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빌런들의 향연... 마무리 차지연의 어깨가 무겁다
‘모범택시’ 강력한 악녀로 변신한 차지연, 끝까지 몰아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판 내가 짠 거야.” 무지개운수 대표 장성철(김의성)에게 그렇게 말하며 뒤통수를 친 백성미(차지연)가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냈다. 사설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들을 빼돌리고, 구영태(이호철)와 맞교환하려던 찰나에 강하나(이솜) 검사와 광역수사대가 급습하자, 백성미는 아예 장성철과 최주임(장혁진)을 붙잡아 목숨을 위협했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의 이야기는 이제 ‘복수대행’이 아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 복수대행이 야기한 위기를 다루고 있는 것. 어차피 복수대행이라는 방식 자체가 정의 구현의 해법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모범택시>는 이제 그 파격적인 스토리를 복수대행이라는 그 조직적인 시스템이 무너지는 과정으로 마무리를 시작한 것.

여기서 최고의 빌런일 수밖에 없는 건 무지개운수 팀이 복수대행으로 체포한 악당들을 사설감옥에 가둬주던 백성미다. 드라마 초반에는 무지개운수 팀과 같은 목적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죄수들을 이용해 장기밀매 사업을 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백성미와 무지개운수 팀 사이의 균열이 예고된 바 있다. 그리고 결국 무지개운수 팀의 뒤통수를 친 것.

백성미의 파행으로 <모범택시>는 다양한 위기 국면들을 만들어냈다. 사설감옥에서 빼돌린 죄수들이 탈출하면서, 각자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이들에 대한 역복수를 시작한 것. 첫 에피소드로 등장했던 젓갈공장의 피해자였던 강마리아(조인)는 그를 계속 괴롭혀왔던 조종근(송덕호)이 나타나자 공포에 질렸다. 마침 연락을 받고 달려온 안고은(표예진)이 강마리아를 구해내려 했지만, 그의 언니를 자살에 이르게 했던 성범죄자 최민(서한결)의 습격을 받았다.

이로써 김도기(이제훈)가 바빠지게 됐다. 먼저 백성미에게 붙잡힌 장성철과 최주임을 구해내야 하고, 안고은과 강마리아 또한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백성미와의 일전을 벌여야 하고, 그들을 뒤쫓는 광역수사대를 따돌리고 강하나와의 약속을 지켜내야 한다.

의뢰인에 의해 사적 복수 대행 의뢰를 받고 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이제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는 전개를 보이게 됐다. 일정한 패턴을 보이던 이야기가 후반부에 이르러 힘이 빠질 수 있는 약점을 이런 새로운 국면의 이야기로 전환하고 있는 것.

여기서 중요해진 인물은 백성미다. <모범택시>는 결국 어떤 빌런들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긴장감과 몰입도가 생기는 드라마다. 유데이터 박양진(백현진) 회장이나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림여사(심소영)가 <모범택시>에 강력한 극성을 만들어냈던 건 그래서다. 이제 그 끝판왕으로서 백성미가 이빨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교통사고로 남편(박근형)이 죽고 홀로 살아가는 인물인 척 했던 백성미는 사실 계획적으로 남편의 눈을 멀게 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잔혹한 인물이라는 게 밝혀졌다. 명령을 받은 구영태와 구석태 형제가 트럭으로 남편만 사망하게 사고를 내고, 그 차량 안에서 피 흘리며 울다가 웃는 백성미의 모습은 소름 돋는 빌런의 탄생을 예고했다. 과연 그는 <모범택시>가 끝까지 질주할 수 있는 빌런의 동력을 만들어줄 것인가. 후반부의 힘이 그의 어깨에 달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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