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2’, 반가운 주찬이네 가족이 계속 행복할 수 있도록

[엔터미디어=정덕현] 주찬이가 처음 tvN 예능 <어쩌다 사장2>에 얼굴을 비춘 건 영업 2일 차인 토요일 오전이었다. 마트에서 음료수 하나를 산 주친이는 마트 한 편에 붙어 있는 코인노래방에 들어가 랩을 했다. 우연히 그 앞을 지나다 주찬이를 발견한 차태현은 갑자기 폭풍 랩을 쏟아내는 모습에 빵 터진다. “어머 너 왜 잘 해!”라고 외치며 노래방 앞에서 호응을 해주는 차태현은 “너 공산 가수야?”라고 묻고 돌아서며 “공산 래퍼구만”하고 한 마디를 남긴다.

그렇게 지나치는 에피소드 중 하나라 생각했던 주찬이 이야기는 그러나 그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코인노래방을 또 찾아 노래는 하는 주찬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트의 알바생(배우들)들도 반색하고, 영업 3일차에는 저녁을 먹으러 친구들이 찾아온 주찬이를 마치 동네 동생을 반기듯 마트의 배우들이 반긴다. 한때 <고등래퍼>도 지원했었는데 1차 탈락했다는 주찬이는 저스디스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게 우동부터 라면, 새우튀김까지 야무지게 주찬이와 친구들이 먹고 간 후, 찾아온 무술관 사범님들에게 다가가 친숙하게 말을 거는 차태현은 관장님이 주찬이 아버지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반색한다. 주찬이 아빠와 수찬이 아빠의 만남. 작은 마을에서 오가며 마트 같은 곳에서 아는 이를 만나는 일은 그리 대단한 사건은 아닐 테지만, 이상하게도 <어쩌다 사장2>에서 이렇게 연결 연결되어 보게 되는 사람이 반갑게 느껴진다.

그리고 영업 5일 차에 지역 아동센터에서 점심을 먹으러 오신 손님들 중에 주찬이 누나를 발견한 차태현이 반갑게 아는 체를 한다. 그러면서 “혹시 주찬이 아세요?”라고 면사무소에서 식사를 하러 오신 분들에게 묻자 놀랍게도 “정주찬이요?”라고 면장님이 말해 누나를 깜놀하게 만든다. 사실 서울에서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공산면에서는 이런 일들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어쩌다 사장2>는 그런 광경들을 자주 보여준다. 점심에 라면을 먹으러 온 아이들을 옆 테이블에 있는 아주머니가 유심히 보더니 말을 건다. 알고 보니 그 아주머니의 아이와 그 아이들이 친구였던 것. 그렇게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시킨 라면을 맛나게 먹는데,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시는 면장님이 라면 값을 대신 계산해주고 나간다. 라면 값이 굳은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그 돈으로 뭔가를 사서 나가려 할 때, 마침 아이 중 한 명인 지원이가 그곳을 찾은 아버지와 인사를 한다. 지원이 아버지는 익숙한 듯 아이들이 산 걸 다 함께 계산하며 “제 애들이라...” 라는 이유를 덧붙인다.

같은 동네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의 이름을 알고, 아이의 친구조차 내 아이처럼 대하는 이런 광경은 <어쩌다 사장2>가 할인마트에서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훈훈한 온기를 전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리고 제작진은 물론이고 이 마트를 맡아 일을 하는 조인성, 차태현 그리고 알바생 배우들도 모두 이런 따뜻한 관계 속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그들이 주찬이를 통해 그 아버지와 누나 그리고 그를 아는 이들과 친밀감을 느끼고, 야구 꿈나무 동민이 같은 아이와 형 동생처럼 대하는 광경은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광경들이라 하나의 훈훈한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건 실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에서 리얼 판타지다.

<어쩌다 사장2>를 통해 배우들이 주찬이 같은 공산면 래퍼(?)를 알아보고 그곳의 아이들을 마치 내 아이의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끼며 나아가 그 곳에 100년 된 공산초등학교를 찾아 마트에 왔던 많은 손님들이 거기 출신이라는 사실에 묘한 유대감을 느끼는 건 그 경험 자체가 소중하다. 이런 경험들이야말로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도시화로 인해 점점 비어가는 지역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봤던 주찬이와 그 친구들 그리고 그곳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주찬이 아버지와 지역 아동센터에서 일하는 주찬이 누나 같은 이들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소록소록 피어난다. <어쩌다 사장2>가 할인마트를 중심으로 한 지역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다 깊게 바라보면서 생겨난 놀라운 효과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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