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산촌생활’, 퇴근 했던 그들이 돌아간 집 같았던 시간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어렸을 때 해 뜨는 거 보는 거 좋았는데 이제 이상하게 해지는 거 보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 “왜 그런 줄 알아? 퇴근 시간이잖아. 집에 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좋은 거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엔딩 크레딧에는 율제병원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99즈 5인방의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다.

그 마지막이 못내 아쉬워 산촌에서 다시 모인 99즈의 며칠 간 휴식 같은 시간을 담아낸 <슬기로운 산촌생활>. 그들이 둘러 앉아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그 마지막 엔딩 크레딧을 바라본다. 3년 동안 함께 해온 드라마의 마지막 방송이다. 게다가 이날은 <슬기로운 산촌생활>의 마지막 밤이기도 했다.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방송 전부터 저녁을 챙겨먹으면서도 이들은 어떻게 그 마지막 방송을 볼까를 걱정했다. 아쉬움 때문이었을 게다.

<슬기로운 산촌생활>은 마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노을이 지는 그 시간이 좋은 이유가 ‘퇴근 시간’이라고 했던 99즈가 그 퇴근 후 ‘집’에서 모인 듯한 풍경을 담아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그 산촌의 외딴 집은 점점 익숙해졌고, 그 안에서 불을 피우고 함께 요리를 해먹고 일을 하며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진짜 집 같은 온기로 채워졌다.

과거 <응답하라> 시리즈의 후속으로 <꽃보다 청춘>이 드라마 출연자들을 다시 끌어 모아 즐거운 콜라보를 보여준 바 있었지만, 이번 <슬기로운 산촌생활>은 산촌의 집을 그 공간으로 했다는 점 때문에 가족적인 분위기가 더해졌다. 어느덧 ‘조덕션’이라 불릴 정도로 불을 잘 피우게 된 조정석과, 그와 이제 콤비가 되어 척척 합이 맞는 콩트를 보이며 웃음을 준 김대명, 음식도 똑부러지게 하는 전미도와 사실상 주방을 맡아 맛있는 식사를 책임지고 엉뚱한 웃음을 만들어준 정경호. 그리고 뚝딱뚝딱 순식간에 나무로 식탁이며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낸 유연석... 여기에 게스트로 온 신현빈, 김해숙, 조이현, 배현성, 정문성, 안은진까지 산촌의 집은 이들을 한 가족처럼 포근하게 끌어 안아주었다.

조정석, 유연석, 전미도, 정문성까지, 뮤지컬을 해왔던 이들이 특히 많아서인지 <슬기로운 산촌생활>에는 유독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정경호의 빵빵 터지는 뮤지컬 공연(?)을 빼놓을 수 없지만, 마지막 회에서 전미도와 정문성이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대목을 즉석에서 들려준 ‘사랑이란’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또 다함께 ‘슈퍼스타’를 뮤지컬처럼 짜서 부르는 장면도 아쉬운 ‘마지막’이 담겨서인지 남다른 감흥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날 저녁을 준비하다 산촌 집 앞 저 편에서 물들어오는 노을 앞에 모두가 모여들어 사진을 찍는 광경은 <슬기로운 산촌생활>에서 다시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그 엔딩 크레딧을 떠올리게 만든다. 오래도록 함께 작품을 해온 배우들이 모여 마지막 시간들을 보내며 그 순간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아름다운가를 보여주는 한 편의 뮤지컬 같은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 끝에 모두가 함께 부르는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노래가사의 여운은 마치 뮤지컬의 엔딩곡처럼 오래도록 귓가에 맴돈다. 그 엔딩이 다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새 시즌으로도 이어지기를. 그래서 또 다른 노을 앞에 선 이들을 볼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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