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도전', ‘달인’과 ‘런닝맨’을 끌어안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저게 뭐라고 목숨을 걸까. 아마도 '무한도전'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라면 이번 '하하vs노홍철' 특집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채널을 돌리지 않은 시청자라면 이 별 것도 아닌 대결이 어떻게 이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가에 놀라웠을 것이다. 종목만 해도 자유투 던지기, 심지어 캔 뚜껑 따기, 공 받아내기, 간지럼 참기, 닭싸움 같은 정말 너무나 소소한 대결이 아닌가. 도대체 '무한도전'의 그 무엇이 캔 따기만 해도 집중하게 만드는 걸까.

사실 대결 종목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누가 대결을 벌이느냐 이고, 또 그걸 누가 보고 있느냐다. 같은 축구 경기라고 해도 동네 대표들이 하는 경기에는 무관심하지만 국가대표가 하는 경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 동네 축구라고 해도 그걸 동네 주민 몇 명이 보는 것과 몇 천 명이 모여 보고, 또 그것이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중계된다면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은 바로 이점을 극대화시켰다. 소소한 대결이지만 그 대결에 걸맞는 하하와 노홍철이 벌이는 것이고, 그 대결을 잠실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팬들이 바라본다.

게다가 누가 이길 것인가를 팬들이 선택하게 하고 그 결과에 의해 팬들 역시 당락이 결정되는 룰을 집어넣음으로써 팬들의 집중도도 높이고, 하하와 노홍철 당사자들의 긴장감도 높여놓았다. 내리 네 판을 져버린 노홍철은 자신 때문에 탈락한 팬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절치부심 더 열심히 다음 대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팬과 대결을 벌이는 당사자들 사이에 오고가는 감정은 대결을 벌이면 벌일수록 점층적으로 쌓여가면서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 팽팽한 대결의 묘미로 끝나지 않는다. 그 중간에 예능으로서의 웃음폭탄을 내장해 놓았다. 즉 대결이 팽팽해지면 팽팽해질수록 상대적으로 이 소소한 대결종목과의 대비효과가 두드러지면서 그 자체가 웃음을 만들어낸다. 도대체 캔 뚜껑을 빨리 따기 위해 손에 피를 보는(?) 대결을 보며 웃지 않을 이가 있을까. 철봉에 매달리게 하고 간지럽혀서 오래 참는 이 기상천외한(?) 대결은 반대로 너무 경기에 진지하게 임하는 하하와 노홍철의 비장한 모습 때문에 큰 웃음을 준다.

게다가 이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을 마치 콩트처럼 삽입한 것도 대결의 묘미를 더 부가시키는 효과를 만들었다. 손톱이 짧아 캔 뚜껑 따기에 취약한 하하가 달인 김병만을 찾아가 그 노하우(?)를 전수받아 결국 대결에서 이기는 장면이나, 간지럼을 참기 위해 간지러운 부분을 때려 잠시 고통으로 간지럼을 이겨내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김병만의 콩트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으면서 대결의 강도를 높여주었다.



닭싸움 대결에 삽입된 하하와 노홍철이 김종국과 줄리엔 강을 찾아가 트레이닝을 받는 장면은 실로 압권이었다. 밑에서 위로 올려치는 노하우를 김종국에게 전수받은 키 작은 하하가, 거꾸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노하우를 줄리엔 강에게 전수받은 노홍철을 이기는 장면이나, 김종국이 가르쳐준 필살기, '슈퍼 울트라 토네이도 플라잉 니킥'으로 하하가 노홍철을 무너뜨리는 장면은 마치 '베스트 키드'를 연상시키는 명장면으로 남는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무한도전'이 끌어안은 '달인'과 '런닝맨', 그리고 '하이킥'이다. '하이킥'의 줄리엔 강이야 자사 프로그램의 캐릭터이니 언제든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이지만, KBS '개그콘서트'의 '달인' 김병만이나 SBS '런닝맨'의 능력자 김종국 캐릭터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은 실로 '무한도전'의 열린 포용력과 전체 예능에서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한다. 바로 이런 열린 틀과 자신감이야말로 '무한도전'이 이런 소소한 대결을 갖고도 이처럼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큰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바탕이 아닐까.

마치 예전 스키점프대 미션처럼, 제 아무리 소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어쩌면 그것이 소소하기 때문에) 목숨 걸고(?) 함으로써 웃음을 넘어 감동까지 선사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 생각하는 자신감. 바로 이것이 '무한도전'의 힘이다. 하하와 노홍철의 정말 말도 안 되는 대결이 그 어떤 대결보다 흥미로운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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