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목록’, 흥미로운 소재지만 인물의 매력에 집중해야

[엔터미디어=정덕현] 마트를 찾은 손님들의 쇼핑목록을 통해 사건을 추리한다? tvN 수목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의 이야기 설정은 흥미롭다. 누군가의 구매영수증은 그 사람이 무얼 먹었고 무얼 했는가를 파악하게 해주면서 나아가 그 성향이나 취향까지 유추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남다른 기억력을 가진 안대성(이광수)은 그래서 엄마 한명숙(진희경)이 운영하는 MS마트에서 일하며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리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안대성이 살인사건을 추리하고 추적하는 게 본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공무원 시험에 번번이 떨어졌고 그래서 엄마의 강권으로 마트에서 일하게 된 직원일 뿐이다. 그래서 그가 어느 날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리하고 그래서 주변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안대성의 ‘오지랖’을 한명숙은 걱정한다.

사설탐정도 아닌 안대성의 이런 행동들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불편한 지점을 만든다. 실제로 4회에서 형사 지웅(배명진)이 대성을 용의자로 의심하며 하는 말은 그래서 납득되는 면이 있다. “동네 사람들 신상, 그것도 개인정보인데 그렇게 꿰고 있으면 당사자들은 기분 나쁘지 않겠어? 손님들 주소 알고 생년월일에 전화번호 알고 취향 알고 사생활도 다 아는 마트 사장 아들. 스토킹에 살해 도구들도 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고.”

즉 안대성이 이런 사건을 조사하는 직업이 아니면서도 이런 오지랖을 발휘하는 행동들은 사실 달리 보면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그는 지웅에게 “수사에 도움이 되기 위해”라고 말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이미 법의 선을 넘는 상황에 이른다.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 생선(박지빈)을 의심한 나머지 그는 그의 집 열쇠를 라커룸에서 훔쳐 그 집에 무단침입한다. 엄연한 가택침입이다.

그런데 안대성의 이런 행동들을 보고도 경찰인 도아희(김설현)는 그의 연인이라는 이유로 그걸 못 본 체 하거나 그의 편만을 든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도아희의 이런 지지는 안대성과 함께 이 캐릭터도 어딘가 ‘윤리적인 결함’을 가진 인물로 느껴지게 한다. 흔히 ‘윤리적’이라고 하면 어딘가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고루함으로 느껴지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윤리나 도덕적으로 선한 부분은 중요하다. 특히 살인자를 잡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안대성과 도아희의 공조는 향후에 더 촘촘해질 전망이고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절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초반에 이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보고 나아가 용의자로도 의심하는 그 오해들을 풀어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극의 추진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안대성과 도아희라는 캐릭터의 매력 구성에는 적지 않은 허점을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안대성은 조금 이상한 인물처럼 보인다. 실제로 생선이 여장을 하고 길거리로 나선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모습이 그렇다. 쇼핑목록을 통해 타인의 취향을 파악해내기도 하는 이 인물이 그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는 건 안대성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추리물은 결국 사건이 해결되는 그 지점까지 끌고 가는 추리 당사자(주인공)의 매력이 중요하다. 안대성의 행보들을 그저 ‘오지랖’처럼 보이게 한다거나 혹은 추리가 자신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엇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 이 인물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이야기 설정은 충분히 흥미롭지만 인물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데 먼저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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