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맞선’, 고구마 갈등 요소마저 웃음으로 승화한 사이다 드라마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월화드라마 ‘사내 맞선’이 종영했다. 결말은 예상대로 해피엔딩. 강태무(안효섭)는 신하리(김세정)에게 프러포즈했고, 반대하던 강다구(이덕화) 회장 역시 결혼을 허락했다. 차성훈(김민규)과 진영서(설인아)도 독립적인 사랑을 이어갔다. 진영서의 아버지가 차성훈을 만나는 걸 반대했지만, 사표를 쓰고 나온 진영서는 회사를 차렸고 차성훈은 그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었다.

한치의 반전이나 의외의 결말 같은 건 없는 예상대로의 엔딩.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새로울 것 없는 뻔한 드라마였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사내 맞선’은 최고 시청률 11.6%(닐슨 코리아)를 기록했고, 넷플릭스로 서비스되면서 글로벌 인기도 누렸다.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사내맞선’은 지난 5일 TV쇼 부문에서 전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사내 맞선’은 이런 놀라운 성과를 낸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고구마 갈등 요소가 별로 없는 웃음 가득한 사이다 드라마였다는 점이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마지막에 이르러 강다구 회장이 신하리의 정체를 알고는 강태무와 만나는 걸 반대하는 상황이 그렇다. 하지만 이 고구마 갈등 요소마저 ‘사내 맞선’은 웃음으로 승화했다.

대표와 사귄다는 소문이 사내에 퍼지면서 갖가지 루머들이 나돌 때, 식품개발팀 여의주(김현숙), 계빈(임기홍) 같은 인물들이 나서서 신하리를 두둔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시원하게 했고, 그 광경을 숨어 보던 신하리가 지나치게 감동하는 모습을 과장되게 연출해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강다구 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만나는 걸 방해하기 위해 병으로 쓰러진 것처럼 가장한 강다구 회장을 간병하러 온 신하리가 낚시로 공감대를 만들고 구성진 트로트 실력으로 강다구 회장의 마음을 흔드는 장면들은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신하리에게 마음이 가는 강다구 회장의 모습을 이덕화는 베테랑다운 리액션 연기로 보여준 것.

갈등 상황조차 코믹하게 그려내는 이런 상황들은 ‘사내 맞선’에 왜 시청자들이 열광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답답한 현실에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나 너무 무거운 이야기에도 지친 시청자들은 쉽고 가벼우면서도 시종일관 웃음과 설렘을 가질 수 있는 이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이처럼 다소 코믹하고 과장된 만화 같은 상황들이 그 느낌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호연과 효과적인 연출의 힘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진지하지만 그래서 웃기는 안효섭과 귀여운 표정 연기만으로도 웹툰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김세정, 이 작품을 통해 매력을 드러낸 설인아, 차성훈 그리고 드라마 곳곳에서 빈틈없는 웃음을 채워준 이덕화를 비롯해 김현숙, 임기홍, 김광규, 정영주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다. 또한 웹툰을 실사화하듯 톡톡 튀는 연출이 돋보인 박선호 감독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안효섭과 김세정 그리고 설인아와 김민규 같은 신예 배우들에게 떠오를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 인생작이 되었다. 그간 여러 작품들을 해왔지만 ‘사내 맞선’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호감도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라 이들의 향후 작품에 대한 해외 팬들의 기대 또한 한층 높아졌다.

드라마의 가치는 꼭 묵직한 메시지와 참신한 이야기에만 있는 건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한 주간의 피로를 잠시간 잊게 해주는 드라마 역시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사내 맞선’은 거기에 충실한 드라마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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