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2’,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이지만 마음이 오가는

[엔터미디어=정덕현] “새해에는 좋은 일만 보고, 건강허구. 나는 다 살었지만... 젊은 사람들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은가봐. 늙은 사람들은 죽어도 되고 살아도 된다, 그런다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고 속이 바짝바짝 타고 세상이 엎어져 버린 것 같거든. 응 새해엔 그저 좋은 일들만...”

tvN 예능 <어쩌다 사장2>에서 마트를 찾은 한 할머니가 계산대에서 계산을 해주는 이광수에게 불쑥 그런 덕담을 건넨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셨는지, 또 그 말이 분명하게 어떤 맥락의 이야기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말 속에 가득 담긴 애정이다. 할머니는 젊은 사람들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부디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랐다.

그 마음이 전해졌던 걸까. 이광수는 마트를 나서는 할머니를 계속 지그시 응시했다. 문을 열어 드리고 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한참 쳐다봤다. 그리고 카운터에 돌아와서도 그 할머니의 말 한 마디가 남긴 여운을 느끼는 듯 보였다.

사실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배우로서 또 종합 엔터테이너로서 방송과 드라마, 영화를 넘다들며 연예계에 발 담그고 있는 이광수가 나주 공산면의 작은 마을 마트에서 어느 이름 모를 할머니를 만나 덕담을 들을 확률은 그리 많지 않을 게다. 낯선 곳이고 낯선 사람들이지만 그렇게 툭 마음이 오고가는 정경. 바로 이게 <어쩌다 사장2>가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첫 날 할인마트에 적응하기 바쁜 차태현과 조인성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으로 합류한 임주환, 이광수, 김우빈은 이틀째가 되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할 일을 척척 찾아 하게 된 것. 게다가 첫 날과는 달리 저마다 자기 보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마트를 찾는 분들을 대하는 모습은 전날과 비교해 더 친절해졌고, 무엇보다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는 친근함이 더해졌다.

조인성은 음식을 내놓는 역할을 하고 있어, 맛이 어떨지, 간은 맞을지 같은 것들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고, 소를 300두나 키운다는 우람한 청년들에게는 그 좋은 몸에 놀라움을 표하고 사업규모를 알고는 짐짓 “오늘은 첫날이니까 30만원만 받을 게요” 같은 농담을 던진다. 차태현은 시즌1에서도 그랬지만 카운터에서 계산을 해주며 찾는 손님 하나하나 말을 건넨다. 본래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잠시 앉아 쉬기도 했던 장소인 마트에 들어오자, 의자를 내주고 믹스커피나마 건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임주환은 살짝 자신감이 생긴 듯, 호기롭게 새 메뉴로 새우튀김을 선보이고는 찾아온 젊은 손님들에게 맛이 어떤가 묻는다. 너무 맛있다며 레시피까지 묻는 손님들을 보며 반색한다. 김우빈은 대놓고 찾아온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마치 손자처럼 손을 꼭 잡아주고 눈도 맞추며 “어머니가 더 배우 같으시다”며 그 미모를 “가리면 안돼”라는 말로 할머니들을 소녀처럼 웃게 만든다. 바깥에 마련된 코인노래방에서 만만찮은 실력을 뽐내며 노래하는 동네 가수 주찬이의 노래에 리액션을 해준다.

뭐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과 금세 친해지고 또 찾는 손님의 이름도 기억하게 되고, 일을 보시고 나가는 손님들에게 다시 오라고 말하는 마트에서의 일상들이 외지에서 온 이들을 통해 보여지니 그 감회가 새롭다. 그렇지. 저게 사람 사는 맛이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어느 할머니가 마치 세상 모든 청년들의 어머니처럼 덕담을 해주고, 걱정을 해주는 그 말에 이광수가 순간 울컥하는 그런 순간이 주는 따뜻한 느낌. <어쩌다 사장2>가 전하는 만만찮은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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