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업고 튀어’, 어째서 팬심은 살아갈 힘이 되는 위로와 응원이 됐나

[엔터미디어=정덕현] “계속 이렇게 웃어주라. 내가 옆에 있어 줄게. 힘들 때 외롭지 않게. 무서운 생각 안나게. 그렇게 평생 있어줄 테니까, 오래오래 살아줘.” 술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선재(변우석)가 “좋아해”라고 고백했지만 잘 알아듣지 못한 채 임솔(김혜윤)은 자기 마음을 꺼내놓는다. 선재가 임솔을 좋아하는 마음보다 임솔이 선재에 대해 갖고 있는 마음은 훨씬 더 커보인다. 그건 그저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늘 옆에 있어주겠다는 다짐까지 담겨 있으니.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솔이 보여주는 건 ‘팬심’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 팬심은 추종의 대상인 스타가 준 영향력과 뗄 수 없다. 임솔은 선재 덕분에 살았다. 사고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후 죽고 싶은 마음만 있던 그를 다시 살 수 있게 해준 건 어느 날 ‘덕통사고’처럼 불쑥 그의 마음을 두드린 선재의 응원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고마워요. 살아있어 줘서. 이렇게 살아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할 거예요. 곁에 있는 사람은. 그러니까 오늘은 살아봐요. 날이 너무 좋으니까. 내일은 비가 온대요. 그럼 그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또 살아봐요. 그러다 보면 언젠간 사는 게 괜찮을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 선재가 라디오 전화통화를 통해 해준 그 말은 임솔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아마도 팬심을 경험해본 많은 이들이 이 에피소드에 공감했을 게다. 삶이 답답하고 심지어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들 때 문득 들려오는 노랫소리 한 자락이 다시 살 수 있는 힘이 되어줬던 경험. 그래서 내 삶을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그 소중한 존재를 위해 자신 역시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살 수 있는 힘을 다시 갖게 됐던 경험을 그 장면이 절절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소중한 존재가 깊은 우울증의 늪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떠나버렸을 때 그 팬심의 슬픔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선재 업고 튀어>는 그렇게 팬심으로 살 수 있게 된 임솔이 선재의 죽음을 맞이한 후,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이제는 자신이 그를 살리고픈 욕망을 타임리프라는 판타지로 담았다. 15년 전으로 돌아가 선재에게 “계속 이렇게 웃어주라”고 하는 말이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선재 업고 튀어>는 두 다리를 못쓰게 된 임솔이 과거로 회귀해 심지어 선재를 업고 튈 정도로 지켜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통해, 팬심이 가진 깊이를 그린다. 절망에서 발랄까지 김혜윤의 다양한 감정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기를 통해 풋풋한 청춘의 로맨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해지고 눈물이 흐르게 되는 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임솔의 그 모습에서 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전해져서다. 팬심이 얼마나 깊으면 저럴까 싶은.

최근 멜로드라마들은 사랑의 차원을 넘어서는 응원과 위로를 담기 시작했다. <웰컴투 삼달리> 같은 드라마에서 조용필(지창욱)이 도시의 경쟁적인 삶에서 모든 걸 잃고 개천으로 돌아온 조삼달(신혜선)을 사랑하는 모습은 응원과 위로를 담은 거의 팬심에 가깝게 그려진다. <무인도의 디바>는 서목하(박은빈)와 강보걸(채종협)의 사랑이야기만큼, 서목하의 윤란주(김효진)에 대한 팬심이 큰 감동을 줬던 드라마다. 어쩌면 남녀 간의 설레는 사랑보다 응원과 위로가 더 필요해진 세상을 이들 멜로드라마들의 변화가 보여준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솔이라는 인물과 그를 연기하는 김혜윤에게 점점 빠져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선재에게 하는 팬심에서 비롯된 위로와 응원 그리고 사랑은, 저마다 힘겨운 현실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에 고스란히 와닿는다. 힘들 때 외롭지 않게 늘 옆에 있어주면서도 뭔가 대단한 걸 바라기보다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말하는 팬심의 세계. 이런 마음으로 사랑하라고 <선재 업고 튀어>는 말하는 듯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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