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멜로와 직업의 균형 잡힌 결합

[엔터미디어=정덕현] 적어도 엔딩은 <스물다섯 스물하나>보다 낫다? JTBC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은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으며 종영했다. 도박중독에 빠져 가정을 버린 아버지로 인해 비혼주의자가 됐던 이시우(송강)는 암에 걸린 아버지가 아들의 진심을 알고 변화함으로써 관계가 회복됐다. 비혼의 이유였던 아버지의 변화는 이시우가 헤어졌던 진하경(박민경)과 다시 만나게 했고 이제 양가 부모가 상견례까지 하는 반전을 만들었다.

한기준(윤박)과 채유진(유라)의 흔들리던 결혼생활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안정을 찾았고, 일 때문에 가족과 소원해져 이혼까지 결심했던 엄동한(이성욱)도 딸 엄보미(이승주)가 아빠를 이해하게 되고 아내 이향래(장소연) 역시 남편을 받아들임으로서 가정으로 돌아갔다. 신석호(문태유)는 어쩌다 사랑에 빠진 진태경(정운선)이 자신의 동화가 후킹 포인트가 없다는 이유로 출판을 거절당하고 좌절하자 평생 그의 책을 자신이 개인출판 하겠다는 말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남편 때문에 힘겨워했던 오명주(윤사봉)도 남편과 화해했고, 열심히 일해도 욕만 먹어 힘겨워하던 김수진(채서은)은 후배 신입들의 인정을 받으며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을 찾았다.

모두가 해피엔딩이라는 건, 어쩌면 작가의 자의적 선택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의 바람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얻었다. 중요한 건 이런 엔딩과 상관없이 이 드라마가 했던 특별한 시도의 가치다. <기상청 사람들>은 전형적인 멜로드라마로서 남녀 커플들이 사내연애 속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갈등과 달달한 사랑이야기를 근간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뻔한 멜로드라마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던 건, 기상청이라는 직업의 세계를 또 다른 축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를 예측하고 예보해야 하는 이 특별한 직업의 세계는 폭우와 폭염이 계속되며 봄날에 겨울 날씨의 이상기온이 생겨나고 심지어 태풍이 몰아치는 그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긴박감을 드라마 전편에 깔아 넣었다. 과연 날씨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예보해야 하는 기상청 사람들의 고충이 그 과정에서 갈등들을 만들었고, 시청자들은 그 일의 세계가 주는 이색적인 광경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직업의 세계와 또 다른 축인 멜로가 각각 따로 놀았다면 <기상청 사람들>은 이상한 드라마가 되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다행이도 <기상청 사람들>은 직업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기상상황들을 멜로 관계의 변화로 은유해 풀어내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태풍이 몰아치는 상황 속에서 기상청 사람들이 그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들이 펼쳐질 때, 그것은 사랑했던 남녀가 이제 이별을 고하는 ‘감정의 태풍’을 담은 멜로 이야기와 더해졌다.

이런 멜로와 직업의 세계와의 균형은 거의 모든 공식들에 익숙해져 이제는 식상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찌 보면 포화상태에 이른 멜로드라마들이 ‘직업의 세계’라는 보다 전문화된 영역을 파고들어 진화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 작품이랄까.

모두가 해피엔딩이라는 시청자들 대부분이 원하는 그 공식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작품이라는 건 무난했지만 멜로 자체로는 다소 뻔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새롭게 느껴진 건 기상청이라는 직업의 세계를 이 멜로와 이물감 없이 균형 있게 결합해낸 성취 때문이다. 따라서 <기상청 사람들>의 가치는 멜로드라마가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찾아질 수 있을 것 같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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