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져 나온 불륜, 지금 드라마들은 어떻게 다루고 있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KBS 주말드라마 <한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송가희(오윤아)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는 이혼했다. 그래서 외도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킨다. 막내 송다희(이초희)가 결혼식날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파혼하게 되자, 송가희가 직접 나서서 응징하는 것도, 또 송나희(이민정)의 남편 윤규진(이상엽)이 그의 첫사랑이었던 유보영(손성윤)과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걸 목격하고 대뜸 외도라 생각하며 분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번 다녀왔습니다>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이혼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원인으로서 불륜은 자주 소재로 등장한다. 송영달(천호진)네 자녀 중 두 명이 모두 불륜 때문에 이혼하고 파혼했다는 설정이 그렇다. 하지만 <한번 다녀왔습니다>는 불륜 소재 자체에 그리 집착하지는 않는다. 심각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코미디로 그려내고 불륜이 만들어낸 상처와 이혼을 다루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적인 모습을 그려내려 한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불륜은 이 완벽해보이던 세계가 순식간에 깨져버리는 이유로 등장한다. 지선우(김희애)의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불륜은 결국 가정을 파탄지경으로 만들고, 이혼한 후에도 끝나지 않은 불씨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지선우는 보복하듯 이태오의 친구이자 이웃인 손제혁(김영민)과 맞불륜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 맞불륜은 이태오가 손제혁에게 의도적으로 여자를 접근시켜 그를 불륜의 덫에 걸리게 만든다. 손제혁은 결국 아내 고예림(박선영)에게 이 사실을 들켜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부부의 세계>에서 불륜은 부부라는 완벽한 세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드러내는 일종의 촉매제 역할이다. 사랑과 신뢰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노력을 필요로 하는가를 불륜이 만들어내는 파국은 거꾸로 보여준다. 게다가 그렇게 이혼으로 깨진다고 해도 그 부부라는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 드라마는 불륜이란 코드를 넣어 탐구하듯 보여준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불륜이라는 소재는 빠지지 않는다. 항상 유쾌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익준(조정석)은 해외에서 지내온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고는 이혼한다. 그는 배우자의 불륜이라는 엄청난 상처 앞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드라마에는 양석형(김대명)의 아버지가 뻔뻔하게 저지르는 불륜 때문에 고통 받는 어머니의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불륜이 지탄받아 마땅한 죄라는 걸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것을 슬기롭게 넘어서기 위해서는 다소 쿨한 대처도 필요하다는 걸 이 드라마는 불륜의 두 사례를 통해 그려낸다.
새로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에서도 한재현(유지태)의 아내 장서경(박시연)의 불륜이 소재로 들어가 있다. 한재현은 그 불륜 사실을 알고도 그리 마음에 동요를 갖지 않는다.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회장 딸에 갑질을 일삼는 장서경이라는 인물과의 결혼생활이 한재현에게 결코 행복이 아니었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재현이 대학시절 마음을 주고받았던 윤지수(이보영)를 오랜만에 재회하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의 삶이 얼마나 엇나가 있는가를 그 아내의 불륜은 에둘러 보여준다.
한때 드라마에서 불륜 소재는 등장하기만 하면 비난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불륜이라는 소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걸 다루는 방식이 자극을 위한 자극에 머무는 상투적인 코드로 사용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청자들은 불륜 소재를 다룬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자극을 위한 것인가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불륜 소재가 버젓이 다뤄지고 많아지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진실된 관계의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시청자들을 수긍시키는 중요한 관건이 되지 않을까. 불륜이라고 해도 다 같은 불륜이 아닐 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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