역할이나, 영화 <은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다. 또 최근 씽씽밴드에 이어 이날치밴드를 이끌고 있는 장영규와 함께 어어부 프로젝트라는 밴드 활동을 했던 아티스트로도 유명하다.

드라마는 거의 비슷하게 박양진 회장 사건을 재구성했고, 백현진은 현실감과 과장이 섞여져 마치 그 인물을 풍자하는 것 같은 연기로 몰입감과 통쾌함을 전해 줬다. 돈이면 뭐든 된다는 식의 갑질 폭력을 일삼으면서도 어딘지 찌질한 모습은 무지개 운수팀에 의해 당한 처절한 응징을 더욱 시원스럽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로 펼쳐진 보이스피싱 업체 이야기에는 심소영이라는 신스틸러가 악역으로 등장했다. 어딘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의 틸다 스윈튼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분장으로 보이스피싱 사기단을 이끄는 조선족 림여사 역할을 연기했다. 조선족 사투리에 눈빛과 튀어나온 이빨이 살벌한 느낌을 주는 이 인물은 칼부림을 하는 액션으로도 시선을 뺏기에 충분했다.

조선족 왕사장으로 변신한 김도기(이제훈)가 은근히 림여사에게 접근해 마음을 빼앗고, 그들이 했던 것처럼 사기를 쳐서 돈을 몽땅 뺏는 이야기. 림여사는 쉽게 김도기에서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흔들리는 멜로가 섞인 악역으로, 심소영은 그 복합적인 캐릭터를 과장되게 풍자하면서도 몰입할 수 있게 연기해냈다.

워낙 분장이 특별해서 심소영이라는 배우가 어떤 인물인지 떠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tvN <구미호뎐>에서 ‘어둑시니 녹즙아줌마’를 이야기하면 단박에 기억나는 배우일 게다. 짧게 등장했지만 묘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 인물. 연극배우 출신으로 <내가 죽던 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암수살인> 등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다.

맞는 이들이 리액션을 잘 해줘야 액션 연기의 타격감이 살아난다고 했던가. <모범택시>는 확실히 리액션 좋은 악역들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 드라마다. 처음 등장했던 젓갈공장 악덕사장 역할을 한 태항호가 그렇고, 유디스크 박양진 회장 역할을 한 백현진에 이은,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림여사 역할을 한 심소영을 비롯한 많은 빛나는 악역들이 있어 드라마가 더욱 통쾌해지고 있다. 악역의 품격이 느껴질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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