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포자락 휘날리며’, 노림수에 실패한 파격적인 캐스팅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도포자락 휘날리며>는 예전 프라임타임이라 불리던 주말 저녁에 편성된 모처럼의 신규 예능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일요일 6시는 오래된 예능들이 명맥을 이어가는 시간대이며 MBC도 2019년 이후 <복면가왕>이 꾸준히 시청자를 만나던 자리다. 이런 입지에 <나 혼자 산다>의 찬란한 전성기를 마련했던 MBC 예능국의 스타 PD인 황지영의 신작을 편성했으니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기획한 의도와 기대하는 재미는 선명하다. 돌아온 여행예능의 설렘에 제목과 출연자들의 아웃핏에서 알 수 있듯이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는 ‘국뽕’을 5:5로 섞었다. 단군 이래 한국의 위상과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이때, 우리나라를 더욱 더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취지를 갖고 해외로 나가 한국의 색과 전통을 가미한 다양한 상품들을 플리마켓 형식으로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예능이다. tvN <윤식당>이나 <현지에서 먹힐까?> 시리즈처럼 우리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담아내는 것을 주된 볼거리로 삼으면서 동화의 나라다운 덴마크의 이국적인 풍광과 자연을 소개하고 숙소, 먹방,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여행의 감성 전달에도 충실하다.

그런데 신규예능이고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여행예능인데, 새로운 얼굴이라는 캐스팅만 빼면 너무나 익숙한 전개와 볼거리로 다가온다. 출연자들이 연신 감탄을 내뱉는 덴마크가 낯익은 동네도 아니고, 떠나고 싶은 로망을 자극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1화의 만남부터 공항을 거쳐, 도착해서 적응하고 장사를 하는 과정, 현지 식당에서의 먹방까지 면면들은 새로운 풍경이 아니다.

안 그래도 익숙한 여행예능의 볼거리에다가 K-콘텐츠의 위상을 확인하는 국뽕과 국위선양이란 홍보를 얹으니 스포 당한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보니 도포는 더더욱 입지 않았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지에 스며드는 게 아니라 방송용 이벤트라는 점이 너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을 위해 마련한 폭스바겐 T72와 한복, 파는 물건들까지 연결고리가 딱히 없다. 매듭 팔찌를 제외하면 노력의 소산도 없다. 또한 아마도 편집상의 관점 때문에 친한파 현지인의 노출 빈도가 높은 거라 믿지만, 노상현이 출연한 드라마 <파칭코>의 팬,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황대헌을 알아보는 손님, 한국어 구사자들의 연이은 방문과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과 사랑을 어필하는 현지인들에게서 기대할 만한 생생한 재미와 신선함을 느끼기가 어렵다.

<비긴어게인>, <윤식당> 시리즈의 성공과 <플라이 투 더 댄스>의 어려움에서 보듯 현지에서 소통하는 여행예능에서 유창한 외국어 구사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도포자락 휘말리며>는 외국어 능력이 부족한 출연자들의 성장을 주요한 줄기 중 하나로 삼는 회귀적인 설정을 택한다. 오히려 일종의 문화 사절단을 자처하는 만큼 시청자들에게도 교양이 될 수 있도록 옛 문양의 의미와 정보를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설명을 영어로 유창하게 해서 감복하게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언어가 안 되는 멤버가 다섯 명 중 셋인 데다, 판매 물품에 관한 정보와 지식도 부족해서 장사를 하는 동안 짧은 소통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이 프로그램만의 노림수는 있다. 김종국이 멤버 라인업을 본 후 “제작진이 예능에 큰 생각이 없구나, 욕심이 없구나 했다”고 말했을 만큼 김종국을 제외하곤 리얼리티 예능에 본격 출연한 적이 없는 파격적인 캐스팅이다. 굉장히 도전적이긴 하나 해볼 만한 전략이다 싶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일요일의 황태자 김종국, 8시대 드라마 주인공으로 자리 잡은 지현우, 모델 출신 예능선수인 주우재, 비즈니스 분야 명문인 밥슨대학 출신의 배우 노상현,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황대헌까지 주말예능의 주인이 중장년층 시청자라는 걸 생각해보면 각자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나 관심을 보일만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다만 6회 차까지 방송되는 동안 이 단 하나의 노림수가 예상과 달리, 기존 여행예능과 달리 출연진의 시너지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개인 일정상 3회 차부터 합류한 김종국의 존재감과 예능 선수의 여유로움을 확인한 것 이외에 색다른 조합의 이점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출연진들은 실제 사전 친분이 없는 데다 장사와 방송을 넘어선 사적인 일상이 거의 드러나지 않기도 하고, 반복되는 판매 이외에 축구 등의 볼거리가 자연스럽게 붙지 않는다. 방송을 위한, 방송에 의한 여행인 것이 도포에서부터 드러나다 보니 이들의 여정을 함께 따라다니고 싶을 정도로 친밀하거나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는다.

<도포자락 휘날리며>는 K-POP, 드라마, 패션,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한류 전령사 5인의 여행기를 표방한다. 반가운 여행예능이고, 우리 전통을 알리는 것도 좋은 의미가 있지만, 도포를 유니폼으로 입고 다니며 한국을 알린다는 설정 자체가 K-콘텐츠로 인한 국뽕이 차오르기 이전 시대의 눈높이처럼 느껴진다. 무릇 여행예능이라면 이국적 풍광, 우정, 좋은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가 기본이다. 그 위에 정보든, 문화적 접근이든, 진정성이 깃든 설정 등등을 결합해야 한다. 그런데 해외에서 도포를 꺼내드는 자체가 우리 일상과 문화에 자연스럽게 알리고 소통하는 게 아니라 전시와 브랜딩에 가깝다보니 여행의 감성을 느끼기엔 너무 익숙하고, 국뽕을 받기엔 너무 쿨하지 못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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