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수’, 감성 명곡 되돌려 주는데 진심인 색다른 오디션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울고 웃고 하던 대중음악에서 멀어진 이들이 있다. 이들은 사랑의 기쁨과 슬픔, 삶의 애환과 행복을 떠올릴 때마다 노래 한 구절이 꼭 연관 지어지는, 감성 풍부한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고, 세상살이와 경험의 생채기들로 감정에 굳은살이 배겨 그런 노래들을 덜 찾게 된 것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도 그런 감성 음악이 필요하지만 예전의 그런 노래들이 가까이 없어 음악으로부터 떠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유튜브의 알고리즘이나 음원사이트의 빅데이터 추천 음악들은 왠지 딱 안 맞는다. TV를 가득 채운 케이팝이나 트로트도 존중은 하지만 즐기거나 푹 빠져들기에는 뭔가 거리가 있다.

KBS 새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이하 <새가수>)는 이런 이들을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명곡을 2021년 감성으로 다시 살릴 새 가수 찾기 프로젝트’를 표방하면서 음악에 울고 웃다 현재 유행 음악에는 그럴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새가수>는 오디션이기는 하지만 누구를 뽑는 것만큼이나 선곡에 무게 중심이 크게 실려 있다. 프로그램 제목에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가 ‘새가수’ 보다 먼저 등장하고 기획 의도에도 ‘명곡’을 강조하고 있다. 70~90년대라는 시대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멜로디 음악의 마지막 절정기로 꼽히고 있다. 귀를 떼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들이 대중음악계를 뒤덮던 시기였고 이때 나올만한 멜로디는 다 나와 더 이상 남은 것이 없어 비트가 중심이 되는 힙합의 시대로 트렌드가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1990년대는 좀 덜 하지만 실제로 70, 80년대는 멜로디로 역사에 남을 명곡들이 록, 포크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해, 흔히 발라드라 통칭하는 상대적으로 느린 템포의 곡들로 대거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 시절 음악팬들은 특히 수줍음, 망설임, 투명함, 순수함 등이 짙게 밴 감성을 아름다운 곡조로 극대화하는 음악에 빠져 살았다.

지금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된 이 리스너들에게 지금 유행하는 음악들의 비트가 강조된 음악 구성도, 적극성 넘치는 가사의 내용도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 그런 이들에게 <새가수>는 다시 빠질 만한 음악을 챙겨 들려주고 있다. <새가수>에는 템포가 있는 곡들도 종종 등장하지만 멜로디가 강조된 감성 발라드로 묶일 그런 곡들이 주를 이룬다.

대중음악으로 귀환하고 싶어하는 떠나간 리스너들의 마음들이 수면 아래 상당한 에너지로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근래 종종 확인됐다. 가요계를 뒤흔들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 OST 경우나 80, 90년대 감성적인 대중음악의 큰 축을 담당했던 학전이나 동아기획 가수들이 올해 초 <아카이브K> 등장으로 화제성이 급증한 사례가 그러하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터>,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 등 인기 프로그램들의 초격전지 사이에서 3%대의 나쁘지 않은 시청률로 출발했다는 사실도 <새가수>가 들려주는 음악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새가수>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명곡들을 소환해 리스너들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요즘 젊은 세대 가수들의 해석에 맡겼고 이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듯하다. 오디션에 도전하는 젊지만 실력 있는 무명 가수들과 70~90년대 명곡의 만남은 그리웠던 멜로디와 새로운 세대의 감성이 잘 결합되는 시너지를 일으켜 많은 경연곡들이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새가수>가 들려주고자 하는 곡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클래식들이다. 클래식은 재해석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되살아나는 속성을 갖고 있는데 <새가수>는 경연 무대를 통해 70~90년대 곡들이 클래식임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참가자들이 도전적이고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클래식에 대한 넘치거나 부족한 해석이 벌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새가수>는 이들에게 기회를 더 주는 와일드카드 제도를 운영해 빼어난 실력의 젊은 감성들이 자신과 잘 맞는 명곡을 결국은 찾아 본인들과 곡 모두 빛나는 순간을 보여주기를 기다려준다.

<새가수>에 굳이 아쉬움이 있다면 참가자들의 선곡이 어딘가 들쑥날쑥한 느낌이 있다는 점 정도다. 반갑고, 들으면 다시 감성이 충만해지는 곡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과연 저 선곡이 최상인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꽤 있다. 그만큼 70~90년대는 명곡이 많고 많았기 때문이다. <새가수>가 그 시절 그 명곡들을 다루기로 했다면 부딪힐 수밖에 없는 본질적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새가수>는 기대가 크다. 감성의 시대 명곡들을, 새로운 세대 감각을 더해 이처럼 집중적으로 다시 만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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