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2’가 보여주는 진짜 서민들의 이야기

[엔터미디어=정덕현] 너무나도 단란해 보이는 가족. 간호사인 딸은 스케줄이 한 달 전에 나오는데, tvN 예능 <어쩌다 사장2>가 마트를 맡아서 하는 시기와 딱 맞아 내려왔다고 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선한 눈을 가진 아버지가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내려온다”고 딸 자랑을 슬쩍 꺼내놓자,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조인성은 젊은 친구들이 주말엔 쉬고 싶고 그래서 그러기 쉽지 않다고 거든다.

“진짜 고맙죠.” 그 얘기를 듣던 어머니가 그렇게 툭 고맙다는 말을 익숙하게 꺼내놓고 조인성은 “따님도 대단하시네”라고 덧붙인다. 남편을 “이분”이라고 말하는 어머니는 남편이 공산면에서 61년째 산 토박이라며 갑자기 남편자랑을 한다. 농사전문가인 남편이 수박도, 무도, 배추도 잘 알아 그 세 가지는 전문가라는 것. 도시인들에게야 그게 무슨 대수로운 자랑거리일까 싶지만 어머니는 짐짓 속내를 스스럼없이 꺼내 놓는다. “성실해요 부지런하고.. 그래서 항상 고마워요.”

조인성은 그 말이 의외라는 듯, 오래된 부부들은 고맙다는 말을 민망해서 잘 안하시는데 거리낌 없이 하신다고 말하자, 옆에 앉은 남편이 “잘해준 것도 없는데...”라며 계면쩍어 하신다. 그러자 아내가 다시 정색하며 말한다. “정말 부지런해요. 시간이 많이 지나니까 정말 고맙고 감사하고 다른 욕심은 안생기고 그냥 건강하게...” 그러자 남편도 맞장구를 쳐준다. “마음만 편하게 살려고요.” 그 모습을 앞에 앉아 라면을 먹으며 듣던 딸이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아마도 <어쩌다 사장2>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이렇게 그 지역에 사는 주민 분들이 툭툭 던져놓는 삶의 이야기가 아닐까. 어느 토요일 점심에 분식을 먹으러 찾아온 가족의 이야기는 투박하지만 보는 이들의 마음을 툭툭 건든다. 자기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사실 당연히 중요한 삶의 가치들이지만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잊고 있던 그것들이 이 분들에게서는 호미에 감자가 넝쿨째 나오든 쏟아진다. 게다가 그건 진심이다.

막연히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진짜 서민들의 이야기들이 여기에 있다. 물론 음식점에 사람들이 찾아와 음식을 먹는 그런 광경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미 흔하다. 지금은 종영했지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코로나19 이전에만 해도 먼저 시선을 끌었던 것이 바로 이 손님들의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사장2>는 <백종원의 골목식당>과는 사뭇 다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그저 음식 맛에 집중된 리액션만을 보여준다면, <어쩌다 사장2>는 음식을 먹으러 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 지역 주민들이라는 점에서 더 살갑다.

음식을 시켜놓고 갑자기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꺼내놓고 대화를 나누는 네 명의 어머니들. 그 분들이 자못 궁금해진 차태현이 다가가자, 초등학교에서 동화를 읽어주는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란다. 아이들 아빠인지라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을 잘 아는 차태현과 공감대가 생긴 어머니들은 나가시면서 차태현에게 그 그림책을 선물로 건네준다.

마트 길 건너편에 길게 줄이 늘어선 붕어빵집이 궁금한 직원들(?)이 점심에 붕어빵을 사와 먹으며 그 맛에 감탄한다. 임주환은 “꼬리까지 팥이 들어있다”고 하고 차태현도 조인성도 “붕어빵 진짜 맛있다”며 “이거 보통 맛이 아니다”라고 연실 감탄한다. 그런데 이 붕어빵 사장님은 저녁 때 식사를 하러 마트를 찾는다. 붕어빵 장사만 한 자리에서 “18년 됐다”고 하신다. 맛의 공력이 어디서 나온 건지 단박에 이해되는 순간이다.

들어설 때만 해도 부장님과 과장님처럼 보이던 택배 옷을 입은 남자 둘의 이야기는 한 편의 소박한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알고 보니 부자지간인 이들의 모습을 보며 김우빈은 “너무 보기 좋다”고 감탄한다. 본업이 그 일이 아니라는 부자는 친척 부부가 신부전증으로 수술을 받아 못하게 된 마을 택배 일을 맡은 거라고 했다. 아버지가 대신 맡겠다 나섰고 아들도 어쩔 수 없이 같이 하게 됐다는 것. 차태현은 수술을 마친 그분에게 영상통화를 응원을 보냈고, 김우빈은 영업이 끝난 후 뒷풀이 자리에서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그 택배 부자의 모습이 특히 마음을 끌었던 이유를 드러냈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처음 마트에 왔을 때 앞치마를 해다 선물로 준 목장 사장님은 직접 만든 요구르트와 치즈를 선물로 갖다 주시며 우유 짜는 낙농업의 고충이 마트 사장님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하루도 젖을 짜주지 않으면 소들이 힘겨워 한다는 것. 그래서 가족 동반 나들이는 할 수 없었다는 거였다. 심지어 상중에도 우유 짜러 가야하는 게 낙농을 하는 분들의 일이었다.

<어쩌다 사장2>가 그 마트를 찾는 지역주민들과 나누는 대화만 들어봐도 이 곳 사람들의 삶이 그려진다. 겉보기에 화려하진 않아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농사일을 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유를 짜는 일을 하며 한 자리에서 18년 간이나 붕어빵을 굽는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수술 때문에 잠시 비운 자리를 다른 사람이 나서서 채워주고 어머니들은 틈틈이 모여 아이들을 위한 동화 봉사를 한다. 이런 어른들이 있으니 아이들도 순박하기 이를 데 없다. 방송에 나오고 싶다고 해 영상편지를 해보라고 하자 대뜸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며 “그 동안 고마웠어. 우리 다음 생에는 다시 만나자.”고 말하는 14살 배재률 같은 아이가 살아가는 곳이니.

마트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낸 배우들은 그래서 뒷풀이 자리에서 술 한 잔을 걸치며 그날 만났던 분들을 떠올린다. 조인성이 “일은 고됐지만 참 좋다”고 하는 말에는 진심이 들어가 있다. 이광수가 언제 우리가 이렇게 마트를 해보겠냐며 그 경험의 소중함을 꺼내놓자 김우빈은 그 날의 소회를 이렇게 남긴다. “새로운 분들을 한 자리에서 이렇게 많이 만나고 웃으면서 인사를 많이 나눌 수 있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배우들의 입과 귀를 통해 담아내는 진짜 서민들의 이야기. 이것이 <어쩌다 사장2>의 저력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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