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 김남길·진선규의 토 나오는 노력, 연쇄살인범 검거하나

[엔터미디어=정덕현] “걔도 재수가 없었죠 뭐. 뭐 그날 거기 안 왔으면 뭐. 지도 나도 아무 일 없었을 거 아녜요. 하필 거기서 내 눈에 띤 게 잘못이라는 거죠. 뭐.” 어린아이를 납치해 죽이고 사체를 토막 내기까지 한 잔악무도한 범죄자 조현길(우정국)은 그 아이를 ‘걔’라고 말했고, 그 아이가 죽은 것이 ‘재수가 없어서’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범죄행동분석관 송하영(김남길)과 국영수(진선규)의 얼굴은 복잡해진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도 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해 그 범죄자의 마음을 읽어내야 하는 일. 그것이 그들이 해내야 하는 일이었다.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은 자들>은 송하영과 국영수가 범죄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프로파일링 과정을 보여줬다. 상상하기 힘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지만,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국밥을 시켜주기도 하며 듣는 이야기는 그 자체가 구역질이 나올 정도의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 길 송하영은 토를 했다. 그를 밖에서 기다리던 국영수도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담배 끊었는데 왜 라이터를 들고 다니냐고 송하영이 묻자, 국영수는 이런 답변으로 그 착잡한 마음을 전했다. “아 이거? 비상약. 분명히 한 번은 담배 찾을 날이 올 거 같거든. 근데 그 순간에 당장 불도 없으면 진짜 미칠 지도 모르니까.”

범죄자들을 찾아가 면담을 하고, 사체를 들여다보며 사인 분석을 하는 일. 시취 때문에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눈치를 주고 그래서 목욕탕을 다니며 애써 냄새를 지워내며 송하영과 국영수는 그 쉽지 않은 일을 계속한다. 심지어 매년 범죄행동분석팀의 존폐를 걱정해가며 또 범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그 사실에 대한 편견 가득한 누군가의 시선을 받아가며. 그들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어느덧 캐비닛 하나를 가득 메울 만큼의 분석보고서들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2003년 아무런 원한도 없이 그저 살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노부부가 집에서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되고, 그렇게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전혀 다른 관할구역에서 또 다른 살인이 두 차례 더 벌어진다. 범죄행동분석팀의 송하영, 국영수 그리고 정우주(려운)는 그간 쌓아온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연쇄살인을 세 가지 조건으로 정의한다. 심리적 냉각기, 살인 자체에 목적을 둔 비면식 범죄 그리고 셋 이상의 장소에서 셋 이상을 살인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들은 좀 더 훗날 이러한 조건을 가진 연쇄살인이 발생할 거라 예상하지만, 그 일은 훨씬 더 빠른 시기에 발생한다.

애초 잔혹한 범죄 수법에 비춰 면식범에 의한 원한 살인으로 수사를 해왔지만, 서로 다른 관할 구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서 동일한 패턴과 족적이 발견되면서 이들을 직감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연쇄살인사건이라는 걸. 그간 경찰 내에서도 불필요한 일이라 치부했던 범죄행동분석팀의 일이 이제 빛을 보게 될 수 있는 순간이 도래한 것. 아마도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한 스토리지만, 범죄행동분석팀의 선구적 노력들이 왜 필요했는가를 이 에피소드는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국내에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의 범죄행동분석팀이 최초로 생겨나던 그 시점에 남다른 노력을 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에 대한 접근이 아니었다면 해결하기 어려웠을 연쇄살인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연쇄살인범들을 잡는 과정만큼 이들이 몇 년 간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범죄 행동 분석 데이터’를 힘겹게 쌓았던 과정을 먼저 보여줬다. 심지어 토까지 해가며 극악무도한 범죄자들과 마주해 그 이야기를 들었던 그 시간들이 어떤 성과로 돌아오는지, 이제 드라마는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송하영, 국영수을 통해 보여주기 시작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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