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뚫고 나온 안효섭, 제 캐릭터 입은 김세정(‘사내맞선’)

[엔터미디어=정덕현] 고개를 돌리고 살짝 미소 지으며 오른쪽 손가락으로 머리에 댔다 놓으며 이별을 고한다. 전형적인 웹툰 속 남자주인공의 한 장면이다. 그런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뽀샤시한 배경 그림들이 덧붙여지기도 하는.

SBS 월화드라마 <사내맞선>에는 유독 이러한 웹툰 같은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자기 정체를 숨기고 있는 신하리(김세정)가 갑자기 집 앞으로 찾아온 강태무(안효섭)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곰돌이 복장에 얼굴을 완전히 가린 채 나타난 장면이 그렇다. 아무렇게나 둘러대는 신하리의 생각과 심경이 뇌구조와 심경을 담은 글귀 형태로 연출된 장면은 웹툰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강태무와 신하리가 가짜 연애를 하면서도 그 가짜를 넘어 슬쩍슬쩍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갖게 되는 순간을 슬로우모션으로 연출하는 장면들은 구도부터 그림 자체가 웹툰 같다. ‘가짜 1주년’에서 신하리의 벗겨진 신발을 강태무가 신겨주는 장면이나 마침 한강에서 터져 오르는 불꽃놀이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광경이 그렇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흔한 장면들이지만, 그것을 웹툰의 한 장면처럼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안효섭과 김세정의 비주얼과 계산된 연기 덕분이다. 안효섭은 사실 조금 손발이 오그라들고 우스울 수 있는 장면들 속에서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대사도 그렇게 내놓는다. 그래서 그 진지함은 오히려 웃음을 준다. 마치 웹툰 속 한 장면을 의도적으로 코스프레함으로써 코미디적 요소로 만들어내는 힘을 발휘한다.

한편 김세정은 한껏 과장된 신하리라는 캐릭터를 온몸을 던져 연기하는 중이다. 어쩌면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처럼 여겨질 정도다. 갑자기 나타난 강다구 회장(이덕화) 앞에서 쏜살 같이 도망치는 장면이나, 화장실 문을 잡아당기는 강다구 회장의 손을 잡아주지 않고 제 얼굴을 가리는 장면 등에서 김세정은 역시 웹툰 속 여주인공 같은 씩씩하지만 귀여운 면모를 표현해낸다.

물론 강태무는 겉으로는 자아도취에 빠진 대표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자기 일에 진심을 담고 있고 또 신하리에게 세심한 면이 있는 남자다. 그래서 그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잡아주는 무게감은 드라마의 중심을 딱 잡아주면서, 동시에 그걸 하나씩 무너뜨릴 때 나오는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역할을 연기하는 안효섭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원작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작품은 사실상 캐스팅 자체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내맞선>이 코미디나 멜로적 장면들에 있어서 몰입감이 나쁘지 않다는 건 안효섭과 김세정의 캐스팅과 연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일 게다. 물론 이 연기를 웹툰의 한 장면처럼 재치 있게 포착해내는 연출의 힘도 빼놓을 수 없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