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 서울촌놈 차태현·조인성, 찐 촌놈 다 됐네 다 됐어
‘어쩌다 사장’이 보여준 우리가 몰랐던 바깥세상 속 이야기

[엔터미디어=정덕현] “내가 여기 와서 느끼는 건, 내가 점점 야생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 예를 들면 내가 김치를 혼자 담글 수도 없는 거고, 감도 스스로 못 따고, 이게 생활이잖아.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거야. 내가 좀 뭐랄까. 사회적 바보가 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좀 있지.”
tvN 예능 <어쩌다 사장>에서 화천 원천리에 온 지 9일째 되는 밤, 정신없던 하루가 지나고 알바생이자 손님으로 온 조보아와 술 한 잔 걸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밤, 조인성은 뜬금없이 ‘서울촌놈’이었던 자신을 이야기를 한다. 도시에 사는 우리 같은 이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돈으로 뭐든 사서 할 수 있는 도시의 삶. 그래서 정반대로 무언가를 경작하거나, 만들거나 하는 실제 삶과는 유리되어 살아왔던 자신에 대한 고백이다.

“요번에 최고로 신기했던 경험은 막 고속도로 깔고 이런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여기도 계시더라고. 저거는 어떻게 깔지? 저 분들은 어떻게 살지 이런 거 생각도 안하고... 아니 고속도로라고 그러면 3년 4년을 해야 한다는 거야. 그러면 집에 못들어간대. 여기에서 공사를 하시면 여기에 임시 작업지를 만들어서 그걸 하는 거야. 그런 일이 있구나.”
그 말을 들은 차태현이 공감하며 자신 또한 느꼈던 ‘진짜 바깥세상’에 대한 실감을 털어 놓는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차를 몰고 지나치곤 하지만, 누군가 그 도로를 몇 년 동안 집에 가지 못한 채 깔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 아마도 차태현은 원천리에서 어쩌다 10일 간 슈퍼 사장을 떠맡게 되고 거기서 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바깥세상의 이야기는 모르고 넘어갔을 수 있다. 그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저도 요즘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밖에만 나가면 눈이 다 녹아져 있는 게,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으니까 녹아져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 아까 막 치우고 있었잖아요. 같이 온 스텝 친구랑 이야기하는데 그 친구는 아 눈이 좀 펑펑 내려서 예쁘게 내렸으면 했는데 덜 내렸다는 거예요. 창문 밖으로 보는 사람들은 더 예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조보아는 마침 그 날 눈이 펑펑 내려 슈퍼 앞과 그 옆 가게 앞까지 눈을 치운 경험을 털어놓으며, 창문 안과 밖이 얼마나 다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창문 안에서 창밖의 눈을 보는 이들은 그저 예쁘게 더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실상 창밖에는 그 눈을 치우고 녹이는 누군가의 손길이 있다는 것.

<어쩌다 사장>이 9일 차 밤에 나누는 이 대화는 이 프로그램이 그간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줬고, 그것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었는가를 에둘러 말해준다. 말 그대로 어쩌다 시골에 오게 되어 10일간 슈퍼를 맡아 생활하게 된 것이지만, 그 10일은 이 서울촌놈들에게 어쩌면 ‘진짜 바깥세상’을 보게 해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시간이 됐을 게다.
그곳 사람들을 만나고, 매일 접하다 보니 이젠 이름도 다 기억하고 매일 하는 루틴에 수다도 떠는 사이가 된 조인성과 차태현. 슈퍼에서 시작해 차츰 원천리 마을 사람과 가까워지고, 그 마을 속으로 들어가게 된 그들은 거기서 실제 삶들을 마주하게 됐다. 도로 건설하는 분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따뜻한 밥을 해주는 분들을 만나며, 보건소에서 일하는 한의사분들이나, 근처 관공서 사람들, 화천의 명물인 산천어를 양식하는 분들이나, 목공을 하시는 예술가, 군인으로 예편해 마을에 정착한 분들 등등...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됐다.

그리고 조인성과 차태현이 점점 원천리에 스며들어 그곳 촌놈(?)이 되어가는 과정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간접 체험이 되어주었다. 마음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가니 그간 틀 안에서만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세상이 보이는 것. <어쩌다 사장>이라는 프로그램이 각별해진 건 조인성과 차태현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세상 밖 이야기를 전해줬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