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마’ 이 착한 사람들의 눈물 가득한 이야기로 하고 싶은 말

[엔터미디어=정덕현] “하루에도 수만 번씩 그 때로 시간을 돌리고 싶어요. 일하러 가겠다는 애를 내가 조금 더 말렸다면, 5분만 아니 딱 1분만 더 말렸더라면 보내지 않았을 텐데... 그 때 내가 왜 그랬나...”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차유리(김태희)의 엄마 전은숙(김미경)은 유족들 모임에서 그렇게 말했다. 졸지에 망자를 보낸 유족들은 아마도 전은숙처럼 끝없는 가정 속에서 자책을 하기도 할 것이다. 그 때 그랬더라면...

차유리의 남편 조강화(이규형)는 심지어 자기 때문에 아내가 죽었다고 자책했다. “내가 죽였잖아요. 내가...” 그는 자신의 뺨을 자신이 때리고, 스스로에게 “살려내 이 새끼야...”라고 욕을 했다. 그렇게 깊은 자책에 빠지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진료비가 아니라 위중한 환자를 먼저 수술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반대를 무릅쓰고 수술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전화도 끊은 채 수술을 했던 게 그 자책의 이유가 됐다. 마침 그 시간에 사고를 당한 차유리가 응급실에 실려 들어왔던 것.



그 위급한 순간에 연락이 끊겨버린 조강화 때문에 장교수(안내상)는 대신 선택을 해야 했다. 산모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아이를 살릴 것인가. 갈등하는 장교수가 아이를 선택하게 된 건, 차유리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결국 뒤늦게 사망한 차유리의 시신 앞에서 조강화는 자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의 입에는 항상 “괜찮아”, “미안해”가 달라붙었다. 재혼한 오민정(고보결) 앞에서 항상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수술방에 들어가면 그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 때마다 뛰쳐나와 비상계단에서 가쁜 호흡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괜찮다고 하고 미안하다 하는 그는 모든 일들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건 마치 그가 스스로를 계속 벌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래서 울고 있는 아내 오민정에게 “네 탓 아니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민정 역시 이 모든 일들이 자신의 탓이라 여겼다. “그럼 누구 탓인데요? 종일 병원에 있는 오빠 탓이야? 복직하겠다고 하원도우미 쓰고 애까지 잃어버린 거. 서우가 다른 애들보다 느린 거 어두운 거 이게 다 내 탓이 아니면 누구 탓인데? 나 엄마 아냐? 다른 사람들은 애가 이상하면 다 엄마 탓이라는데 오빤 왜 맨날 내 탓이 아니라고만 해? 나 서우 엄마라며?”

오민정은 조강화가 차라리 자신에게 ‘당신 탓’이라며 화를 내기를 바란다. 그것이 최소한 자신이 서우 엄마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늘 트라우마로 꼭꼭 닫아놨던 조강화의 마음 속 차유리의 방은 열린 적이 없었고 그래서 오민정은 그 자리를 대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오민정 앞에서 조강화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해” 밖에 없었다.



이렇게 자기 탓을 하는 건 <하이바이 마마>의 인물들이 가진 특징 중 하나다. 악역이 없는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대부분 괜찮다는 얼굴로 아픔을 내면화한다. 차유리의 엄마 전은숙도 겉으로는 강단 있는 척 하며 남편에게조차 손녀 근처에도 가지 말라 선을 그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차도 앞에만 가면 가슴이 두근대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또 차유리가 사망한 후 실의에 빠진 조강화에게 오민정을 만나보라 했던 그 누구보다 씩씩해 보였던 고현정(신동미)은 차유리가 살아 돌아와 오히려 겪게 된 일들이 자기 탓이라며 아파한다.

<하이바이 마마>가 이렇게 남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리며 자책하는 인물들로 가득 채워진 건, 이 드라마가 전하려는 것이 죽음이라는 생이별 앞에 놓인 유족들의 마음을 판타지를 통해서나마 위로하기 위함이다. 끊임없이 그 순간을 가정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유족들을, 살아 돌아온 차유리가 껴안고 함께 울어주며 “당신 탓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그렇게 자책하며 울 때 망자 역시 그 모습을 보며 슬퍼할 거라는 말을 해주는 것. <하이바이 마마>는 이 착한 사람들의 눈물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 그런 위로를 건네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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