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일용 교수가 전하는 프로파일러의 진심 통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권일용 교수가 달리 보인다. 우리에게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그것이 알고 싶다’편에 출연해 유영철, 강호순, 정남규 같은 희대의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이야기로 널리 알려졌던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 하지만 최근 들어 그를 통해 보이는 건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의 겉면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겨진 진심이다.

그 진심이 새삼 느껴지는 건 두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하나는 그가 참여한 논픽션을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고정으로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tvN <알쓸범잡2>이다. 그간 프로파일러라고 하면 범죄스릴러 같은 콘텐츠 속에서 주고 범죄를 과학기법을 통해 추리해가는 주로 기능적인 면모들로 이미지화된 직업군으로 소개된 면이 크다.

하지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보여주는 프로파일러는 그 느낌이 다르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교수가 모델이었을 이 드라마의 주인공 송하영(김남길)은 왜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한 과학수사가 필요한가에 대한 절절한 진심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제대로 된 증거 없이 강압에 의해 범인이 억울하게 만들어지기도 했던 시절에서 이 인물이 추구해나간 프로파일러의 길은 단지 범인을 찾겠다는 일념만이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나 억울한 피해자를 막겠다는 진심이 담겨있다. 끔찍한 범죄현장을 들여다보는 일이지만 거기에는 휴머니즘, 인간애 같은 것들이 깔려 있다는 걸 이 작품은 드러낸다.

<알쓸범잡2>에 출연하는 권일용 교수 역시 여러 강력 범죄 사건들을 소개하는 이야기 속에서 남다른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곤 한다. 전주에서 펼쳐진 <알쓸범잡2> 3화에서 권일용 교수가 서혜진 변호사가 전한 스토킹 범죄 사례에 대해 강력한 처벌만큼 치료적 개입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대목은 그의 이런 면을 잘 드러낸다. N번방 사건 조주빈의 공범이었던 강씨가 선생님을 대상으로 9년 동안 스토킹을 해왔고, 심지어 수감되어서도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어 출감 후 보복의 우려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고가 아니라면 형량도 강하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적 개입이 반드시 되지 않는다면 그냥 (교도소를)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런 의견들이 많죠.” 권일용 교수가 전한 이 말 속에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과 동시에,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앞으로 보다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또 이날 권일용 교수는 ‘최신종 연속살인 사건’과 총기탈취범이 보낸 편지를 통해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한 ‘진술 분석’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를 알려주기도 했다. 즉 편지에는 마치 미안한 마음과 사죄의 마음을 담은 듯한 문구들이 보이지만 사실은 피해자에 대한 그런 마음은 없고 주변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의 형량을 낮추려는 의도만이 있다는 걸 그 편지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알려준 것. 물론 이러한 냉철한 시선을 보여주는 데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피해자에 대한 그의 안타까운 마음이 드리워져 있다.

그는 우리가 흔히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소비되곤 했던 프로파일러 같은 수사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걸어온 그 길이 ‘외로운 길’이라고 말했다. “저뿐만 아니라 수사 현장에 있는 모든 수사관들, 법의학이나 법과학을 분석하시는 모든 분들은 미지의 선상에서 답을 찾아가야 하는 외로운 길을 걷는 분들이죠.” 그런 그에게 <알쓸범잡2>의 MC인 윤종신은 “고생 많으셨다”며 “악과 맞닿아서 직접 얘기 나누고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라는 드라마 속 송하영의 모습이 겹쳐지게 했다. 기존 수사관행들과 편견의 벽을 마주하며 그 누구도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그 길을 묵묵히 포기하지 않고 걸어간 이들이 아닌가. 이들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났을지. 이제 은퇴했지만 권일용 교수는 여전히 프로파일링 자문을 해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제 해야 될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범죄를 좀 더 제대로 잘 전달해드리고, 그걸 통해 우리가 같이 고민할 게 뭔가를 찾는 그 역할이 내 역할이지 않나..” 그가 있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도 또 <알쓸범잡2> 같은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가 새롭게 느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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