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2’에서 진짜 일만하는 임주환의 매력

[엔터미디어=정덕현] “주환이형 차에 시동 걸려 있던데?” 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손님이 새우튀김을 주문하자 조인성과 김우빈은 임주환을 찾는다. 늘 주방 한 편에서 묵묵히 요리를 하던 그가 보이지 않아서다. 그러자 이광수가 그렇게 특유의 농담을 툭 던진다. 조인성도 김우빈도 빵 터진다. tvN <어쩌다 사장2>가 낯선 할인마트 영업 3일차, 조금 익숙해져 농담도 주고받는 분위기가 묻어나는 장면이다.

나주 공산면에 작은 마트인 줄 알고 찾아왔다가 웬만한 대형마트(?) 같은 규모에 놀랐지만, 이제 3일차가 되어 적응을 끝낸 알바생들이다. 그런데 다음 날 조인성과 차태현이 직접 물건을 구매하러 갖다 와야 한다며 그들이 없는 시간 동안 더 일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통보에 이광수는 자못 좌절(?)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차태현은 소속사에 물어 스케줄이 없는 걸 확인했고, 나아가 ‘연애 스케줄’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며 이광수를 설득한다. 멍한 표정으로 황당해하는 이광수는 그것이 진심이라기보다는 그런 모습이 웃음을 준다는 걸 알고 있다. 배우지만 예능인으로서도 잔뼈가 굵은 종합 엔터테이너가 아닌가.

<어쩌다 사장2>에서 게스트로 참여한 알바생들 중 가장 자연스럽게 웃음을 뽑아내는 인물은 이광수다. 그는 자신이 조금 억울한 일을 당하는 입장이 되고, 그래서 거기에 항변하는 모습이 웃음을 준다는 걸 알고 있다. 계산을 해주는 그의 앞에서 “연예인은 어딨냐?”고 묻는 손님에게, 이광수는 전에 쥐포도 나눠주고 했는데 자기를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한다는 것에 대해 짐짓 항변하는 모습을 연출해 웃음을 준다.

아직 준비된 오뎅이 없어, 붕어빵집 사장님들에게 오뎅을 사러간 이광수는 사장님이 건네준 붕어빵을 먹으면서도 여지없이 웃음을 만든다. 먹다가 팥이 옆으로 빠져나오면서 손에 묻자 뜨거워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을 보여준 것. 이광수가 예능에서도 블루칩이었던 이유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김우빈은 이광수와 함께 못하는 아침을 차리면서 예능적 재미를 만들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사근사근하게 다가가 가슴 설레는 멘트를 던짐으로써 특유의 훈훈함을 선사한다. 할머니들에게 “너무 예쁘시다” 혹은 “너무 젊다”는 말을 툭툭 던질 때마다 할머니들의 주름이 환하게 펴진다. 보는 시청자들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처럼 이광수와 김우빈이 전면에 나와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고 있을 때, 임주환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본래 예능이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겠지만 그는 무언가 웃음과 재미를 만들려 하기보다는 알바생 본연의 일에 집중하는 면면을 드러낸다. 이광수와 김우빈이 예능에 더 맞춰져 있다면, 임주환은 홀로 다큐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의외로 음식 실력이 있어 즉석에서 새우튀김을 메뉴로 만들어 내놨고, 또 저녁에 일을 끝내고 식사와 곁들인 술 한 잔을 할 때도 주섬주섬 안주를 만들어 내놓는다. 그런 실력자지만 그는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뒤편에서 묵묵히 음식을 내놓고 그걸 먹고 맛있다는 손님들의 반응에 수줍다는 듯 빙긋 웃는 정도의 반응을 보인다.

그런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이광수는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주환이형 차에 시동 걸려 있던데?”라며 마치 일이 힘들어 도망친 것인 양 농담을 던진다. 그 순간 임주환은 사실 손님이 물건을 찾는 일을 돕고 있다. 아마도 손님이 새우튀김을 주문해 그를 찾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면 임주환이 손님을 도와 물건을 찾아주는 그 내용 또한 방송에 나오지 않고 지나쳤을 수 있었을 게다.

“야 우리는 이렇게 토크가 없어도 되는 거니?” 함께 저녁 장사 준비를 하던 조인성이 그렇게 묻자, 임주환은 말없이 미소 짓는다. 바로 그 지점에서 빵빵 터트리는 이광수만큼 묵묵히 일을 하는 임주환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드러난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모두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 필요는 없다. 특히 관찰카메라 방식으로 다큐적 영역이 더해진 예능이라면 누군가는 실제 상황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역할이 필요하다. 임주환은 그런 역할을 보여준다.

아마도 여럿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에는 그것이 예능이든, 드라마, 영화든 이런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할 게다. 이 관점으로 보면 <어쩌다 사장2>에 참여한 배우들의 면면은 그들의 본업인 연기에 있어서 그들이 보여주는 면들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봐도 원톱으로 이 마트의 중심을 잡아주는 조인성이나, 찾는 누구와도 금세 친해져 사근사근하게 다가가는 차태현, 할머니들까지 마음을 녹이는 멜로 미소를 선사하는 김우빈이나 남녀노소할 것 없이 빵빵 터지는 웃음의 케미를 끌어내는 이광수, 그리고 이 전체 그림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일의 진정성을 묵묵하게 보여주는 임주환. <어쩌다 사장2>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작품처럼 맛을 내는 건 이들이 각자 영역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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