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돌아온 ‘악의 마음’, 단박에 시청자들 사로잡은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3주 간의 휴방이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거라 예상됐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다름 아닌 범죄스릴러 장르인지라, 이야기가 끊겼을 때 다시 몰입하는 게 쉽지 않고 심지어 내용을 복기하기도 어려울 거라 여겨졌기 때문에 나온 예상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돌아온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7.4%(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지난 6회의 6.9%를 간단하게 뛰어넘으며 이런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이게 가능해진 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라는 범죄스릴러가 가진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권일용 교수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등장하는 사건들을 훨씬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물론 드라마적 극적 구성 등으로 ‘실제 사건과는 관계없다’는 고지를 내놓고 시작하지만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드라마 속 연쇄살인범이 누구를 모델로 삼고 있고, 그 사건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환기하면서 보기 때문이다.

극중에 등장하는 대낮에 가택에 침입해 부유층 노인들을 작은 해머로 살해하고, 공개수사로 전환되자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인물 구영춘에서 시청자들은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을 떠올린다. 또 밤길 여성들을 대상으로 등산용칼로 피습하는 윤태구에서 떠오르는 인물에서는 정남규를 떠올린다. 워낙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이었고, 심지어 퇴근길에 역전에서 집까지 사람들이 동행하기도 하는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사건들의 범인들.

그래서 잠시간의 휴지기가 있었지만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훨씬 쉽게 다시 송하영(김남길)과 국영수(진선규)가 프로파일링을 통해 이 희대의 연쇄살인범들을 추적하는 과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한 명의 연쇄살인범이 아닌 두 명의 연쇄살인범을 동시에 추적해야 하는 상황은 시청자들을 더욱 빠져들게 만든 극적 포인트였다.

중요한 건 이렇게 다 알고 있는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그래서 어떻게 검거되는지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되는 이유다. 그것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단지 범인이 누구이고 그를 체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드라마가 아니고, 그걸 프로파일링이라는 과학적 수사기법을 동원해 추적해가는 이들의 절절한 마음을 따라가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희대의 살인마들을 잡기 위해 온통 헌신하는 송하영과 국영수 같은 당대에 있었던 앞서간 인물들에 빠져든다. 더 이상 안타까운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 애쓰는 그 마음에 몰입하는 것. 그들이 자신들을 인정해주지 않는 당대의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힘겹게 외로운 노력들을 해왔는가를 들여다보면서, 시청자들은 그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통해 인정받는 순간을 보고픈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남길이 너무나도 진지하고 차분한 연기로, 범죄자들의 마음을 읽어가는 송하영이 그 외롭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해가는 진심을 전함으로서 드라마를 전면에서 잘 이끌어가고 있다면, 진선규가 더할 나위 없는 자연스런 연기로, 이 팀을 꾸린 국영수가 너무나 인간적으로 이 어려운 일을 해나가는 이들을 독려하고 지지하는 그 마음을 담아내며 드라마를 든든하게 밀어주고 있다. 이러니 시청자들로서는 3주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밖에. 다시 시작된 이들의 추적에 시청자들의 심장도 같이 뛰기 시작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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