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아닌 삶을 보여준 ‘어쩌다 사장2’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어쩌다 사장2>가 종영했다. 방송은 끝났지만 나주 공산면 마트를 찾았던 주민들에 대한 기억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 같다. 공산면 래퍼 주찬이와, 미래의 선동렬을 꿈꾸던 동민이, 뜬금없이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게 영상편지를 보냈던 재률이... 무엇보다 평범하지만 따뜻한 부부애를 보여줬던 꽈배기집 부부와, 김밥집 부부, 가게에 국물을 내줘 도움을 주기도 했던 마트 길 건너편 잉어빵집 사장님, 마트의 단골손님이기도 했던 중국집 사장님, 아이들의 튼튼한 몸을 책임지는 무술관 관장님 그리고 성실한 삶의 전형을 보여주신 정육점 사장님 가족분들... 사실상 이들이 <어쩌다 사장2>의 진짜 주인공이었으니 말이다.
겨울에 촬영을 했지만 방송이 나간 시기는 봄. 그 봄에 다시 찾아간 공산면은 처음 이 곳에 차태현과 조인성이 찾았을 때와 비교해 훨씬 활기가 넘쳐 보였다. 방송의 위력일 수 있지만, 그런 힘이 발휘될 수 있었던 건 이 프로그램이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었다. 이 작은 마을에 대한 애정이 넘쳤고, 그래서 오롯이 거기서 살아가는 분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내준 지점이 그것이다.

이 역할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 건 바로 이 마트를 열흘 간 맡아 운영하게 된 차태현과 조인성이었다. 차태현은 특유의 놀라운 기억력과 주민들에게 대한 진심으로 마트를 찾았던 손님들에게 여지없이 아는 체를 하며 다가갔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해 다시 찾았을 때 이름을 불러주기도 했다. 한편 조인성은 분식집을 맡아서 운영하며 요리를 내놨지만, 틈날 때마다 손님들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그 대화에 묻어났다. 시청자들이 마트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공산면이 어떤 곳인가를 그려볼 수 있었던 건 찾는 손님들을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대했던 차태현과 조인성의 공이 크다.
이런 면면은 알바생으로 참여한 배우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드라마나 영화로 유명한 톱스타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마트를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청자로 그 위치를 낮췄다. 이러니 주민들의 이야기들이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다. 마트를 찾는 이들 중에는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배우들을 만나고픈 이들이 적지 않았을 테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배우들을 만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보따리씩 풀어놓고 갔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에 차태현이 조인성, 김혜수, 설현, 한효주 같은 톱 배우들이 등장하면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쩌다 사장2>는 이 부분에서 반전을 보여준다. 그들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듣는 입장을 취하고 이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세워주는 것. 이 지점이 <어쩌다 사장2>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정서적인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놀라운 반전이 생겨났다. 그건 배우들이 귀 기울인 공산면의 평범해 보이는 주민들의 이야기에서 저마다의 위대한 삶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배우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했고, 박장대소했으며 때론 눈물을 훔쳤다. 그 따뜻한 삶의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쩌다 사장2>는 언뜻 보면 또 하나의 관찰카메라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처럼 그 관전 포인트를 뒤집어 놓은 반전의 묘미가 있었다. 톱 배우들이 나서지만 그들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마트를 열흘 간 운영해야 하는 장사 체험을 하는 것이지만, 단지 물건을 사고 파는 장사가 아닌 그곳을 찾는 이들의 삶을 담았던 것.
소박해 보이지만 <어쩌다 사장2>는 그래서 작금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숙고해봐야 할 지점들을 보여줬다. 관찰카메라가 어느 새 예능의 트렌드가 됐고, 여지없이 그 카메라는 연예인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런데 진짜 시청자들이 보고픈 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배우들이 등장했지만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어쩌다 사장2>의 대안은 기획 자체가 신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결국은 배우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들의 진면목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차태현과 조인성 그리고 알바생으로 참여한 배우들이 보여준 것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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