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놀러와’, 유쾌한 기인들 짠한 감동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왜 기인이나 달인들을 보면 그 놀라운 기예에 신기해하다가 마음 한 편이 짠해지는 걸까. '생활의 달인'의 달인들을 봐도 그렇고, '개그콘서트'의 달인 김병만을 봐도 그렇다. '놀러와' 기인열전 특집에 나온 기인들, 통아저씨, 신바람 이박사, 콧바람 기인 정동남씨, 요기다니엘, 마술사 최현우가 보여준 특유의 유쾌함 끝에 남는 그 진한 페이소스는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테니스라켓을 통과하고 특유의 통춤을 추며 늘 귀엽기까지 한 얼굴로 생글생글 웃는 통아저씨가 던진 자식들 이야기는 순간 분위기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통아저씨라는 캐릭터 때문에 아들 군대 면회에도 못가고 심지어 결혼식날 아들 친구들을 처음 봤다는 이야기에서는 그 유쾌한 캐릭터 뒷면에 숨겨진 아픔이 전해졌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캐릭터가 정작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는 부끄러움이 되는 이 아이러니.
신바람 이박사는 본래 관광가이드였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했다. 손님들을 흥겹게 하기위해 열심히 불렀을 그 노래들이 '신나는 이군'이라 자신을 불리게 만들었고, 그것이 나중에 '신바람 이박사'가 되었다는 것. 그가 얼마나 반복해서 노래를 불렀을 지 우리는 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뭐든 작은 통을 통과하는 통아저씨와 어떤 노래든 척척 메들리로 이어 붙이게 된 신바람 이박사의 기예가 감동을 주는 건, 그 놀라운 기예 이면에 놓여진 밥벌이의 무게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콧바람 기인 정동남씨가 한강의 빠진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후 민간구조대가 된 사연 역시 보는 이를 찡하게 만들었다. 민간구조대가 된 것을 '숙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짠한 이유는, 그 수없이 구조를 하면서 정동남씨가 느꼈을 동생의 죽음에 대한 소회가 그 말 한 마디에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 활달하고 유쾌한 모습 속에 그런 그림자가 있었다니.
'놀러와'의 기인열전 특집은 기인들이 각각의 기예를 선보이는 자리로 마련되었지만, 또 한 편으로 그들을 기인으로 만든 삶의 단면들을 비춰줌으로써 진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 하면 기인이 되는 걸까. 그리고 그렇게 그들을 열심히 하게 만든 동인은 무엇일까. 통아저씨가 아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대 위에 올라 아이처럼 웃으며 통춤을 추는 장면 속에, 또 신바람 이박사가 신명나게 메들리를 이어붙이는 그 장면 속에, 또 정동남씨가 콧바람으로 불붙은 성냥통을 꺼버리는 그 장면 속에 그들의 누구보다 절실하고 열심히 살아온 삶이 엿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기인 혹은 달인은 그래서 기이한 사람이 아니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삶을 산 사람에게 붙여지는 칭호일 것이다. 심지어 기인이 될 정도의 열정에는 또 나름의 숙명적인 사연이 있을 터. '놀러와' 기인열전 특집은 90%의 유쾌함을 보여주었지만, 10%의 감동으로 그 유쾌함의 의미마저 드러내주었다. 요기 다니엘이 작은 가방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농담으로 던진 한 마디, "먹고살기 힘드네"라는 말이 큰 울림을 남기는 건 그래서일 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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