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 스타의 이웃 판타지가 있는 색다른 체류 예능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tvN <어쩌다 사장>은 인기 예능이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강원도 화천군 원천리의 한 슈퍼마켓 겸 가맥점을 사장 대신 열흘간 운영하는 체류 예능으로 2회에 5%를 넘긴 후 줄곧 5% 이상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을 유지하고 있다. 체류 예능은 관찰 예능 중 여행 예능의 변주로 특정 지역에 단기 체류하는 스타들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포맷이다.

시청률 5%는 화제성 높은 예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수치이고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와 함께 체류 예능 시청률 최상위권이다. 코로나 이후 방송가에서 선호되는 포맷인 체류 예능은 현재 <어쩌다 사장> <안 싸우면 다행이야> 외에도 MBC <간이역>, tvN <바퀴 달린 집2> 등 여러 편이 방송 중이다.

체류 예능의 재미는 출연하는 스타 고생시키기, 출연자간의 케미 그리고 체류지의 자연 경관이 주는 힐링으로 주로 구성된다. <간이역>이나 <바퀴 달린 집2>는 이 모두를 버무려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안 싸우면 다행이야>는 다른 체류 예능에 비해 오지가 배경이라 힐링보다는 출연자 고생시키기와 여기서 파생되는 두 출연자의 티격태격 케미가 재미의 근간이다. <어쩌다 사장>도 출발은 스타 고생시키기로 관심을 모았다.

슈퍼마켓 운영과 가맥집 음식 만들기라는 익숙하지 않은 미션에 허둥대는 차태현과 조인성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초반이 지나면서 미션이 능숙해지자 재미 유발은 두 스타를 돕기 위해 매회 찾아오는 게스트들과의 케미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어쩌다 사장>에는 다른 체류 예능에 없는 볼거리가 등장했다. 스타가 이웃이 되는 판타지다. 차태현과 조인성은 슈퍼마켓 사장 생활이 진행될수록 마을 사람의 일부가 되어 간다. 시골 마을의 많지 않은 주민들과 만남이 거듭되면서 며칠 걸리지 않아 친분이 빠르게 형성됐다.

조인성이 음식을 만들어 서빙해주는 것도 판타지스럽지만 더 꿈같은 것은 두 스타가 다른 마을 사람들과 별 차이 없이 다가와 어울리는 이웃이 돼 있다는 점이다. 스타를 추앙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스타가 하늘의 별처럼 멀리 존재하는 꿈같은 존재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스타들이 어머니들에게 착용한 악세사리에 관심을 보이면서 사연을 물어본다.

내 아이의 식성을 체크하기 위해 이것저것 묻고 입맛을 맞춘 음식을 주려고 노력한다. 군인으로 은퇴한 아버지의 사회 적응 과정이나, 타지인이었던 이들의 원천리 정착 사연에 대해 호기심을 보인다. 젓가락을 달라는 손님에게 조인성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젓가락이라며 내미는 등 이런저런 장난도 친다.

현실은 마을 사람들의 관심이 스타들에게 일방적으로 향하는 구도지만 <어쩌다 사장>에서는 스타가 마을 사람들에게 관심 갖는 판타지가 이뤄지고 그 마을 사람들에게 시청자들은 감정 이입하게 된다. 국내든 해외든 어떤 지역에 체류하는 예능은 종종 있었지만 이 정도로 현지인들과 동화되는 경우는 드물었던 듯하다.

판타지가 <어쩌다 사장> 중후반부 비중이 커지면서 다소 줄어든 코믹함은 신스틸러 배우 게스트들이 보완한다. 윤경호, 김재화, 박경혜는 특유의 살가움과 상황을 살리는 우스갯소리로 차태현과 조인성의 이웃 판타지를 도왔다. 신승환은 먹방과 엉뚱한 행동으로, 박병은은 특유의 능글능글한 입담으로 <어쩌다 사장>의 웃음을 책임졌다.

<어쩌다 사장>의 판타지는 가맥점의 메뉴들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초반 수산시장에서 떨어진 대게 다리를 가져다 끓인 대게 라면을 5000원도 안 되는 헐값에 파는 데서 음식 판타지는 시작했다.

이후 박병은이 바다낚시를 통해 가져온 가자미와 임연수를 물회와 구이로, 박인비는 특별 주문해 가져온 독도 꽃새우와 자연산 전복 등을 회, 찜으로 만원 이하에 마을 주민들에게 선사했다. 스타가 이웃이 되는 상황과, 특급 식재료를 비현실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에 실컷 맛볼 수 있는 상황은 멀리만 존재하던 선망의 대상이 내 현실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 결이 같다.

스타의 이웃 판타지는 두 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스타들의 화려한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쪽과, 스타들이 친근한 모습으로 보통 사람들의 세계로 들어오는 반대의 경우다. 전자는 강렬하지만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어쩌다 사장>은 좀 심심한 듯하지만 거부감이 없는 후자로 볼 수 있다. <어쩌다 사장>의 스타 판타지는 친근하고 편안하다.

대개의 체류 예능들은 후반부가 약하다. 스타들은 주어진 고난에 익숙해지고 시청자들은 체류 지역이 눈에 익으면 아무래도 흥미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다 사장>에는 스타의 이웃 판타지라는 후반부 버팀목이 있어 끝까지 볼만할 듯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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