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2’, 진정성도 웃음도 책임지는 이광수의 진가

[엔터미디어=정덕현] “우리 누군지 다 알아요?” tvN 예능 <어쩌다 사장2>에서 저녁을 먹으러 마트를 찾은 태국에서 온 외국인 손님에게 차태현이 다가가 말을 건다. 외국인 손님들도 또 그들을 의식하게 되는 조인성이나 차태현도 서로 쭈뼛쭈뼛 말을 못 건네고 있던 상황에 역시 친근하게 다가가는 차태현이 먼저 말을 꺼낸 것.

조인성을 슬쩍슬쩍 훔쳐보며 소녀처럼 설레어 할 정도로 이 마트에서 일하게 된 배우들을 잘 알고 있는 손님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줍어하는 그들에게 차태현은 결정적인(?) 질문을 던진다. “광수는 알지 않아요?” 그러자 금세 분위기가 풀어진다. 그 얘기를 들은 이광수가 무슨 레드카펫이라도 밟듯 손을 흔드는 제스처를 취해줬고 그러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시아 프린스’라는 <런닝맨>으로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높은 이광수를 지칭하는 자막이 어김없이 붙는다. 슬쩍 다가간 이광수가 “매운 거 좋아하냐”, “나이는 몇이냐”를 묻다 한 남성이 “38”이라고 하자 이광수는 “친구네 친구”하며 금세 공감대를 만들려 한다. 오빠 동생 사이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하자 부부냐고 다시 묻고, 그렇다고 하자마자 “좋아 보이네요”라고 말하는 이광수의 표정은 절묘하다. 진심인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측은한 표정이 더해졌다. 부부사이가 늘 좋을 수만은 없는 점을 슬쩍 비틀면서도 좋은 관계였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다.

그 대화를 옆에서 듣던 김우빈이 “형 아무 말이나 하는 거예요?”라고 툭 건드리자, 이광수가 짐짓 웃으며 “나만의 스타일이 있으니까 가만히 있으라고!”라고 대꾸하자 또 폭소가 터진다. 어색했던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진다. 이건 이광수가 부린 마법이다. 그는 리얼 상황이 담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특유의 진심과 과장이 더해진 순발력 있는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만든다. 그는 어떤 상황에 진심이 담긴 말과 행동을 꺼내놓는데, 그걸 슬쩍 비틀거나 과장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만들곤 한다.

그래서일까. <어쩌다 사장2>에 알바생으로 온 것이지만 이러한 진정성과 웃음이 동시에 가능한 이광수의 존재감은 이 프로그램에서 빛난다.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점점 가까워지고 그래서 서로를 알아보는 그 과정들이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이광수는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트를 찾은 손님을 괜스레 뒤따라 다니며 짐꾼(?) 노릇을 자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영업 3일차가 되자 손님들과 농담을 나눌 정도로 익숙해졌다.

마트에 붙어 있는 코인노래방을 찾아 폭풍랩을 불러 금세 친해진 주찬이는 이제 시청자들도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친근해졌다. 그런데 체육관을 운영하시는 그 주찬이의 아버지가 방문하자 마트는 알아보는 배우들로 시끌시끌해진다. 사범님들에게 양이 부족할 것 같아 한 사발에 가까운 한 그릇의 밥을 챙겨주고, 알고 보니 대회에 나갈 예정이라 체중 감량을 하고 있다는 말에 “그래서 폭풍 흡입 하시는 구나”라고 이광수는 맞장구를 쳐주고 짐짓 격투기 대결을 벌이는 듯한 포즈를 취해 웃게 해준다.

마트 하나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데, 주변에 붕어빵집도 있고 중국집도 있으며 김밥집에 체육관도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곳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건 그 곳을 찾은 손님들 덕분이고 그 손님들과 나누는 대화 덕분이다. 차태현과 조인성은 이제 베테랑이 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 하다가도 금세 익숙해져 먼저 다가가 손님들에게 말을 건다. 이름도 기억해주고 그래서 찾아온 손님들에서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간다.

이광수는 알바생으로 잠깐 온 것이지만, 그 익숙해져가는 모습이 사장님들(?)만큼 빠르다. 계산을 척척 해내며 김우빈과 너무 잘 맞는 콤비 플레이를 선보이고, 아이에게는 아이의 눈높이로 다가가 말을 걸어주고, 어르신들에게는 직접 나서서 챙겨주고 마치 손자처럼 살갑게 말을 걸어준다.

그래서였을까. 장날 차태현과 조인성이 광주로 물건들을 구입하러 떠났을 때 이광수는 임시사장 역할을 한다. 본래는 3일까지만 출연하고 떠날 예정이었지만 차태현이 스케줄까지 미리 확인한 후 붙잡아 다음 날도 일을 하게 됐다. 다음 날 임시사장이 된 이광수는 새로 온 알바생 홍현희와 이은형 앞에서 고작 며칠 더 일했다며 ‘꼰대’ 역할을 자처하는 것으로 웃음을 준다. 그건 물론 두 사람이 좀 더 편하게 마트에 적응하게 하기 위한 배려가 담겨있다. 이광수 덕분에 차태현과 조인성이 장을 보러 간 사이의 시간들이 그리 불안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질 수 있었다.

<어쩌다 사장2>에서 조인성은 이광수가 예전에 예능인과 배우 사이에서 정체성 고민이 있다고 한 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워낙 오래도록 예능을 했고 또 잘했기 때문에 생긴 고민이었다. 하지만 조인성은 이광수를 “하이브리드”라며 “이광수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칭찬한 바 있다. 그런데 그가 요즘 같은 진정성이 중요한 리얼 예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웃음을 주면서도 진심을 더하는 그의 모습 때문이다. 그런데 진심을 담은 모습에 묻어나는 웃음이란 배우들도 가장 어려워하는 코미디 연기를 그가 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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