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통해 확인된 K멜로의 세계적인 저력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오징어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들의 면면을 보면 마치 한국드라마의 주류가 판타지 장르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최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들이 전략적인 선택에 의해 도드라진 결과일 뿐, 그것이 한국드라마 전체의 색깔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해외에서 큰 반응을 일으킨 한국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는 ‘멜로’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한류를 열었고, 욘사마 열풍을 일으켰던 그 시작점에서부터 멜로드라마는 힘을 발휘했다. 장근석으로 이어진 한류열풍을 이끌었던 작품도 <미남이시네요>였다. 그리고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이 생겨나기 전 중국인들을 들었다 놨던 작품은 <별에서 온 그대>였고, 한한령 속에서도 <태양의 후예> 같은 작품은 중국의 장벽을 뚫었다. 일본에서 신드롬을 만든 <사랑의 불시착> 역시 멜로드라마다.

넷플릭스라고 다를까. <오징어게임>이 한창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을 때 꾸준히 톱10(플릭스 패트롤 기준)에 진입한 작품이 <갯마을 차차차>였고, 그 후에도 <연모>가 방영 내내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최근 봄철을 맞이해 솔솔 피어나고 있는 이른바 K멜로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TV쇼 부문 7위에 올랐고, <기상청 사람들> 역시 10위에 진입했다. 이날 순위에는 빠져 있지만 <사내맞선> 역시 한때 톱10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K멜로가 넷플릭스에 상위 랭크되게 된 저력은 앞서 말했던 그간 아시아권을 통해 꾸준히 일궈온 전작 멜로드라마들의 성과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그 성과가 지속적인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베트남, 방글라데시에서 1위를 차지했고, 새롭게 올라온 <기상청 사람들>은 1위는 태국 하나지만 대부분의 동남아와 아랍권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즉 K멜로는 아시아권에 꾸준한 팬층을 확보하면서 조금씩 저변을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K멜로의 무엇이 이런 저력을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가장 큰 건 역시 멜로드라마를 오래도록 다양하게 만들어온 그 경험치가 아닐까 싶다. 물론 국내의 시청자들은 너무 많은 멜로드라마들을 봐온 탓에 익숙한 코드들이 등장하면 일단 식상함부터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에서의 반응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또 최근 들어서는 멜로드라마들 역시 색다른 시도들을 얹으려는 노력들을 선보이고 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펜싱이라는 스포츠 소재와 IMF라는 시점의 현실, 그리고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색다른 첫사랑 서사로 각광받고 있고, <기상청 사람들>은 날씨라는 소재로 멜로 관계를 은유하는 색다른 방식을 시도했다.

물론 K멜로 특유의 정서가 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오래도록 지친 전 세계의 대중들에게 특히 어필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많은 멜로들을 접하다 보니 식상해진 시청자들이 사랑타령 그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많은 멜로드라마들이 사회적 의미들을 담거나 혹은 사랑 그 이상의 응원, 위로를 그리게 됐다는 것이다. <갯마을 차차차>나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그 단적인 사례들이다. 오미크론이 정점을 찍는 시기에 찾아온 봄날. K멜로도 그 봄을 타고 있다. 지친 대중들에게 웃음과 달달함으로 응원과 위로를 전함으로써.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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