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과 연우진, 이들의 사랑법은 청춘들과 뭐가 다를까(‘서른, 아홉’)

[엔터미디어=정덕현]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이 여타의 멜로와 다른 차별점을 꼽으라면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이제 마흔을 눈앞에 둔 차미조(손예진)와 김선우(연우진)의 만남은 우리가 늘 봐왔던 멜로의 전후와는 순서가 사뭇 다르다. 단 세 번만의 만남에 하룻밤을 보내고, 바로 헤어지려 했지만 운명처럼 다시 우연적 만남이 계속되면서 진짜로 서로를 더 알아가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어서다.

“야 그래 이런 시작도 괜찮다. 어? 아 그래? 만나고 호감이 오고가고 막 어? 보이지도 않는 확신을 서로... 졸라 피곤하게 그지 응? 어. 이거 진도 너무 맘에 드는데?” 술에 취한 차미조의 친구 정찬영(전미도)은 이들의 이런 관계의 진전을 그렇게 표현했다. 만나서 탐색하듯 서로의 호감을 찾아내고 주고받고 그러면서 어떤 확신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사랑을 확인하는 그런 진도(?)는 피곤하다고. 대신 마음이 가는 상대에게 거침없이 먼저 다가가고, 그리고 나서 차츰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그 과정도 나쁘지 않다고.

정찬영이 이렇게 말하듯, 차미조와 김선우의 관계는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보육원에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갔다가 차미조가 마침 그 곳을 찾은 김선우를 만나고, 차미조가 놓고 간 시계를 대신 김선우가 갖다 주면서 그저 지나칠 수도 있던 인연이 이어진다. 그 날 술에 취한 차미조가 김선우에게 작약을 선물하고 그 중 한 개를 가져간 게 또 인연이 되어, 우연히 만난 김선우는 자기 집에 있는 작약을 보러 가자고 차미조에게 대놓고 대시한다.

그리고 이어진 하룻밤. 다음 날 차미조는 자신이 곧 미국으로 떠날 거라는 사실을 알리며 김선우와의 하룻밤을 ‘사고’라고 말하고 도망치듯 떠나지만, 그들의 관계는 다시 운명처럼 떠나는 차미조를 대신해 병원을 맡을 후임으로 김선우가 오면서 이어진다. 물론 극화되어 계속되는 우연의 반복으로 그려지지만, 이 과정이 담고 있는 건 <서른, 아홉>이라는 어른들의 멜로 과정이 청춘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그 지점이다.

너무 거침이 없어 성급해 보이지만, 훗날 차미조가 김선우에게 사실 그 날의 일이 ‘사고’라고 표현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는 말로 사실상 마음을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이들의 거침없음이 성급함이 아니라 그만한 삶의 경험치들이 있어서라는 걸 드러낸다. 차미조는 김선우가 그 보육원을 찾은 이유가 입양된 동생이 그곳에서 살았기 때문이라는 말에서부터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졌다고 했다. 그래서 작약을 보러 자기 집에 가자는 김선우의 제안을 따랐던 것이라고.

알고 보면 차미조와 김선우를 이어주는 끈은 ‘입양’이라는 타자를 가족으로 들이는데 대한 남다른 마음에 대한 공감대라고 볼 수 있다. 차미조는 입양됐지만 좋은 가족을 만나 잘 살아온 인물이고, 김선우는 마치 차미조 같은 입양된 동생을 친오빠처럼 남다른 애정을 갖고 대해온 인물이다. 무슨 일 때문인지 어머니의 사망 이후 동생이 한국으로 들어왔고 파양을 요구했으며, 그것 때문에 김선우가 한국에 들어와 그 문제를 풀어내려 노력한다는 이야기에 차미조는 더할 나위 없는 따뜻한 공감대를 갖게 된다. 그리고 자칫 꺼내기 어려울 수 있는 입양된 자신의 입장에서 김선우의 동생이 왜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

이렇게 거침없이 자신의 마음을 서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직진하는 이들이지만, 이들은 또한 서로에 대한 남다른 배려를 보이는 관계를 이어간다. 하룻밤을 먼저 보냈지만, 성급하게 혹은 무례하게 선을 또 넘으려 하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며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이 관점에서 보면 김선우라는 인물이 가진 남다른 매력이 바로 이 ‘배려’하고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기다려주는 지점에서 나온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서른, 아홉>의 사랑법은 그래서 빠르게 진전되면서도 편안함이 존재한다. 친구의 시한부 선고로 무너지는 차미조를 보며 김선우가 한 행동에 그것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는 뭐라 말하지도 또 그렇다고 성급하게 다가가지도 않은 채 가만히 차미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는다. 그 따뜻한 온기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마음이 전해지고, 차미조는 그걸 느낀다. 거침없이 직진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며 한 발 뒤에서 기다리는 어른들의 사랑법이 그 장면 하나에서 전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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