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 김남길의 ‘그 화 되기’, 진선규가 걱정한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송하영(김남길)은 칼을 들고 공원을 어슬렁거렸다. 지나는 여성들을 노려보는 그의 시선은 마치 서남부 연쇄살인마 남기태(김중희)처럼 흥분과 광기가 서렸다. 범인의 마음을 읽기 위해 이른바 ‘그 화 되기’를 시작한 것. 어떤 마음으로 범행 대상을 고르고 뒤쫓았으며 살인을 통해 어떤 쾌감을 느꼈는가를 송하영은 ‘그’가 되어 들여다보려 했다.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범인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프로파일러의 고충을 ‘그 화 되기’를 하는 송하영을 통해 그려냈다. 거리를 활보하며 범행 대상을 노리는 연쇄살인마를 어떻게든 잡으려는 절실함이 깃든 노력의 일부분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송하영에게 미치는 영향도 만만찮았다.

그래서 그런 송하영을 바라보는 국영수(진선규) 팀장은 불안해했다. 범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슷한 칼을 책상에 두고 있는 모습이나, 살인사건이 벌어진 현장을 계속 찾아가 마치 범인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그랬다. 심지어 집에서도 살인사건 자료사진들을 펼쳐놓고 있는 송하영에게 국영수는 걱정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데 사적 공간이랑 분리할 필요는 있더라.”

특히 국영수는 송하영이 함께 지내는 어머니를 걱정했다. 송하영은 어머니가 자신의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시다고 했지만, 국영수는 일의 이해도와 자식 걱정하는 마음은 다르다고 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마음에도 가끔씩은 눈길 주는 버릇 해.” 하지만 점점 범인의 입장이 되어보려는 송하영은 공원에서 범인처럼 서성거리다 주민의 신고를 받기도 했다.

“네가 말하는 ‘그 화 되기’ 중요하지만 지금 방식 너무 위험해. 너 한번 봐봐 지금 네가 어떤지 한 번 보라고. 그 새끼들 마음 들여다보는 거 다 좋은데 그 전에 네를 먼저 돌보란 말야 제발.” 하지만 송하영은 밤마다 피해자들 얼굴이 자꾸 생각날 정도로 사건에 깊게 빠져들어 있었다. 그는 연쇄살인마 구영춘(한준우)을 검거하고 면담을 한 후 더 절박해져 있었다.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만들어 사람들을 죽인 살인마에 대한 분노와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를 짓눌렀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송하영이 보여주는 ‘그 화 되기’는 범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본다는 점에서 사실 자극적인 지점이 있다. 시청자들 역시 송하영을 따라서 연쇄살인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체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극적인 지점들을 옆에서 붙잡아주고 밖으로 끌어내주는 국영수가 있어 이 체험은 목적을 잃지 않는다. 범인을 잡기 위한 것이 그 목적이라는 것. 국영수라는 인물은 그래서 송하영을 붙잡아주는 존재이면서, 송하영에 몰입하는 시청자들 또한 균형을 잃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보여준다.

“너무 깊어지지 마. 너무 깊어지면 네가 그 깊이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국영수가 송하영에게 한 이 말은 악의 마음을 읽는 프로파일러가 마주하게 되는 고충을 잘 드러낸다. 악과 싸우는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스스로 악이 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송하영의 ‘그 화 되기’는 범죄 분석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국영수 같은 그를 이해하고 걱정하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러한 프로파일러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이 실감나게 잘 전해진 건 이를 연기를 통해 제대로 표현해낸 김남길과 진선규 덕분이다. 이들의 연기가 있어 프로파일러지만 범인의 행동을 분석하며 순간 범인처럼 살기를 띠는 모습을 드러내는 송하영이나, 한 발 뒤에서 그를 바라보며 불안해하고 걱정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해하는 국영수의 진짜 마음과 그 고충들을 시청자들이 읽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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