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불쾌지수 높이는 윤박의 하드캐리

[엔터미디어=정덕현] 진상 중의 진상이고 찌질이 중의 역대급 찌질이다. JTBC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의 한기준(윤박) 이야기다. 사실상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 드라마의 최강 빌런을 자처하는 인물. 너무 과하게 빌런화되어 있는 캐릭터라 이를 연기하는 윤박이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다.

진하경(박민영)과 10년간이나 사귀고 결혼을 앞둔 마당에 채유진(유라)과 바람이 나 파혼까지 한 한기준이다. 게다가 그는 채유진과 결혼을 했고, 뻔뻔하게도 진하경을 찾아와 자신이 돈 몇 푼 더하지도 않은 아파트의 재산을 분할하자고 우긴다. 같은 직장에서 계속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는 걸 은근히 위협하면서.

그런데 한기준은 결혼한 채유진에게도 마찬가지로 찌질하다. 채유진이 과거 이시우(송강)와 동거를 했던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를 쿨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술에 취해 뜬금없이 진하경을 찾아와 “너도 이렇게 아팠냐?”고 말도 안되는 진상을 부린다. 그리고 급기야 기상청에서 브리핑 도중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이시우의 멱살을 잡고 주먹다툼을 벌인다.

물론 <기상청 사람들>에서 한기준만큼 채유진도 만만찮은 악역이다. 이시우를 배신하고 한기준과 결혼한 후, 그에게 갖가지 거짓말을 하더니 혼인신고를 하자는 말에 덜컥 겁이 났던지 이를 거부한다. 이기적인 면을 보이지만, 그래도 채유진은 아직까지 결혼이라는 상황에 적응 못하는 상황으로서 어느 정도 이해되는 면은 있다.

하지만 한기준은 다르다. 그는 <기상청 사람들>의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들고 그래서 극성을 높이는 인물로 활용되고 있고, 나아가 진하경에게 번번이 두드려 맞음으로써 이를 사이다로 풀어내는 역할도 맡고 있다. 사실상 이 드라마의 고구마와 사이다를 쥐락펴락 하는 빌런 캐릭터로 서 있는 셈이다.

‘불쾌지수’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서인지 8회는 불쾌지수가 높은 날 더 예민해진 사람들이 갈등과 마찰을 일으키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거기에서도 한기준은 ‘불쾌지수’를 높이는 역할에 앞장서는 인물로 나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드디어 한기준이 진하경과 이시우의 사내연애를 알아차리는 상황이 등장했다. 앞으로 그가 만들어낼 찌질한 진상 짓이 얼마나 이 드라마의 ‘불쾌지수’를 높일지 예상되는 바다.

드라마에서 악역은 극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과잉된 악역은 이야기를 너무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 적어도 이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이유 같은 게 설득되어야 악역은 그저 기능적인 존재(극성을 만드는)가 아닌 살아있는 캐릭터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기상청 사람들>의 역대급 찌질이 한기준 캐릭터에는 남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저런 인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빌런화되어 있고, 어쩌면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그런 악역들이 의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이를 연기하는 윤박이 애처롭게 보이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과잉된 ‘불쾌지수’는 극성을 높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공감과 몰입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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