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의 따뜻함, 원천리 주민 모두가 사장이었으니
차태현·조인성이 ‘어쩌다 사장’ 열흘 간 알게 된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마지막 손님은 열흘 간 가게를 맡기고 딸집에 다녀온 사장님이었다. 차태현과 조인성은 단박에 그가 사장님이라는 걸 알아챘다. 꼬리를 흔들며 너무나 좋아하는 반려견 검둥이의 반가움이 그 사실을 알려줘서다. 하지만 짐짓 모른 체 했지만 사장님이 불쑥 던진 한 마디가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만든다.

늦게 주무시고 아침에는 몇 시에 일어나세요?” 조인성은 저는 7시에 영업을 해야 하니까... 6시에..”라고 답하다 말을 잇지 못하고 뒷마당으로 나갔다.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그 눈물의 이유에 대해 자막은 이렇게 설명했다. “늦게까지 힘드시죠?”하는 그 질문이 조인성에게는 마치 그녀 자신을 향한 물음인 것 같았다.

tvN 예능 <어쩌다 사장>이 종영했다. 열흘 간 원천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슈퍼를 맡아 운영하면서 차태현과 조인성이 겪은 일들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도 따뜻한 감흥으로 남았다. 참 많은 손님들이 매일 같이 찾아들었고, 그들과 하나하나 이야기를 나누며 차태현과 조인성이 스며들은 것처럼 시청자들도 똑같이 그 작은 마을의 온기에 스며들었다.

열흘이 지나고 나자 처음 이 가게에 와서 사장님이 남기고 간 메모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아침에 일어나 손님을 어떻게 맞아야 하고 물건을 내줄 때의 즐거움과 고되지만 음식을 만들어 그걸 먹는 손님들을 볼 때의 즐거움 같은 것들을 사장님은 메모로 남겨두셨다. 차태현과 조인성은 그 메모가 사실이라는 걸 고되지만 한없이 즐겁고 행복했던 열흘간을 통해 실감하고 있었다.

아마도 손님으로 슈퍼를 찾은 건 처음이셨을 사장님은 흐뭇한 표정으로 차태현과 조인성이 익숙하게 음식을 만들고 상을 치우며 그간 마을 사람들과 친해졌던 이야기를 듣는다. 조인성은 워낙 평판이 좋은 사장님 때문에 부담이 됐었던 마음을 이야기하고, 차태현은 자신들이 열심히 했다고 해도 사장님 찾는 분들이 많았다며 대체 불가사장님의 존재감을 은근히 상찬한다.

조인성은 <어쩌다 사장>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사장님께 전한다. “덕분에 저희가 더 좋은 추억 만들었어요. 사실 저희가 사장 타이틀을 달고 여기 앉아 있지만 저희가 사장이 아니라 여기 동네분들이 다 여기 사장님이시더라고요.” 그만큼 슈퍼를 한 마음으로 아끼셨다는 것. 아마도 차태현과 조인성이 열흘 간 어쩌다사장이 되어 그 슈퍼를 맡아 일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경험일 게다.

가게 주인과 손님 관계가 아니라, 모두가 주인처럼 가게를 아끼는 마음이 담겨져 있어 <어쩌다 사장>은 그저 체험 예능 그 이상의 따뜻함을 전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방송이 아니라 진짜로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며 이웃처럼 가까워진 차태현과 조인성의 진심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어쩌다 사장>은 종영했지만, 향후 다른 계절에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시즌으로 따뜻함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은 아마도 모든 시청자들의 바람일 게다. 그저 사장님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온 마을의 온기를 온전히 느껴보는 시간. 그 시간을 머지않아 다시 경험해볼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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