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성공한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성공한 드라마다. 범죄행동분석관 송하영을 연기한 김남길의악을 바라보는 우울하면서도 단호한 눈빛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또 다소 설명적일 수 있는 범죄행동분석팀장 국영수 캐릭터의 맛을 살린 진선규의 깔끔한 연기도 빼어났다. 하지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흔히 생각하는 파트너 형사들이 악인들과 치고 박고 싸우는 무협지 같은 형사물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뭔가 ‘견뎌야’ 즐길 수 있는 드라마인 것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무겁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한다. 연쇄살인범들의 범죄 심리 분석에도 꽤 공을 들인 편이다. 그 때문에 기존의 형사물처럼 직진으로 흘러가지 않고, 무언가 빙빙 맴돌며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드라마에 집중해 송하영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약간의 편두통이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동계올림픽으로 12부작의 분량임에도 시즌1과 시즌2의 방식으로 나뉘었다.

더구나 연쇄살인범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실제 유명 연쇄살인 사건의 범죄자들에게 따온 인물들이다. 이미 수많은 범죄 드라마나 영화, 범죄 관련 토크 예능이나 몇 번이나 반복되었던 주제였다. 그만큼 충격적인 살인범과 사건이지만 이미 익숙한 것들이기도 했다. 여러 모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얻기 힘든 조건들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시즌2 마무리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시청자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비록 전개가 빠른 것은 아니지만, 헛발질 하지 않고 꾸준하게 사건과 심리 묘사를 쌓는다. 그 때문에 긴장감은 계속 이어진다. 더불어 시청자는 송하영의 트라우마와 고통을 깊게 체험할 수 있다. 또 후반부에 이르면 송하영이 연쇄살인범의 심리에 가닿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악의 마음에 발을 디딘 듯한 섬뜩한 느낌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범죄자와 범죄행동분석관 사이에 벌어지는 심리전 역시 공들인 티가 났다. 연쇄살인범을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과 주인공들의 호연이 맞물리면서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이 만들어졌다.

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원작이 있긴 하지만, 미드 <마인드헌터>를 레퍼런스로 삼은 것처럼 보였다. 다만 그와는 미묘하게 다른 한국의 특성들을 잘 살렸다. <마인드헌터>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모두 과학수사가 시작되는 순간을 다룬다. 하지만 <마인드헌터>는 1970년대 후반의 FBI를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우아하고 고전적인 풍미를 풍긴다. 하지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1990년대 후반에서 시작하지만 뭔가 주먹구구식의 수사 현장이 펼쳐진다. 그 어수선하고 답답한 순간들을 잘 만들어냈다. 또 <마인드헌터>가 대낮 교외의 외진 주택가의 서늘한 공포를 잘 살렸다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깊은 밤 어두운 주택가 골목의 끈적끈적한 공포를 잘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한국 수사물 드라마에서 레벨업 된 어떤 지점들을 보여줬다. 이는 2022년 수사물을 보는 시청자의 눈높이 또한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시청자는 나쁜 놈만이 아니라 악의 마음이 어떤 것일까 들여다보고 분석해보려는 욕망이 있다.

이것은 또한 서글픈 사실이기도하다. 과거에 악은 나와 멀리 있는 나쁜 놈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악은 사이버세상에 얼굴을 감추고 있다. 혹은 현실 세계에서는 친절한 가면을 쓰고 나타나기도 한다. 혹은 나의 연인이나, 나의 친구가 나를 위협하는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악의 마음을 읽고 싶어 하는 대중의 심리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일상에 깊숙하게 들어온 범죄의 얼굴을 미리 읽으려는 최소한의 호신수단을 찾고자 하는 무의식의 공포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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