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2’, 불멍·물멍 같은 사람멍의 탄생

[엔터미디어=정덕현] 코로나19로부터 벌써 몇 년인가. 이제 오미크론이 정점으로 가고 있고, 그 끝에 코로나19의 끝을 볼 수 있었으면 싶은 열망도 커져가는 시기. 그래서일까. tvN 예능 <어쩌다 사장2>를 멍하니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끊어놓은 대면 사회의 사람냄새가 거기 물씬 풍겨나기 때문이다. 불멍, 물멍 같은 ‘사람멍’의 탄생이라고나 할까.

나주시 공산면의 작은 마을. 하지만 시즌1보다 훨씬 더 규모를 넓힌 할인마트가 바로 그 ‘사람멍’의 공간이다. 어쩌면 그 마을도 그간 사람이 그리웠을 테다. <어쩌다 사장2>가 찾아와 열흘 간 할인마트를 맡는 시간 동안 마을에 오랜만에 갖게 된 활기가 방송에서도 느껴졌다. 차태현에 조인성 게다가 알바생으로 온 임주환, 이광수, 김우빈까지 왔다는 소식은 이른바 ‘개업빨’을 만들었고, 어르신들부터 초등학생들까지 삼삼오오 마트를 찾았다.

물론 마트 운영이, 그것도 시즌1에 비해 엄청나게 규모가 커지고 정육점 같은 기술(?)이 요구되는 영역까지 맡게 된 데다 배달업무까지 하게 된 그 일들이 익숙할 수 없었다. 그래서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실수는 생겼다. 하지만 실수가 생겨도 찾아오시는 주민들은 그리 개의치 않고 오히려 즐거운 얼굴들이었다. 손님에게 오히려 상품이 어딨냐거나 계산하는 법을 거꾸로 묻는 이들에게 마치 그 지역에서는 내가 더 잘 안다고 나서 알려주는 손님들의 얼굴은 밝았다.

지난 시즌1과 달리 새로운 음식으로 조인성이 준비한 우동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생각보다 면이 빨리 익지 않아서 우동만 늦어지다 보니 한 테이블에 음식을 동시에 내놓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고, 무언가 레시피가 흔들려 간이 너무 약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님들은 불평하기보다는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그런 이야기를 듣는 조인성을 반겼다. 엄청 기계적으로 척척 돌아가고 단 하나의 실수도 없는 그런 마트를 기대한 건 아니었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기대한 건 사람의 온기고 소통이고 그로 인해 마을이 갖게 되는 따듯한 활기였을 테니.

어쩌면 <어쩌다 사장2>를 보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이 도시에서 살면서 그것도 배우 활동을 해온 이들이 할인마트를 열흘 대신 맡아 운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많은 실수들. 하지만 그 시행착오를 거쳐서 조금씩 적응해가는 과정들. 거기서 묻어나는 배우로서의 아우라 못지않은 인간적인 모습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어쩌다 사장2>에 몰입하는 건 이들이 그 지역주민과 대면해가며 만들어가는 인간적인 관계들의 모습이다. 가게에 직접 찾아와 물건을 고르고, 찾는 물건을 마트를 뛰어다니며 찾아주고, 아이가 고사리손으로 물건을 사갈 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전화로 주문하는 식당에 직접 음료수를 배달해주고, 심지어 음식을 내주면서 두런두런 마을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가 필요하고, 그래서 방송 촬영에 있어서도 철저한 사전 방역조치를 전제한 후 찍고는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간절해지는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대면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어 <어쩌다 사장2>는 시청자들이 빠져들게 된다. 이것은 대형화되고 시스템화되어 물건을 사고 파는 일들이 인간적인 교류 없이 그저 경계행위로만 끝나는 시대에 <어쩌다 사장2>가 시골 슈퍼로 가게 된 이유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이러한 비대면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이제 스마트폰 앱 하나 열어두고 선택하면 집 앞까지 배달되는 새로운 소비의 경험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서일까. <어쩌다 사장2>가 보여주는 할인마트에서 마트 주인과 손님과의 관계를 뛰어넘어 친한 이웃들 같은 관계의 친밀성이 마치 아련한 판타지처럼 다가온다. 아무 생각 없이 불멍, 물멍하듯 들여다보게 만들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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