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시청률 온도 쭉쭉 올라가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주말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의 부제는 ‘사내연애잔혹사 편’이다. 하지만 <기상청 사람들>의 총괄예보관 진하경(박민영)과 기상특보 이시우(송강)의 로맨스를 보다보면 아직까지 그리 잔혹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물론 진하경과 대변인실 통보관 한기준(윤박)의 경우를 볼 때, 망한 사내연애가 얼마나 잘근잘근 씹히는지 잘 보여주기는 했다만.

하여튼 <기상청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왜 그 동안 기상청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가 없었을까 궁금해진다. 그만큼 굉장히 깔끔하게 만들어졌다. 특히 기상청이란 낯선 공간에서 두 남녀의 사랑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을 잡아가는 솜씨가 굉장히 세련됐다.

사실 그 동안 드라마 애청자에게 기상청은 불모지의 공간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수많은 병원과 레스토랑, 심지어 법정부터 방송 현장까지 로맨스물의 공간으로 종종 바뀌었다. 하지만 기상청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기상청은 날씨를 관측하는 지루한 곳인 동시에, 법정이나 병원처럼 극적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곳이라는 편견 때문이겠다.

실제로 <기상청 사람들>의 첫 회가 방영되었을 때는 과연 로맨스를 떠나 기상청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궁금해 할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회가 거듭될수록 뭔가 기상청과 날씨의 세계에 시청자를 빠져들게 만든다. 기상청의 배경이 상상력이 아니라 충실한 자료 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덕이다.

그렇기에 <기상청 사람들>은 날씨 예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 튀기는 설전을 벌이는지 선명하게 드러낸다. 또한 기상청의 용어가 과학적이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날씨는 늘 우리의 일상과 함께해서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온다.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속 우주배경 달 기지가 아무리 그럴 듯한 CG로 펼쳐져도, 큰 감흥이 없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월수의 미스터리를 찾는 달기지의 세계보다 날씨의 정확한 예보를 찾는 기상청의 세계가 더 입체적이고, 흥미로우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이다. 또한 기상청 직원들의 예보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직업군에 대한 매력이 살아나기도 한다. JTBC 드라마 <허쉬>처럼 어떻게든 기자라는 직업을 멋져 보이게 포장해도 멋이 없던 것과는 달리, <기상청 사람들>은 이 기상청 직원들의 세계를 꼼꼼하게 그려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사람들로 느껴진다. 이처럼 기상예보에 대한 디테일로 일단 드라마 자체가 탄탄한 골격을 갖추었다.

그런데 <기상청 사람들>을 보기 전까지 기상청 로맨스에 써먹을 치트키가 상당수 포진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일단 날씨 예보 때문에 인물들의 대립각 세우기가 종종 일어난다. 당연히 이 대립각은 로맨스물에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충실한 기폭제 역할을 한다. 또한 남녀 주인공들이 닭살 돋는 대사들이 아닌 날씨에 대한 지적인 토론을 이어가며 서로에게 이끌린다. 지적인 로맨스는 사실 한국 드라마에서 생각보다 좋은 타율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기상청 사람들>은 이 어려운 문제를 기상청이란 탄탄한 배경을 통해 풀어간다.

거기에 변하기 쉬운 날씨와 감정이 들쑥날쑥 날뛰는 로맨스는 얼마나 비슷한가? 특히 썸 타는 시기에 우리에게 로맨스예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타로카드 술사들이 로맨스예보관을 대신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상청 사람들>에서는 진하경과 이시우가 비밀스러운 사내연애 커플이 될 때까지의 우여곡절을 굉장히 잘 그려냈다. 또한 두 주인공을 통해 사내연애 커플들에게 공감을 주기도 했다. 설령 폭풍 같은 하룻밤이 있다 하더라도, 다음 날 다시 맑은 이성이 돌아오면 불구덩이 같은 사내연애에 뛰어들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이다. 허나 안개처럼 연막을 쳐 다른 사람의 눈을 속이고 서로의 다정한 가시거리를 확인하는 사내연애는 얼마나 짜릿한가? <기상청 사람들>은 이처럼 날씨예보와 로맨스예보를 동시에 진행하며, 촉촉한 로맨스의 단비에 젖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드라마다. 그러니 시청률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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