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2’가 담담하게 담아낸 차태현의 놀라운 인성

[엔터미디어=정덕현] 공산면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산 119지역대에 점심 식사를 하러온 손님에게 다가간 차태현은 보자마자 “어? 오셨던 분들인가?”하고 말을 건넨다. 알고 보니 손님 중 한 분이 전날 음료수를 사러 왔던 분이다. 잠깐 들렀을 뿐이고, 마스크까지 했을 텐데도 한번 보면 기억해내는 차태현을 보고 함께 온 동료는 “알아보시는 게 신기하다”고 놀라워한다.

사실 이런 광경은 시청자들도 놀랍다. 마트를 찾은 한 청년을 따라가 마침 식사를 하러 아버지가 와 계시다는 이야기를 건네는 차태현이다. 공산면 마트를 맡아 영업 7일차니 어느 정도 익숙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는 한 번 본 얼굴을 기억해낸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이름을 꼭 묻고 외워뒀다가 다음에 찾아오면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친근하게 다가선다.

이런 차태현의 모습은 tvN 예능 <어쩌다 사장2>이라는 프로그램에는 시그니처나 다름없다. 마침 코인노래방에서 열창을 하는 동민이 누나 수민이를 알아보고 다가가 엄지를 치켜세워주고는 윤종신의 ‘좋니’를 신청하는 차태현의 말과 행동에서는 진심이 묻어난다. 마트 바깥 공터에 앉아 본격적으로 수민이와 그 친구들과 함께 차태현이 나누는 대화에서는 이들이 귀여워 죽겠다는 뉘앙스가 뚝뚝 묻어난다. 동그라미 안경을 낀 아이들이 유독 많다는 이야기를 꺼내놓는 차태현에게서는 그가 얼마나 아이들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기억하려 하는가가 느껴진다.

대화 속에서 언니가 은비라며 금비, 신비, 비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남매 이야기에 박장대소를 하고, 막내이름은 돌림자를 쓴 윤준영이라는 이야기가 툭 튀어나온다. 그리고 마침 그 곳을 지나는 막내를 본 누나가 윤준영을 부르자 차태현은 “아 쟤 알아 쟤-”하며 마트에서 익숙해진 그 아이를 알아본다. 그리고 갑자기 동그라미 안경을 낀 친구가 윤준영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름을 알고 그 관계를 알아가면서 그저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지나치는 일들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고 또 흥미진진해진다.

이런 분위기는 여자친구와 막 헤어졌다며 “다음 생에는...” 같은 영상편지를 남겨 모두를 웃게 만들었던 재률이를 마트를 맡은 배우들이 기억했다가 둘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으로 확산된다. 차태현은 첫 날 마트를 너무 가벼운 옷차림으로 찾았던 시윤이를 찰떡같이 기억하고 있다가 졸졸 따라가며 “시윤이는 안추워”라고 말을 걸고, 마침 찾은 앞치마를 만들어 선물해줬던 지윤이 엄마에게도 다가가 살갑게 말을 걸어준다. 그러자 시윤이와 지윤이가 만나 나누는 반가운 대화들도 시청자들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는 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사실 대단한 일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생면부지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던 이들이 마트에서 만나게 됐다. 그런데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하고 가는 일로 끝나버리게 되면 그건 아무런 인연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차태현처럼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면 말이 달라진다. 그 후로 더 친근한 이들로 느껴질 수밖에 없어서다.

<어쩌다 사장2>가 가진 진가가 시골 마을 주민들과 점점 친숙하게 되는 출연자들과 그로 인해 시청자들도 그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기적 같은 과정들에서 나온다는 걸 염두에 두면 차태현은 이 프로그램의 그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나서지 않으면서 묵묵히 뭔가를 챙기거나 배려해주는 모습으로 마트 곳곳에 따뜻한 온기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런 차태현의 진가는 배우로서 그가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유퀴즈 온 더 블럭>에 나온 박보영이 <과속스캔들> 촬영 당시 차태현에 대해 배운 점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그걸 느낄 수 있다.

“진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촬영하면서 스텝들을 대해야 하는지 거의 모든 스탭분들의 이름을 다 알고 계시고 특히 막내 분들은 이름을 항상 불러주시고, 저는 그 때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나름 저도 여배우라고 아침에 첫 신에 보영이 부르지 말라고, 자기가 나오겠다고... 절대 앞에서 티도 안내세요.”

차태현이 공산면 아이들 이름을 다 외우고, 그 이름을 불러주고 먼저 다가가 살갑게 말을 걸어주는 모습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일 뿐. 어찌 보면 차태현의 이런 모습이 <어쩌다 사장2>가 가진 훈훈함의 이유가 아니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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